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제5차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 기본계획 관련 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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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제5차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 기본계획 관련 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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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계회복 숙려 기간 도입, 처벌 만능주의에서 벗어나 교육적 해결을 위한 의미 있는 시도
▶ 그간의 학교폭력 예방 및 대응 정책의 한계에 머무르는 추진 과제에 대한 보완 필요 
▶ 엄벌식 조치 완화, 관계회복 프로그램 고지 의무화, 갈등 해결 전문가 양성 및 배치 등 학교폭력 정책의 근본적 변화 필요
교육부는 지난 1일 ‘제5차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 기본계획’을 발표하였습니다. 교육부는 이번 기본계획에서 5대 정책 영역 15개의 추진 과제를 제안하며 ‘교육공동체가 함께 만드는 안전한 학교’를 비전으로 제시하였습니다. 교육부가 추진 방향에서도 밝혔듯이 학교폭력 문제 해결을 위한 교육공동체의 신뢰 문화 구축과 교육적 해결을 위한 대응체계 마련은 무엇보다 중요한 일입니다.

이번 발표 내용 중 학교의 교육적 기능 확대를 위한 초등 저학년 대상 ‘관계회복 숙려 기간’ 시범 도입, 학교급별‧폭력유형별 관계회복 프로그램 개발‧보급, 교육청의 관계개선지원단 지속 확대 등은 추진 방향에 부합하는 환영할 만한 조치들입니다. 또한, 사이버 폭력 확대를 대응하기 위한 학생이 안전한 디지털 환경 조성 정책도 의미 있는 추진 과제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초등 저학년 대상 ‘관계회복 숙려 기간’의 도입은, 학교폭력을 무조건 심의와 처벌로만 다루던 기존의 관행에서 벗어나 교육적 해결의 문을 연 시도로 보입니다. 이는 학생들의 발달 단계에 맞춘 접근이자, 교육공동체가 학교폭력을 ‘함께 회복하는 문제’로 인식하도록 전환하려는 노력이 반영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5차 기본계획이 그간의 학교폭력 예방 및 대응 정책의 한계를 기초로 새롭게 추진 과제를 제안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추진 과제들이 여전히 그동안 추진한 학교폭력 대응 정책의 한계 안에 갇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우선, 학교폭력 엄정 대응을 목표로 학교생활기록부 내 가해학생 조치 사항 기록의 보존기간을 졸업 후 최대 4년까지 연장하고, 대입 반영 의무화를 추진하였지만, 그 결과 학교폭력 피해 응답률은 증가하고, 학교장 자체해결 건수 비중은 매년 감소하고, 심의 결과에 대한 불복은 증가하였습니다. 엄벌식 조치가 학교폭력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없음을 그간의 학교폭력 대응 정책 결과를 통해 충분히 확인하였습니다. 엄벌식 정책의 한계를 명확히 확인할 수 있음에도 이번 기본계획에는 이에 대한 개선 방안이 담겨 있지 않습니다. 학교폭력 문제를 법적 분쟁으로 비화시키는 핵심 원인을 간과하고서는 교육부가 목표하는 교육 3주체의 예방 역량 강화나 신뢰의 학교문화 구축은 실현될 수 없습니다.

둘째, 교육부는 전문상담교사 증원, 학교전담경찰관 확대, 학교폭력전담조사관 제도 도입 등으로 학교폭력 사안 처리의 전문성을 제고하고 교원 업무를 경감하였다 발표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를 지속 추진하겠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지금껏 추진한 결과 전문상담교사의 전국 배치율은 전국 학교의 절반 수준이며, 학교전담경찰관은 1명이 10개 넘는 학교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또한 좋은교사운동이 2024년 5월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학교폭력전담조사관 제도 도입 후 학교폭력 처리 과정에서의 학교 부담 완화 정도는 긍정 평가는 20%에 그친 반면, 부정 평가는 61%였습니다. 

교육부는 이번 기본계획에서도 전문상담교사 증원과 교원의 정당한 학생생활지도 보호를 위한 행‧재정 지원을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시설과 인력 지원에 있어 필요 경비를 지원한다는 원칙만 제시하고 있을 뿐입니다. 시설과 인력 지원의 규모와 연차별 도입 계획, 이를 뒷받침할 재정 지원 정책은 제시하지 못하였습니다. 교원의 학교폭력 업무 경감을 위한 학교폭력전담조사관 제도의 구체적 개선 방안도 없습니다. 

