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공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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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공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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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사고-외고-국제고와 상대평가가 존치하는 체제에서는 공교육 경쟁력은 약화되고 사교육은 폭증할 것임.
▶ 정시 40% 반영 권고 조치 해제와 수능+내신 절대평가 전환 같은 선결 과제 해결 필요
▶ 지금 강화해 할 것은 맞춤형 학업성취도평가 전체 참여가 아니라 정확한 진단 시스템 개발과 전문적 지원 체제 마련임.
교육부는 21일 초3, 중1 맞춤형 학업성취도평가 전체 참여 권고, 자사고-외고-국제고 존치, 고1 공통과목 석차 9등급 병기 유지 등의 내용을 담은 공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이번 발표안의 가장 큰 문제는 자사고-외고-국제고 존치입니다. 공교육 경쟁력 제고와 사교육비 경감은 맞물릴 수밖에 없습니다. 공교육 경쟁력이 올라가면 당연히 사교육은 감소합니다. 대통령의 “공교육 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내용 출제 배제” 발언으로 인해 수능 난이도 논란이 일고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혼란이 이어지자, 당정협의회 후에는 수능 킬러 문항 배제로 사교육비를 경감하겠다는 발표도 있었습니다. 수능 킬러 문항 배제로 사교육비가 잡힐 리도 만무하지만, 킬러 문항보다 더 심각한 사교육비 폭증과 공교육 경쟁력 약화의 주된 원인인 자사고-외고-국제고를 다양화를 명분으로 존치시킨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정책입니다.

자사고-외고-국제고의 2025년 일반고 일괄 전환 정책을 ‘고등학교 유형 단순화 정책’으로 정의하고, 소모적인 서열화 논쟁을 일으켜 고교교육 혁신을 미흡하게 만든 원인으로 꼽은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합니다. 오히려 이번 존치 결정이 우리 사회를 더 소모적인 논쟁으로 이끌 것이며, 고교 서열체제는 더욱 견고해질 것입니다.

자사고-외고-국제고가 학교 설립 목적을 달성하기보다 상급학교 진학의 도구로 전락하면서, 고교 서열화 문제는 더욱 심각해졌고 일반고의 교육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교육 시장에서는 초등 저학년 단계에서부터 이들 학교 진학 대비반이 생기기도 하였습니다. 다양한 계층의 학생이 함께 모여 공동체성을 키워야 할 시기에 성적으로 줄을 세우는 것은 장기적으로 상호 이해의 민주주의에 큰 해가 될 것입니다.

특히 이들 학교로 인한 고교 서열체제가 그대로 유지된 상태에서 절대평가를 실시하는 고교학점제가 2025년에 전면 시행되면, 이들 학교에 대한 쏠림 현상과 사교육 폭증은 더욱 심각해질 것입니다. 더구나 고1 공통과목에 대한 절대평가 전환은 없던 이야기가 되고 석차 9등급제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으니 고교학점제 또한 기형적 운영이 불가피해졌습니다. 고교 내신과 수능 모두 어떤 변화도 없이 견고한 상대평가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게 되었습니다. 촘촘한 한 줄 세우기 상대평가 체제와 고교 서열체제를 견고히 하는 정책 기조 속에서 기본 인성교육 강화나 디지털 기반 교실수업 혁신은 현장에서 아무런 변화를 이끌어낼 수 없을 것입니다.

공교육 경쟁력을 제고하고 사교육을 경감할 수 있는 선결 과제는 현행 서울 소재 주요 대학에 대한 정시 40% 반영 권고 조치 해제와 수능+내신 절대평가 전환 조치입니다. 고교 서열체제가 견고해지고, 촘촘한 한 줄 세우기 상대평가 체제가 여전한 상태에서, 이번에 발표한 공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은 그야말로 밑 빠진 독에 퍼붓는 한 줌 물에 불과합니다. 아무리 기초학력에 대한 국가책임을 강조하고, AI 에듀테크 기반 맞춤교육을 도입한들 결국 달라지는 것은 없을 것입니다. 독에서 물이 빠지는 근본 원인에 대해서는 어떠한 조치도 없기 때문입니다.

이번 공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 중 ‘초3, 중1 맞춤형 학업성취도평가 전체 학생 참여 권고’ 또한 우려스럽습니다.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평가가 얼마나 정확하게 학생들의 학습결손 상태를 진단하고 정확하게 지원해 주는지 그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전체 학생이 참여하도록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현재 기초학력 진단평가 및 기초학력 진단-보정 시스템이 있지만, 기초학력 진단평가는 학습지원 여부만 판별해 주고 있으며, 진단-보정 시스템은 그 효과성이 부족해 현장 교사들로부터 외면받고 있습니다. 지난해 좋은교사운동의 기초학력 진단-보정 시스템 활용 실태를 묻는 설문에, 별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33%(145명),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는 45%(199명)로 나와 응답자의 78%(344명)가 활용도가 낮은 것으로 응답했습니다. 

전수평가로 실시하던 학업성취도평가를 표집평가로 전환한 것이 마치 기초학력 미달 비율의 증가 원인으로 진단한 현실 인식에 대해서도 깊은 유감을 표합니다. 중요한 것은 전수평가나 대상 확대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예리하고 정확한 진단 시스템과 맞춤형 지원입니다. 학습결손의 원인과 정도를 정확하게 진단해 내지 못하는 평가 체제를 가지고 그 평가 대상을 전체 학생으로 확대한다 한들 부족한 기초학력이 올라갈 리 만무합니다. 지금의 학습지원 정책이 나아지지 않는 이유는 지원 대상 학생을 못 찾아서가 아니라, 어떻게 지원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학습결손을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는 시스템 개발과 이에 따른 지원 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입니다. 맞춤형 평가라 이름하였는데, 현재 누가, 어떤 학습자료로, 언제, 어떤 방식으로 지원이 이뤄지는지 살펴보십시오. 맞춤형이라 이름하였지만 이는 막연한 지향일 뿐, 현장은 맞춤형 지원 체계가 전혀 준비되어 있지 못합니다. 

좋은교사운동은 이번 교육부의 발표는 공교육 경쟁력 약화에 대한 근본 원인을 도외시한 방안으로 공교육 경쟁력 제고에는 실효성이 없는 정책이라 평가하며, 다음과 같이 촉구합니다.

첫째, 자사고-외고-국제고를 예정대로 2025년에 일괄 일반고로 전환하십시오.

둘째, 고1 공통과목 석차 9등급제를 폐지하십시오. 제대로 된 고교학점제 시행을 위해 정시 40% 권고 철회와 수능 절대평가 전환을 약속하십시오.

셋째, 맞춤형 학업성취도평가 전체 참여 확대에 앞서 정확한 진단 시스템 개발과 전문적 지원 방안을 마련하십시오.
2023. 6. 21.
좋은교사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