상대평가 위헌 교사 선언문
<상대평가 위헌 교사 선언문>
대한민국 교육은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인격을 도야하고 자주적 생활능력과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하는”것을 목표로 한다. 교육의 헌법이라 할 수 있는 교육기본법 제2조에 명문화되어 있는 약속이다. 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 대한민국 교육계는 수십 년간 몸부림쳐 왔고, 극심한 진통을 거쳐 지금과 같은 발전을 이루었다. 현장의 교사들은 기존의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고자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고 학생 한 명, 한 명을 자주적 민주 시민으로 기르고 창의적 인재로 성장토록 돕기 위해 부단히 애써 왔다.
그러나 우물에 떨어진 독 한 방울이 그 우물을 마실 수 없게 만드는 법이다. 왜곡된 평가제도 하나가 대한민국 교육을 죽어가게 하고 있다. 학생 개개인의 성장을 돕고 교수·학습 방법을 개선하는 것이 평가의 본래 목적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평가는 철저히 경쟁을 유발하는 도구로, 자극적 서열화의 기준으로, 승자와 패자를 구분하는 척도로 작동하며 그 목적과 활동 전반을 왜곡하고 있다.
상대평가제는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근원적인 불안을 만들어 낸다. 존재 그 자체가 가치인 학생들이다. 그러나 상대평가제는 학생들이 남과 비교해서 얻는 우월감이나 열등감을 자기 가치로 착각하게 한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 없이 배우고 성장해야 할 학생들이 남보다 뒤처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거기에서 오는 불안으로 마음을 웅크리게 한다. 인간과 삶, 자신과 자신의 재능에 대해 넓게 탐색하며 배워가야 할 학생들이 끝 모를 문제풀이에 몰두하게 한다. 왜곡된 상대평가 제도가 학생들의 기본권인 행복추구권과 다양한 학습권을 침해하고 있음이 명백하다. 대한민국 교육에 뒤섞인 독극물, 더는 이 상대평가제를 방치할 수 없다.
고로 우리는, 교육과 관련한 모든 법의 취지를 왜곡시켜 버리는 상대평가제를 위헌이라 선언하고자 한다. 대한민국 교실은 사활을 건 전장이 된 지 오래며, 학생들은 지금 이 순간도 잘 포장된 능력주의 아래서 친구를 이기기 위해, 보다 나은 학벌을 얻기 위해 승자도 패자도 없는 싸움을 하고 있다. 이 냉혹한 싸움의 주체가 학생들인 것 같겠지만, 아니다. 교실을 전쟁터로 설계해 놓은 것은 어른들이며, 핵심 기제로 상대평가제가 놓여 있다. 또한 그 기제 앞에 무감각적으로 동조해 온 우리 교사들 역시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이에 우리는 더는 사활을 건 전장의 지휘관으로서, 살아남기를 강요하는 교관으로서 존재하기를 거부하며 처절한 싸움의 악순환을 끊어내고자 한다,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인격을 도야하고 자주적 생활능력과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하는” 교육 본연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이제 결단이 필요하다. 2022 교육과정이 비전으로 제시한 “포용성과 창의성을 갖춘 주도적인 사람”으로 소중한 학생들을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결연한 각오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우리는 경쟁교육의 정점에서 학생들의 존엄성과 행복추구권·교육권·생명권을 침해하는 상대평가제를 더 이상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이것이 명백한 위헌임을 밝히는 데 함께하려 한다.
고로 우리는, 이제 선언한다.
“교육의 본질을 훼손하고, 과정을 왜곡하는 상대평가제 위헌.”
2022.11.15.
대입시 상대평가 위헌을 선언하는 교사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