셋째, 위기 및 피‧가해학생 맞춤형 통합 지원 역시 학생맞춤통합지원 사업의 한계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습니다. 위기 및 피‧가해학생을 위해 맞춤형 통합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방향성에 대해 이견이 있을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해당 학생들을 위한 개별 지원 체계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데 통합하면 맞춤 지원이 가능할 것이라 보는 것은 막연한 추측에 불과합니다. 학생맞춤통합지원 사업은 학교별 담당 복지사 배치 유무에 따라 정책 효과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으며, 복지사 배치가 되지 않은 학교에서는 업무 과중과 형식적 운영으로 통합 지원의 취지가 무색해지는 사례가 빈번합니다. 이에 위기 및 피‧가해학생들을 위한 학교별 전문교사 배치를 전제하지 않고, 교육청 단위의 전담지원관만을 확대한다고 해서 학교폭력 관련 학생들의 맞춤 통합 지원 효과가 제고될지 의문입니다.

좋은교사운동은 이번 제5차 기본계획이 그간의 학교폭력 정책의 한계에 갇히지 않고, 학교의 교육 기능을 회복하는 교육적 학교폭력 대응체계 구축을 위한 시작점이 되기를 기대하며 다음과 같이 제안합니다.

첫째, ‘관계회복 숙려 기간’ 시범 도입은 초등 1~2학년의 경미한 사안에만 적용된다는 점에서, 관계회복 접근이 학교폭력 전체 대응 체계로 확장되지 못하는 한계가 있습니다. 실제로 학교폭력의 심각도와 관계 파열의 정도가 높은 중‧고등학교에서는 여전히 관계회복 시도조차 없이 심의 절차로 곧장 넘어가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에 관계회복 숙려 기간 운영을 전체 학년으로 확대하고, 관계회복 프로그램 고지를 의무화해야 합니다. 또한 학교와 교육청이 질 높은 관계회복 교육을 실시할 수 있도록 마땅한 지원 체계를 갖추어 나가야 합니다.

둘째, 학교생활기록부에 학교폭력 조치 결과를 오래, 꼼꼼하게 기록하고 이를 대입에 반영하는 조치는 사회적 논의 과정을 거쳐 완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엄정 대응이라는 이름으로 엄벌식 조치가 추진되었으나 그 효과는 학교가 법적 분쟁의 장으로 변질된 것밖에는 없습니다. 물리적 폭력보다 상호적, 관계적 폭력이 증가하는 학교폭력 양상의 사회적 변화를 고려해야 합니다. 학교폭력을 징벌하는 관점에서 벗어나 배움과 성장의 기회로 삼는 관점으로 학교폭력 해결 방향에 대한 근본적 접근 변화가 필요합니다.

셋째, 교육적인 학교폭력 대응체계 구축을 위해서는 갈등 조정과 해결에 대한 전문 교사가 양성과 배치가 필요합니다. 교육부는 교육 3주체의 학교폭력 예방 역량 강화를 위해 어울림 프로그램 개발과 보급, 학교문화 책임규약 전국 학교 도입, 어울림 더하기 우선 도입과 사회정서교육 집중 운영을 위한 어울림 학기제 도입 등을 제시하였습니다. 사회정서역량 교육도 이를 위한 진단 도구 개발도 꼭 필요한 일이나 이를 수행할 전문교사가 학교에 없다면, 어울림 더하기 프로그램도 그간 형식적으로 시행해 온 수많은 범교과 학습 수준에 그치로 말 것입니다. 학교는 이미 범교과 교육 시수가 과도한 상태인데 여기에 담임과 교과교사에게 사회정서교육 집중 운영을 위한 마음학기제 운영을 맡기는 방식은 업무 과중만 유발할 뿐입니다.

위기 및 피‧가해학생 맞춤형 통합 지원 강화도 마찬가지입니다. 전담지원관의 확대도 필요하겠으나, 단위학교 안에서 갈등을 해결하고 사안에 따라 학교 밖 기관과 적극적으로 연계할 전문 인력이 학교에 상주하지 않는다면 학생통합맞춤 지원 효과는 미미할 수밖에 없습니다. 

교육공동체의 역량을 증진하고, 교육적인 학교폭력 대응체계를 구축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갈등 조정과 해결에 대한 전문 교사가 양성과 배치입니다. 어울림 학기제든, 학생맞춤형 통합지원이든 교사에 대한 의무 연수를 단순히 추가하고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방식으로는 그 한계가 명확합니다. 학교 내 전문교사를 비롯한 전문 인력을 양성하여 배치하기 위한 행‧재정 지원 방안이 필요합니다. 

학교폭력은 단순한 ‘사건 처리’가 아닌, 학생의 삶과 관계를 회복시키는 교육의 문제입니다. 이번 제5차 기본계획이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관계회복 프로그램 고지 의무화, 엄벌식 조치 완화, 갈등 해결 전문교사 양성과 배치, 이를 위한 행‧재정 인프라 재정비 등 구조적 보완이 반드시 뒤따라야 합니다. 좋은교사운동은 앞으로도 교육적 해결을 위한 회복적 전환이 학교 현장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계속 목소리를 내겠습니다.
2025. 5. 7.
좋은교사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