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 로드맵 조정안’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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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 로드맵 조정안’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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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부의 로드맵 조정안, AI 디지털 교과서 졸속 도입에 대한 현장 우려를 해소하지 못함.
▶ AI 디지털 교과서를 교육격차와 양극화 해소의 핵심 수단으로 보는 것은 AI에 대한 과도한 환상일 뿐임.
▶ 수포자, 영포자 학생 곁에 필요한 것은 AI 디지털 교과서가 아닌 전담교사
교육부는 지난 29일(금) AI 디지털 교과서 검정 심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향후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 로드맵 조정안을 함께 발표하였습니다. 조정안은 기존 로드맵에서 AI 디지털 교과서 개발 과목 수를 조정하고 도입 연도를 일부 순연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러나 과목 수 조정과 도입 연도 일부를 순연한다 하여 지금껏 현장에서 제시한 AI 디지털 교과서의 졸속 도입에 대한 우려가 해소된 것은 전혀 아닙니다.

우선, 이주호 장관은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에 대한 현장의 우려에 대해 “가보지 않은 길이기에 걱정과 우려가 있을 수 있다” 하였습니다. 현장 교사들의 우려는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우려가 아니라 교육 현장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정책에 대해 현장의 의견은 수용하지 않고 과도한 속도로 정책을 밀어붙이는 교육부 자체에 대한 우려입니다.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에 따른 디지털 기기 오남용과 문해력 저하의 문제, AI 디지털 교과서의 효과성 문제, AI 디지털 교과서의 법적 지위 및 관련 정책 추진을 위한 예산 확보의 문제, 교사 1만 명 개인정보 유출과 같은 개인정보 문제, 학습정보 수합에 대한 동의와 활용 문제 등 지금껏 AI 디지털 교과서 정책 추진 과정에서 드러난 우려에 대해 교육부는 어느 것 하나 현장이 만족할 만큼의 답을 주지 못하였습니다. 이주호 장관은 현장의 우려를 그저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우려로 평가하기 전에 AI 디지털 교과서에 대한 우려를 교육부 자체가 만들어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아야 할 것입니다.

둘째, ‘AI 디지털 교과서를 통한 맞춤 교육 실현, 맞춤 교육을 통한 교육격차 해소, 교육격차 해소에 따른 사회 양극화 타개의 핵심 정책’ 등으로 이어지는 이주호 장관의 AI 디지털 교과서에 대한 인식은 AI에 대한 과도한 만능주의일 뿐입니다. 발전하는 AI 기술을 교육에 접목하는 일은 필요한 일이며, AI 디지털 교과서를 학생의 배움을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좋은 도구로 발전시켜 나가야 하는 것 또한 필요한 일입니다. 그러나 AI 디지털 교과서 정책이 교육격차를 해소하고 사회 양극화 문제를 해소하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오히려 디지털 격차가 교육격차로 이어지는 소외 계층에 대해 우선 적용하는 정당한 차별 정책을 펼쳤어야 했습니다. 

또한 교육격차와 양극화 타개의 핵심은 AI 디지털 교과서에 있지 않으며 과도한 입시 경쟁 교육의 해소에 있습니다.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교육 난제는 도외시하며 AI 디지털 교과서를 교육격차 해소의 만능열쇠로 인식하는 것은 AI에 대한 과도한 환상일 뿐입니다.

셋째, 교육부는 AI 디지털 교과서가 수포자, 영포자 등 기초학력 미달 학생들에게 학업에 대한 흥미를 잃지 않게 하고 학습을 포기하지 않도록 할 수 있다 하였습니다. 또한 지금이야말로 교육격차를 해소해야 할 골든타임이라고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AI 디지털 교과서가 기초학력 미달 학생의 학습 곤란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다는 인식은 막연한 기대일 뿐입니다.

