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명의 교사가 죽기 전에, 지금 당장 바꾸십시오”
고(故) 현승준 선생님의 죽음 앞에 우리는 비통함을 넘어 참담함을 느낍니다. 그런데 지금 한 달이 넘도록 진상조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이제는 절망감을 느낍니다.
선생님의 죽음은 누구 하나의 잘못만으로 일어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민원 대응 체계는 문서 속에만 존재했고 교육청은 그런 실효성 없는 시스템을 방치해 왔습니다.
누군가는 말했습니다. “이렇게 하다가 또 그냥 묻힌다.”라고 말입니다. 그 말이 사실이 될 것만 같아 우리는 이 자리에 섰습니다. 또 교사의 죽음이 단순히 교사만의 문제가 아니기에 지금 이 자리에는 학부모님들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앞서 발표한 도민들의 뜻을 받들어 제주도교육청에 2가지를 요구합니다.
첫째, 도민들의 뜻을 받들어 독립된 진상조사위원회를 즉각 구성하십시오.
교육청이 발표한 ‘진상조사단’은 독립성과 공정성이 담보되지 않은 채, 교육청 내부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합니다. 고인의 죽음에 대한 진상은 ‘내부 조사’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진상조사위원회는 지난 서이초 선생님의 희생으로 생겨나게 된 것입니다. 그 전까지 대부분의 교육청은 자체 진상조사단을 통해서 조사를 진행했었습니다. 그러나 서이초 선생님의 죽음 이후 교육청의 통제를 받지 않는 독립된 의결기구로서 진상조사위원회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주도교육청은 왜 아직도 서이초 사태 이전의 행정에 머물러 계십니까?
그나마 출범하겠다고 약속만 되어 있는 ‘진상조사단’ 역시 가족을 잃은 슬픔에 경황이 없는 유족의 요청에 의해 마지못해 하겠다고 하고 있는데 만약 유족들의 요구가 없었다면 어땠을까요? 수개월씩 걸리는 경찰 수사만 넋을 놓고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 뻔합니다. 이것이 바로 독립된 진상조사위원회가 더욱 절실히 필요한 이유입니다.
좋은교사운동의 설문조사 결과, 참여인원 1,220명 가운데 97.9%(1,194명)의 교사와 학부모가 이러한 독립된 진상조사위원회의 필요성에 공감했습니다. 지금이라도 이미 출범한 진상조사단을 보완하고, 지원하며 독립적으로 그 활동에 공신력을 실어줄 수 있는 진상조사위원회를 만들어 조사의 객관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고 제주도교육청 역시 떳떳하게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도민들 앞에 보여주시기를 촉구합니다. 제대로 된 진상조사 없이는, 어떠한 재발방지도 신뢰받을 수 없습니다.
둘째, 교사·학부모가 함께하는 민원대응시스템 개선 전담기구를 설치하십시오.
교육청 주도의 일방적인 제도개선은 현장의 신뢰를 얻지 못합니다. 앞서 언급한 설문에서 이번에는 92.3%(1,126명)가 민원 당사자인 교사, 학부모가 참여하는 민원대응시스템 개선 전담기구의 필요성에 동의했습니다.
전담기구는 일회성 대책이 아니라, 장기적인 제도 설계와 숙의를 위한 구조이어야 하며, 이를 통해 교사는 보호받고, 학부모는 소통할 수 있는 신뢰 가능한 창구를 만들어야 합니다. 악성 민원으로부터 교사를 보호하고, 정당한 민원은 더 정교하게 다룰 수 있는 양방향 소통 시스템이 되어야 합니다.
지금 교육청에서 실시하고 있는 교사들의 설문조사와 교원단체 간담회 수준으로는 기존 문서의 문구 수정 정도의 대책밖에 나오지 못하며, 이 정도로는 또 다른 죽음을 막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습니다. 우리는 오늘 이 자리를 시작으로, 끝까지 외칠 것입니다. 교사의 죽음을 추모하며, 아이들을 위한 더 나은 교육환경을 만드는 것이 우리 모두의 책무입니다.
제주도교육청은 지금 도민들의 이 목소리에 응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