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 논평] 모든 아이들을 위한 한글교육을 제안합니다
1. 10월 9일은 한글창제 및 반포를 기념하는 한글날입니다. 세종대왕은 애민정신을 바탕으로 모든 백성이 가장 쉽게 배울 수 있는 문자를 만들었습니다.
2. 한글을 반대하여 상소를 올렸던 최만리조차도 “매우 신기하고 기묘하여, 새 문자를 창조하시는데 지혜를 발휘하신 것은 전에 없이 뛰어난 것입니다(諺文制作, 至爲神妙, 創物運智, 夐出千古)”라고 했습니다. 또한 하버드대학교 교재에서도 한글에 대하여 “이 보다 더 간단하게, 이보다 더 과학적으로 발명된 문자는 없다.(Hangul is perhaps the most scientific system of writing in general use in any country)“ 라고 했을 정도입니다.
3. 하지만,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의 애민정신이 오늘날 우리 교육에서 잘 계승되고 있는지 진지하게 돌아보아야 합니다. 영유아 사교육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 중에 하나가 한글교육이며, 어느덧 한글교육은 학교 가기 전에 학부모가 반드시 책임져야 하는 ‘학부모 의무교육’이 되었습니다.
4. 자세히 보면 더 심각합니다. 2000년 OECD 문해율 조사에서 우리나라는 최하위 수준이었고, 2015년 교육부 자료에 의하면 학령기 학생 중에 난독 위험군의 5% 정도이지만, 아직 아무런 대안이 없습니다. 또한 2014년 다문화 가정의 중학생은 ‘국어 기초학력 미달’이 일반 학생의 6배가 넘는 16%나 됩니다. 학령기 이전 다문화 가정 아동의 상당수가 이미 언어 발달이 지체되어 있기 때문에 초등학교 입학 이후 읽기 발달이 우려되고 있지만, 다문화 중심학교의 다수는 다문화 이해교육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지금 학교 현장에는 다문화 가정 학생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 뿐 아니라 경제위기 이후 심화된 사회경제적 소득격차 심화에 따른 양극화와 이혼율 증가의 여파는 어린 아이들에게도 찾아왔습니다. 홀로 방임된 아이들과 아동 학대가 계속 늘어나고 있고, 이 아이들 중 상당수에서 언어 발달에 심각한 결손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이대로 가면 향후 가장 우수한 문자인 한글을 쓰는 나라에서 ‘국어 기초학력 미달’은 몇 배로 증가할 것입니다.
5. ‘조용한 위기’가 아이들과 학교 현장에 찾아온 것입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학교 현장에서 교육경력이 많은 교사는 하나 같이 “예전보다 오늘날 아이들에게 한글을 가르치기 몇 배 어렵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6. 다행스럽게도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서, 교육부에서도 교육과정에서 한글교육 시수를 대폭 늘리고, 한글교육 관련 교육 자료를 적극 보급하는 등의 한글 책임교육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강원도교육청을 비롯한 일부 시도교육청에서는 한글교육책임제를 실시하고 있어 학부모와 학교 현장의 교사의 호응을 받고 있고, 일부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는 난독증 아동 조례를 제정하여 시범적으로 일부 아동을 지원하는 움직임도 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교육부 차원에 누리과정에서 초등학교까지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읽기 정책은 아직 없는 실정입니다. 교육부 차원에서의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읽기 교육 대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입니다.
7. 모국어 문자교육인 한글교육은 모든 학습의 시작이자, 초등교육의 모든 학습자에게 반드시 보장해야하는 가장 중요한 교육 내용이며, 초중고 교육과정에서 보면 한글교육은 모든 학습자를 동일한 출발선에서 시작하게 하는 아주 중요한 위치에 있습니다.
8. 신임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국회 의원시절 “출발선이 다른 교육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고 하며 한글교육과 다문화 가정 아동을 비롯한 소외 계층 아동의 문해 교육을 강조했었습니다.
9. 세종대왕은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문자인 한글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그 동안 소외계층 아동을 지원하는 교육부의 사업이 과연, 세종의 한글과 같이 과학적이고, 체계적인지 신임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냉정하게 검토해야 할 것입니다. 적어도 학교 현장에 있는 교사들은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학교 현장에는 현장과 동떨어진 엉뚱한 정책 연구, 검증되지 않은 대안에 갑자기 예산을 쏟아 붓고, 학교에 실적을 요구하는 교육 정책이 넘쳐나기 때문입니다.
10. 아직 우리나라는 정부 차원에서 한글을 배우는 아이들의 읽기가 어떻게 발달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접근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지 등에 관한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연구 자료도 거의 없으며, 연구 결과를 근거로 정부에서 개발된 종합 문해 프로그램도 없습니다. 조속히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연구를 시행하고, 이를 기반으로 정부 차원의 종합 문해 프로그램을 제작하여 현장에서의 효과성을 검증 절차를 거쳐 보급할 것을 촉구합니다.
11. 한글교육에 목말라 하고 있는 아이들은 국내뿐만 아니라 다른 언어 환경에서 생활하고 성장하고 있는 해외동포 자녀교육에도 절실합니다. 또한 전 세계는 한글을 배우고 싶어 하는 외국인이 너무나 많습니다. 이 아이들에게도 당연히 무상으로 체계적인 한글교육이 제공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들이 무료로 손쉽게 접근하여 한글을 학습할 수 있는 길을 기회를 제공할 필요가 있습니다.
12. 이에 좋은교사운동은 한글날을 맞이하여 다음과 같이 제안합니다.
첫째, (가칭) ‘한글교육 포털’을 정부 차원에서 구축할 것을 제안합니다. 이를 통해 모든 아이들이 시간과 장소 그리고 경제적 부담 없이 무료로 한글을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도록 하고, 무엇보다 다문화 가정에서는 한글을 가르쳐 줄 수 없어 안타까워했던 어머니와 아이가 함께 한글을 배울 수 있을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해외 동포 자녀와 한글에 관심이 있는 외국인도 부담 없이 한글을 배울 수 있을 것입니다. 다문화 가정의 아동에게는 언어 발달을 촉진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도 제공한다면 더 나은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둘째, 읽기 전문가를 양성하여 학교 현장, 교육청 학습클리닉 센터, 공동도서관, 다문화교육센터, 지역아동센터 등에서 도움을 받을 기회를 제공해야 합니다. 난독증, 다문화 가정, 심한 읽기 부진 아동 등에 대해 지금과 같이 아이들이 실패할 때 까지 기다리지 말고, 조기 개입을 통해 개별적이고 전문적인 문해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우선적으로는 읽기가 어려운 아이들을 위한 학교 현장의 교사 재교육이 절실합니다.
셋째, 한글을 배우는 아이들의 읽기 발달과 교수학습 방법에 대한 정부 차원의 체계적이고 과학적이며 광범위한 연구를 통해 다양한 학습자 즉, 모든 아이들을 위한 종합 문해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현장에 보급하기를 촉구합니다.
13. 세종은 모든 백성을 위한 한글을 만들었습니다. 한글교육도 모든 아이들을 위한 한글교육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2018. 10. 8
(사)좋은교사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