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세월호 참사 5주기에 부쳐
1. 4․16 세월호 참사 5주기입니다. 사랑하는 자녀와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에게는 어떤 말로도 설명할 수 없는 고통의 시간입니다. 특별히 학생 250명과 교사 12명을 잃은 이 날은 우리 교육에 크나큰 아픔과 상처의 날입니다. 좋은교사운동은 온 국민과 함께 유가족들의 아픔에 동참하며, 세월호 사건을 온전히 기억하는 참사 5주기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2. 세월호 참사가 제대로 기억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참사의 진상을 명명백백하게 밝혀내야 합니다. 사고가 왜 일어났는지, 사고 직후에 시간이 있었음에도 왜 구조에 실패했는지, 실패한 구조를 감추기 위해 어떤 시도가 있었는지를 분명하게 밝혀서, 책임 있는 사람들이 제대로 책임을 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참사의 진실을 규명하는 것은 피해 회복의 첫 출발이며, 동시에 우리 사회가 더 안전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첫 출발이기 때문입니다.
3. 세월호 참사는 ‘가만히 있으라.’ 식의 교육을 멈출 것을 우리 교육계에 과제로 던졌습니다. 이것은 학생들을 소중하고 개별적인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할 것을 요구하는 교육이요, 학생이 단지 학습의 대상자가 아닌 학습의 주체이며, 모든 학생이 자기 능력과 적성에 따라 배울 수 있는 교육을 해 줄 것을 요청한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교육은 5년 전과 비교해서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습니다. 여전히 대학 입시 중심의 획일적인 교육, 성적 경쟁의 비인간적인 교육이 학교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2018년 대입 제도 개선 과정에서도 학생 한 명 한 명이 존중받으며 각자의 개성과 재능을 존중할 수 있는 교육보다는 학교 교육에 미칠 영향은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대입에서 객관적으로 변별할 수 있는 입시만을 고집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교육당국도, 사회 일반도 대학 입시와 상관없이 학생들에게 새로운 것을 배우는 기쁨과 평화로운 관계를 누릴 수 있는 학교를 만드는 일을 머나먼 미래의 일로 넘겨버렸습니다. 다시 오지 않을 학창시절의 행복을 확실하지도 않은 미래를 위해 유보시키라며 강요하는 것이 우리 교육의 현실입니다. 여전히 ‘가만히 있으라’입니다. 세월호 참사의 피해자들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라도 우리 교육은 한 학생, 한 학생의 삶과 꿈을 소중하게 다루는 학생 중심의 학교를 꼭 만들어 내야 합니다.
학생들이 지금 이 순간 행복하게 사는 것은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학생의 권리입니다. 좋은교사운동은 친구들과의 깊은 우정을 나누고, 행복하게 배우는 기쁨을 맛볼 수 있는 학교교육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4. 세월호 참사의 피해 회복은 단순히 진상규명을 하는 것만으로 부족합니다. 가족을 잃은 유가족의 트라우마, 같이 여행을 하다가 친구와 동료를 잃은 생존학생들과 생존 교사의 트라우마, 학교에 남아 있다가 비보를 접했음에도 아무 일도 할 수 없는 무기력 앞에 좌절했던 선후배들과 교사들의 트라우마, 한꺼번에 이웃을 잃어버린 지역 주민의 아픔 등, 남아있는 사람들 맘 속에 새겨진 깊은 트라우마를 치료하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4․16안전생명공원의 차질없는 시행을 통해 우리 사회가 보다 안전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는 주춧돌이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5. 좋은교사운동은 보다 나은 교육을 만들기 위해 현장 교사들과 함께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침몰하는 배 속에서 아이들을 끝까지 지켜내고자 했던 열 두 분 선생님들의 길을 따라, 아이들 곁을 지키는 교사의 본분을 끝까지 지켜내겠습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2019. 4. 16
(사) 좋은교사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