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교육부는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와 함께 모든 학생을 위한 교육안전망 강화 방안을 발표하였습니다. 지난 1학기의 코로나 대응에 대한 진단과 성찰을 바탕으로 학생들의 학습과 방역, 돌봄에 필요한 부분들을 보완하고, 발전시키는 방안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여러 교원단체와 현장의 목소리들이 이번 3대 안전망에 반영되었다 생각합니다.
1. 방역 안전망과 관련하여
알림 기능을 탑재한 자가진단 앱 제공, 교육(지원)청에 감염병 방역 분야 전문가 배치, 학교방역지원 소통채널 운영, (기초)지자체와 연계한 학교 방역 활동 인력 지원, 학교 심리 방역체계 강화 등은 현장의 목소리를 담은 보다 발전한 방안들입니다.
2. 학습 안전망과 관련하여
AI를 활용한 학습 관리 프로그램, 기초학력 부족 학생을 위한 1:1 또는 소그룹 맞춤형 대면 지도 확대, 기초학력 집중 지원을 위한 기초학력 담당교원 배치 추진, 교육용 콘텐츠 통합 플랫폼 개통 등의 조치도 현장의 학습 안전망을 보다 든든히 해줄 것입니다.
3. 돌봄 안전망과 관련하여
학교와 지역사회가 연계하여 지자체가 돌봄을 운영하는 협력 사업 추진, 초등 돌봄교실 온라인 신청 시스템 구축 등도 늘어나는 돌봄 수요를 생각할 때 긍정적으로 평가받을 만합니다.
교육부가 이번에 발표한 방역‧학습‧돌봄 3대 교육안전망이 보다 촘촘하고 든든한 안전망이 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추가 조치들이 필요합니다.
하나, 자가진단 앱에는 알림 기능뿐 아니라 통계 기능도 필요합니다.
좋은교사운동은 지난 3월부터 자가진단 앱 개발을 요청하였습니다. 너무 늦은 감이 있습니다. 이미 현장은 링크 주소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자가진단에 참여하기 때문입니다. 앱 개발 후 모든 학생과 학부모가 이 앱을 설치하도록 안내해야 하는 또 하나의 업무가 생길 것입니다. 1학기 동안 자가진단 독촉과 참여율 통계 업무로 현장이 겪었던 어려움을 생각하면, 알림 기능뿐만 아니라 자가진단 참여자 수 자동 통계 기능도 탑재되어야 합니다. 단위학교의 교육청 보고 없이도 앱 자동 통계 처리, 학생‧학부모 동시 접속 허용 등의 기능이 들어가야 합니다. 앱 개발에 따른 개인정보에 대한 엄격한 관리 또한 필요합니다. 앱 개발은 초‧중‧고 학생의 연령대를 고려해야 하며, 특히 초등학생용 앱의 경우 자가진단 앱 사용 빈도가 학생에게 흥미와 참여를 유발할 수 있는 형태로 개발되어야 할 것입니다.
둘, 중‧고등학교 학습 안전망을 위해서는 다양한 보충학습 형태의 대면 지도가 필요합니다.
초등 1~2학년을 대상으로 한 AI 활용 학습 관리 프로그램 활용(‘똑똑! 수학탐험대’, ‘한글 또박또박’)은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이 자기 학습 수준에 맞춰 제공되는 학습 도구를 활용할 수 있게 한다면, 강화되는 대면지도와 함께 초등 1~2학년의 학습지원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초등의 에듀테크 멘토링 사업, 수석교사 활용 1:1 컨설팅 등 중‧고등학교 학습 안전망 지원 부분은 학습지원의 효과가 그리 높지 않아 보입니다. 학생들은 잘 알지 못하는 교사들과 만나서 1:1 상담 받는 것을 선호하지 않습니다. 또한 고등학교 과정의 학습격차 문제는 입시 문제와 교육과정 적정화와도 연결되어 있기에, 1:1 컨설팅만으로 벌어진 학습격차를 줄이는 데에는 많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격교육으로 인한 학습공백을 메우는 일에 교육계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습니다. 가장 효과적인 지원은 자기 학교 교사와 학생이 만나는 것입니다. 따라서 방역 지침을 준수하는 선에서 1:1 또는 소그룹 대면지도는 확대 추진되어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방과후학교 형태를 비롯한 다양한 형태의 소그룹 보충학습이 이뤄질 수 있도록 단위학교 차원의 노력도 필요합니다.
아울러 교사들이 블렌디드 러닝에 집중할 수 있도록 방역과 수업을 제외한 업무들은 지속적으로 경감되어야 할 것입니다.
셋, 기초학력 담당 교원 배치는 반드시 전담교사 배치로 이어져야 합니다.
기초학력 집중 지원을 위한 담당교원 배치는 배치되는 교원의 성격에 따라 그 효과가 달라질 것입니다. 전남교육청 사례처럼 학습지원을 전담하는 전담교원이 배치될 경우 지원의 효과가 가장 높습니다. 반면, 기존 교사들 중에 한 명을 지정해서 업무 담당자로 부과할 경우 다른 수업을 하면서 학습지원 업무를 하게 되어 그 효과 면에서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교육부의 기초학력 담당교원 배치 정책은 별도의 전담교사 배치 형태로 이어져야 합니다. 향후 교육부는 전담교사 양성과 배치에 있어 전담교사의 전문성 확보를 위한 연수 과정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기초학력 보장을 위한 법령 제정이 필요하며, 현재 21대 국회에서 논의되는 기초학력 보장법안의 ‘학습지원 담당교원’을 ‘학습지원 전담교원’으로 수정하여 전문성 높은 교사를 중심으로 학습지원대상자를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학교 시스템을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넷, 온라인 교과서 사업은 고비용 저효율 사업입니다.
온라인 교과서 사업은 과거 디지털 교과서 사업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고비용 저효율 사업입니다. 기본 인프라 구축과 디지털 디바이스 보급에도 막대한 예산이 들어, 향후 일반화하기에도 어려운 사업입니다. 또한 교사가 사용할 온라인 교과서 편집 소프트웨어의 질도 담보하기 어렵습니다. 애플사에서 이미 개발한 iBooks Author처럼 직관적이고 사용자 중심의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낼 수 있는지도 의문이며, 이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디지털 디바이스를 한정된 예산 안에서 시범학교 학생 모두에게 제공할 수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초기 구입 및 유지 관리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입니다. 온라인 교과서 사업에 대해서는 전문가와 현장의 의견 수렴, 지난 디지털 교과서 사업에 대한 성찰을 바탕으로 재검토되어야 할 것입니다.
모든 학생들을 위한 교육 안전망은 교육부의 노력만으로는 만들어질 수 없을 것입니다. 이번 3대 안전망 발표를 계기로 교원단체는 물론 교육 3주체들의 지혜를 모아 보다 안전하고 든든한 교육 안전망이 우리 사회에 자리 잡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