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6주기입니다. 안타깝게 희생당한 304명의 희생자들을 기억하며 애도합니다. 사랑하는 자녀와 가족을 잃고 고통의 시간을 보내온 유가족 분들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좋은교사운동은 우리의 제자였던 250명의 학생들, 그리고 학생들 곁에서 끝까지 함께하며 교사의 길을 보여 주신 존경하는 12분의 선생님들을 기억하며 안타까운 희생이 헛된 희생이 되지 않도록 하는 사회적 노력에 적극 동참하고자 합니다. 또한 생존하였지만 깊은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오신 선생님과 학생들의 삶의 평안과 회복을 위해 기도하며, 우리 사회가 함께 관심을 갖고 돌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세월호가 온전히 기억되기 위해 반드시 참사의 진상을 명명백백히 밝히기를 촉구합니다. 사고의 원인과 구조의 실패 원인, 구조 과정의 문제점, 참사 이후에 진상규명을 덮기 위한 거짓까지 드러내고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이 피해 회복, 재발 방지의 첫걸음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재난은 피할 수 없을지라도, 재난이 일어날 가능성을 줄이고, 재난의 피해자를 줄이며, 재난에 대응하는 우리 사회의 역량을 키움으로써 보다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 안타까운 희생을 헛된 희생으로 만들지 않을 살아남은 자의 책무이기 때문입니다.
세월호에서의 희생은 우리 모든 사회 구성원에게 각자의 맡은 자리에 충실할 것을 명령합니다. 세상의 모든 직업과 직종, 직위는 그 일의 대상이 되는 이들의 삶을 지키고 돕는 일로서 그 가치가 있습니다. 각자가 맡은 자리에서 책임을 다하지 못할 때 많은 사람의 삶과 안전을 위협할 수 있음을 세월호 참사는 우리에게 이야기해 주고 있습니다. 좋은교사운동은 교사의 직이 천하보다 귀한 학생들 한 명 한 명을 가르치는 자리에 서 있음을 자각하고, 모든 학생들을 존엄하게 여기고 사랑하며, 학생들이 자신의 꿈과 재능을 계발하고 실현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일, 학생들의 삶을 가꾸고 돌보는 일에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세월호에서의 희생은 생명보다 우선하는 가치가 없음을 우리에게 가르쳐 줍니다. 교육에서도 학생들의 삶과 생명에 우선하는 가치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우리 교육은 학생 한 명 한 명의 삶과 생명의 가치보다 입시 경쟁에 지배를 받고 있습니다. 입시 경쟁에 압도되어 배움의 기쁨을 누리고, 평화로운 관계 속에서 건강한 공동체를 배우고 경험하며 자기 자신에 대해 알아가며 성장하는 교육의 본질을 추구하기 어려운 학교 현실입니다. 이 현실을 넘어서지 못한다면, 6년 전 ‘가만히 있으라!’는 거짓 방송을 반복하는 일입니다. 학생들을 점수 경쟁에 매달리게 하는 대학 입시와 이런 입시를 요구하는 대학 체제에 대한 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당면 과제이며, 입시 경쟁에 고통당한 어른들이 같은 고통을 아이들이 겪지 않도록 해야 할 사회적 책무입니다.
총선거를 통해 21대 국회를 책임질 의원들이 선출되었습니다. 교육 제도를 이야기할 때, 그 어떤 가치보다 아이들의 삶과 생명의 가치를 고려해 주시기를 촉구합니다. 한 아이의 존재가 그 누구와 비교되어 서열이 매겨지는 교육은 야만의 교육입니다. 현실이 그렇다하여 이를 맹목적으로 수용하는 것은 ‘가만히 있으라!’는 거짓 메시지를 아이들에게 강요하는 일임과 동시에 수많은 아이들의 존재의 존엄을 손상시키는 일이며, 이는 곧 생명을 위협하는 일임을 기억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세월호에서의 희생이 새로운 국회의원들에게 던지는 준엄한 명령임을 기억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 번, 세월호 참사의 피해자 304명의 희생을 애도하며, 피해 유가족 분들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동시대를 살아가며 세월호 참사에 같은 아픔을 느끼고, 기억의 싸움에 동참해 오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잊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