미국의 경우 2022~2023년에 장애인 교육법(IDEA)에 따라 특수교육을 받은 3~21세 학생 수는 750만 명으로 공립학교 학생의 15%였습니다. 특수교육을 받은 학생 중 가장 흔한 장애 범주는 학습장애(32%)였습니다. 전체 공립학생의 4.8%에 해당하는 숫자입니다. 국립특수교육원의 자료에 의하면 2024년 우리나라 특수교육 대상 학생은 2.03%입니다. 학습장애 학생은 특수교육 대상자의 0.9%입니다. 전체 학생의 0.02%에 불과합니다. 이 정도의 수치라면 우리나라에서 학습장애의 어려움을 가지고 있는 학생들은 방치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미국 정신의학회의 기준에 의하면 한국 학생의 13.5%가 느린 학습자에 해당하는 ‘경계선지능’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여기에 포함되는 학생들에게도 학교가 적절한 지원을 해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미국과 같은 비율로 추정하면 학습장애 학생과 경계선지능 학생을 합쳐 18.3%는 특별한 학습지원이 필요한 학생들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난 6월 교육부가 발표한 2023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에서 고2 수학 과목의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16.6%, 영어 과목은 8.7%로 나타났습니다. 우리나라의 수포자와 영포자의 대부분은 학습장애와 경계선지능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데 AI 디지털 교과서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학습데이터에는 AI를 학습시킬 때 학습장애나 경계선지능을 가진 학생들에 대한 데이터가 없기에 AI는 학습장애를 가진 이들과 느린 학습자들을 게으른 학습자로 오해하여 진단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제된 학습데이터가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만들어진 AI 디지털 교과서가 수포자, 영포자 지도에 만능이 될 수 없습니다.

교육부가 진실로 지금을 기초학력 미달 학생 문제 해결을 위한 골든타임이라고 생각한다면 막대한 예산을 들여 AI 디지털 교과서를 도입할 것이 아니라 기초학력 미달 학생 곁으로 교사를 더 배치하여야 할 것입니다. 수포자, 영포자로 지칭한 학생들은 교육부의 바람대로 교실 책상에 앉아서 AI가 알려주고, 안내해 주는 학습 경로를 그대로 따라갈 수 있는 학생들이 아닙니다. 교육부는 이들 학생들이 책상 앞에 앉아 디지털 기기의 전원을 켜 AI 교육 기술과 쉽게 만날 수 있을 것이라 예정합니다. 그러나 이들 학생은 낮은 학습 동기, 학습에 대한 무력감, 낮은 학습 성취에 따른 심리‧정서상의 종합적인 어려움을 안고 있기에 AI 디지털 교과서의 학습 경로를 따라가기 어려운 학생들입니다. 책상에 앉아 있는 것조차 힘든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AI 디지털 교과서가 아니라 이들 학생들을 종합적으로 지도해 줄 수 있는 사람, 즉 기초학력 전담교사들입니다. 지금은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을 위한 골든타임이 아니라 교사 정원을 확보해 기초학력전담교사 배치 수를 늘려야 하는 골든타임입니다.

넷째, 이번 로드맵 조정안에는 AI 디지털 교과서 관련 예산에 대한 로드맵이 없습니다. 현장에서는 AI 디지털 교과서에 대한 구독료와 향후 정책 추진을 위한 막대한 예산 확보 문제에 대해 끊임없이 우려를 제기했습니다. 특히 시도교육청은 세수 부족으로 교부금이 줄어 힘겨운 상황에 막대한 구독료까지 떠안게 될 수 있어 재정적으로 심각한 어려움을 직면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주호 장관은 질의응답 과정에서 ‘시중에서 돌고 있는 수조 원에 달할 것이라는 예측보다 훨씬 낮은 수준인 1조 원 미만이 될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고 답변하였습니다. 그렇다면 1조 원은 적은 금액입니까? 고교 무상교육 예산 확보, 유보통합 추진에 따른 재원 확보, 세수 감소에 따른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축소 등으로 전국의 교육청마다 교육 예산 부족 문제가 심각합니다. 1조 원은 적은 돈입니까? 1조 원 이하면 이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도 된다는 것입니까? 과목 일부 조정과 도입 일정 순연된다 하여 AI 디지털 교과서에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것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교육부는 AI 디지털 교과서 과목 조정과 도입 연도 순연을 발표하였지만 교육부의 이번 발표로 현장의 우려가 해소된 부분은 없습니다. 교육부의 강행 의지만 드러났을 뿐입니다. 교육부가 AI 디지털 교과서 정책을 과도하게 밀어붙이면서 오히려 지금은 AI 디지털 교육의 장점들이 퇴색되는 형국입니다. 이주호 장관은 AI 디지털 교과서의 현장 안착을 막고 있는 원인이 교육부 때문인 것은 아닌지 성찰해야 할 것입니다. 지금은 AI 기술을 학생의 배움과 교사의 지도에 좋은 도구로서 어떻게 접목시킬 것인지 사회적 숙의를 모아 지속적이고 종합적인 교육 개혁안을 마련해야 할 때입니다.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닫고 속도전으로 밀어붙이는 정책이 현장에 안착할 리 없습니다.
2024. 1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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