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종일 돌봄체계가 제대로 마련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원칙이 필요합니다.
첫째, 돌봄 서비스를 제공받는 아동과 양육 책임자에게 보다 질 높은 서비스가 제공되어야 합니다. 질 높은 서비스라 함은 아동의 안전하고 안정적인 보육 환경, 시간의 공백 없는 보육 서비스, 아동의 정서적 안정과 휴식의 보장 등입니다.
둘째, 돌봄 서비스를 담당하는 기관은 학교의 본 사무 추진 체계와 분리되어야 합니다. 학교 교육을 담당하는 교무부에서 돌봄 인력을 관리하고, 수업을 담당하는 교사에게 돌봄 업무를 부과하는 것은 학교 교육도 약화시키고, 돌봄 서비스의 질도 떨어뜨리게 됩니다.
셋째, 돌봄을 전담할 일원화된 행정 체계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현재와 같이 돌봄의 일부를 각 부서에서 나누어 분담하는 것으로는 촘촘한 돌봄 서비스망을 만들 수 없습니다.
넷째, 지속가능하고 종합적인 온종일 돌봄체계가 필요합니다. 코로나-19와 같은 재난상황이 되더라도 안정적으로 돌봄 서비스를 체계적으로 제공할 상시적이고 정규적인 돌봄 체계가 필요합니다.
질 높은 온종일 돌봄체계 운영·지원, 이렇게 해야 합니다.
첫째, 돌봄 정책, 방과후 정책, 청소년 활동 정책을 총괄할 일원화된 행정체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좋은교사운동은 2018년에 진행된 돌봄 관련 토론회를 통해 해당 지역의 아동 청소년의 돌봄과 방과후를 총괄할 학교방과후 공단(가칭)과 같은 중간 기구의 필요성을 제기하였었습니다. 이와 같은 형태의 일원화된 행정체계를 통해 시설 설치, 인력 채용 및 관리, 프로그램 운영이 이루어져야, 아동과 양육자들이 예측 가능한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습니다.
둘째, 법률로서, 지속가능하고 안정적인 온종일 돌봄체계의 청사진을 제시해야 합니다. 우리 사회의 돌봄 서비스가 어떤 체계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지가 법안을 통해 제시되어야 할 것입니다. 지금과 같이 학교가 교육과 보육을 동시에 떠맡고 있는 구조에서는 교육과 보육의 질 모두를 낮추는 결과가 만들어집니다.
셋째, 학교 옆에 돌봄과 방과후 센터를 연결해 건립함으로써, 아동과 보호자들이 믿고 맡길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합니다. 학교 옆에 돌봄과 방과후 센터가 존재한다면, 하교 후에 보호자들이 특별히 신경 쓰지 않아도 아동들 스스로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게 됩니다. 안전을 지도할 인원만 배치된다면 큰 문제없이 이동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교육활동 시설과 보육 시설의 분리는 아동의 정서적 안정에도 도움이 됩니다. 시설이 분리되지 않을 경우에 하루 종일 학교 건물에서 보내야 하는 아동의 스트레스가 매우 높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학교 시설 복합화 사업 시행 시 교육 시설과 분리된 보육 시설을 포함시킬 것도 고려될 수 있을 것입니다.
넷째, 돌봄 문제 해결을 위해 단기, 중장기, 장기적인 관점에 따른 각각의 대책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 단기적으로는 학교 돌봄 업무 추진을 위한 충분한 재정적 지원과 별도의 인력 배치가 필요합니다. 교사를 돌봄 업무로부터 분리시킬 대책이 제시되어야 할 것입니다. - 중기적으로는 학교의 시설 일부를 활용하더라도 별도로 운영되는 돌봄센터가 만들어져야 합니다. 학교 안에 존재하는 병설 유치원은 유아교육법과 초중등교육법 등 적용되는 법체계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큰 부작용 없이 학교에서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는 시설을 분리하고 운영 체계와 인력의 분리가 이루어졌기 때문입니다. 병설 유치원 운영 체계와 같은 병설 돌봄센터 구성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 장기적으로는, 기존 학교 주변에 교육 시설과 분리된 별도의 시설을 학교 주변이나 복합 건물에 만드는 것입니다. 향후 학교를 신설할 때, 바로 옆에 방과후돌봄센터 설치를 의무화하고 독립된 운영 주체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이것이 아동의 정서적 안정과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돌봄 서비스 제공, 학교 교육의 정상화를 모두 충족할 수 있는 종합적인 대책이 될 것입니다.
질 높고 안정적인 돌봄체계 마련은 우리 모두가 함께 해결해야 할 사회적 과제입니다. 믿고 맡길 수 있는 돌봄 체계의 구축은 우리 사회의 안정성과 영속성을 위한 중차대한 사회적 과제입니다. 마을마다 경로당이 있듯이, 돌봄센터 또한 그렇게 운영되어야 합니다. 지금껏 학교에 맡겨 임시방편으로 운영한 대책을 벗어나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돌봄 시스템 마련에 정부 당국과 국회가 나서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여러 교원단체, 학생, 학부모 단체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야 할 것입니다. 이번 권칠승 의원 등 11인의 법률안 제출을 계기로 무엇이 질 높고 안정적인 돌봄이 가능하도록 하는 돌봄체계인지에 대한 균형 잡힌 논의가 진행되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