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발표에서 중요한 것은 중3 국어 3수준 이상 비율 증가와 고2 수학 1수준 비율 감소 외에는 모두 통계적으로 유의한 변화가 없었다는 점입니다. 즉 중3 수학, 영어, 고2 국어, 영어, 수학 3수준 이상 비율은 증가하지 않았고, 중3 국어, 영어, 수학, 고2 국어, 영어 기초미달 비율은 감소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또한 국어 부분에서 3수준 이상 학생 비율이 2019년보다 중3은 16%, 고2는 23% 이상 떨어져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기초학력에 해당하는 2수준 학생의 비율도 그만큼 늘어났음을 의미합니다. 이는 교육당국의 교수학습 지원과 기초학력 지원 정책이 학교 교육의 성과로 이어지고 있지 않다는 반증입니다. 또한 기초학력 결손이 누적된 중3과 고2 과정에서 기초학력 문제를 극적으로 해결할 수 없음을 나타내는 지표이기도 합니다. 기초학력을 튼튼히 보장하기 위해서는 초등 저학년 단계에서부터 집중적으로 조기에 개입해야만 합니다.
둘째, 대도시-읍면 지역 성취수준을 비교했을 때 3수준 이상 비율이 중3은 모든 교과에서 대도시가 읍면 지역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는 점입니다. 중3 1수준 기초미달 비율은 수학과 영어의 경우 2배가량 차이가 발생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역별 격차가 발생하는 이유는 지역의 교육 여건과 연관성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지역으로 갈수록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는 가정들, 조손 가정, 한부모 가정, 이주 배경을 가진 가정이 많아짐을 감안할 때 성장기부터 충분한 돌봄과 교육적 지원을 받지 못한 것이 중고등학교로 갈수록 학업의 어려움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또한 읍면-대도시 지역의 사교육 환경과 사교육 시장 노출의 격차 영향도 원인이 될 것입니다.
이는 지역의 사회‧경제적 차이가 교육격차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대안 마련이 필요함을 의미합니다. 사회‧경제적 차이로 인한 교육격차를 학교만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사회‧경제적 차이로 발생한 교육격차를 줄이려는 교육당국의 지원 정책은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될 필요가 있습니다. 읍면 지역 소규모 학교의 소멸 예방을 위한 교사 정원 추가 배정, 취약 계층을 위한 두터운 교육복지 지원, 이주 배경 학생의 기초학력 전문 지원, 지역 소규모 학교의 교육과정 자율성 확대 등의 지원 정책이 필요합니다.
셋째, 사회‧정서적 역량 변화에서 중3 학생들이 협업, 갈등 해결, 회복탄력성 수준이 전년에 비해 낮게 나타난 부분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지난 10일 좋은교사운동의 8년 새 ADHD와 우울증 청소년 환자가 3배 급증하였다 발표한 결과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사회‧정서상의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증가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교육당국 차원의 지원 체계가 미비하다 보니 학생들의 사회‧정서 역량이 감소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입니다. 또한 초등학교 시절부터 친구들과 충분한 상호작용을 하지 못하고 집과 학교, 학원을 맴도는 고립된 성장 환경, 상대평가 중심의 입시 경쟁 구조, 처벌 중심의 학교폭력 정책도 주요 원인이라 하겠습니다.
사회‧정서적 역량 강화를 위해서는 학생들에게 과도한 불안감을 심어주는 상대평가 중심의 평가 체제와 대학입시제도의 개선, 학생들의 사회‧정서적 문제를 종합적으로 진단하고 지원할 수 있는 다층적 정서행동 위기학생 지원 체계 마련, 갈등의 교육적 해결 역량 제고를 위한 학교폭력 정책의 기조 변화 등이 필요합니다.
이번에 발표한 2024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보면 대부분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없는 영역이 다수입니다. 유의한 차이가 없다는 것은 문제가 없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교육당국의 교수학습 지원책들이 교육 성과로 이어지고 있지 않다는 엄중한 경고입니다. 2024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에서 드러난 기초학력 결손의 문제, 지역별 교육격차의 문제, 학생들의 사회‧정서 역량 부족의 문제는 우리 교육계의 고질적인 문제들과 연결된 문제들입니다. 그저 학생들의 흥미와 학습동기를 제고하는 교수학습 방법의 개선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나아가 단순 예산 지원과 프로그램 중심의 기존 지원 정책에서 벗어나 학교 안에 중층적 지원이 가능한 교사 증원 배치와 같은 차원이 다른 투자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교육당국은 이번 평가 결과를 엄중히 받아들이고, 드러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종합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