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국가교육회의 대학입시 제도 개편 권고안 발표에 대한 좋은교사운동의 입장

보도자료

[성명서] 국가교육회의 대학입시 제도 개편 권고안 발표에 대한 좋은교사운동의 입장


1. 참으로 실망스럽습니다.

국가교육회의가 의결한 대학입시제도 개편 권고안은 2017년 대입 개편을 1년 유예한 수준에서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습니다. 1년의 시간을 보내고 20억이 넘은 예산을 들여가면서 정시비율을 조금 확대하는 것을 권고하는 안을 만들었습니다. 참으로 실망스럽습니다.


2. 전 과목 절대평가를 미루고, 일부 과목 상대평가 유지 원칙 적용을 권고하였습니다. 공론화위원회의 결론을 어느 정도 수용하는 것이라면 절대평가 과목을 좀 더 확대해서 학교 교육의 다양성을 높이는 방향을 보여주어야 했습니다.

   수능위주전형 비율을 현행보다 확대할 것을 권고하였습니다. 고정된 수치를 정해서 권고하지 않은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설명 자료에서 대입공론화의 뜻이 39%라는 얼토당토않는 해석을 덧붙였습니다. 반면, 절대평가에 대한 설명자료에는 중장기 과제라는 언급만 있을 뿐, 시민숙의단의 전 과목 절대평가 지지의 뜻을 언제 시행할 것인가에 대한 목표는 언급조차도 하지 않는 편파성을 보였습니다.


3. 촛불 시민 혁명을 통해 탄생한 정부였습니다.

사회 각 분야에서 합당한 개혁이 있을 것으로 믿었습니다. 당연히 교육 분야에서도 그 동안의 숙원 과제들을 해결하고, 미래 사회에 걸맞는 교육제도를 만들어 갈 것으로 믿었습니다.

그러나 2021학년도 수능 전과목 절대평가 도입을 1년 유예하면서 삐끗하더니, 2022학년도 대입전형에서 노골적으로 수능 정시 확대를 추진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던 혁신학교 전국 확대, 고교학점제 실시, 자유학기제 확대, 초중고 문예체 교육 강화, 외고국제고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2015개정교육과정에 따른 수능 절대평가 실시안을 모조리 무산시키고, 스스로 공약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것과 같은 일이었습니다.

김상곤 교육부총리는 부총리 취임 전부터 수능 절대평가 도입을 지지해왔던 인사입니다. 경기도 혁신학교 정책을 처음 시작하였고, 이 정책의 성공을 위해서 수능 절대평가는 필수 조건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시행하지 못했습니다. 교육부총리가 수능 절대평가를 추진하지 못한 것이 상부의 압력 때문이라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고, 그 상부는 청와대 수석실 이외에는 생각할 길이 없습니다.


4. 교육부는 공론화 방식으로 대입정책을 결정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러나 대입 공론화 운영은 미숙했으며, 진행하는 과정 내내 교육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몇 몇 사람들에게 끌려 다녔습니다. 교육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대입전형을 결정하는 공론 숙의 과정에 ‘미래 비전’이라는 단어를 쓰지 못하게 하라는 의견을 받아들였고, 공론화위가 시행한 미래세대 토론회에서 학생들이 직접 이야기하는 ‘내가 꿈꾸는 학교’ 관련 영상을 숙의단 앞에서 상영하지 못하게 하라는 요구도 받아들였습니다. 공론화위원회는 기계적 중립을 따른다고 하면서, 대입 공론화의 본질마저 포기했습니다


5. 공론화위원회는 공론 숙의 과정의 최종 단계라 할 수 있는 마지막 설문조사에서 가장 핵심적인 질문인 시나리오별 선호도 조사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 없음으로 결론을 얻었습니다. 그러나 부가질문의 결과들을 이용해 핵심 질문의 결과를 모두 부정하는 우를 범하고 있습니다. 시민숙의단에게 적절한 정시 비율을 물어서 그들이 가장 많이 원하는 30~40%선을 시민숙의단의 뜻인 것처럼 말하고 있습니다. 시민숙의단은 1~4안 중 가장 높은 선호도를 보이는 안이 무엇인가를 결정하는 것이 핵심 과제였지, 적절한 비율을 정하라는 과제를 부여 받은 바가 없습니다. 그러나 교묘하게 부가 질문으로 만들어 제시하고 수능 정시 비율을 확대하려 하고 있습니다. 또한 부가질문을 통해 절대평가 도입 시기도 물었습니다. 여러 시민숙의단이 장기적 과제로 꼽았습니다. 핵심 질문인 시나리오 선호도에서 수능 전과목 절대평가를 도입해야 한다는 안에 48%가 지지를 보낸 것은 의미가 없고, 부가 질문으로 얻는 장기적 과제다라고 하는 것만 의미가 있다는 해석하는 것은 아전인수적 해석일 뿐입니다. 만일 시민숙의단이 수능 절대평가를 단순히 장기적 과제로 생각했다면 3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질 일이지 2안의 선호도가 높아질 일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김영란 공론화위원장은 수능정시비율 39%가 시민숙의단의 뜻이라고 여러 방송 인터뷰에서 공공연하게 이야기하고 다니고 있습니다. (공론화위의 설문과정과 해석의 문제점은 첨부 파일 참조)


6. 공론화위원회의 결론을 받아들인 대입특위는 국가교육회의 안건을 만들어 올려야 했습니다. 이 때 김진경위원장은 수능 정시 비율을 30% 이상이라고 고정해서 안건을 제출하기를 강력히 주장했습니다. 수능정시비율을 특정 숫자로 고정해서 대학에 강요하는 것이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위법적헌적 요소가 다분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무리하게 특정 숫자로 고정해서 대학에 강요하려 했던 이유가 무엇입니까? 대입공청회 과정에서 수시 정시 비율은 의제가 될 수 없다고 여러 차례 이야기한 김진경 위원장의 발언을 고려해 볼 때, 개인의 소신이라기보다는 역시 상급자의 압력에 가깝다고 추론 가능합니다


7. 결국 이 모든 일에 배후에는 청와대 수석실이 있다고 봐야 합니다. 교육 관련 정책을 다루고 있는 사회수석실의 뜻이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이들에게 대입은 단순히 게임의 룰에 불과합니다. 그렇게 정해진 룰에 의해 학교 교육이 어떤 모습으로 파괴되어 갈 것인가는 안중에 없습니다. 수능 절대평가는 이미 여러 해 동안 장기적 과제 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8. 단도 직입적으로 묻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교육을 개혁할 의지가 있습니까?

없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교육을 개혁할 의지가 없습니다. 희망도 없습니다. 문재인 정부에 교육은 없습니다. 1년 동안 교육과 관련된 과제는 전혀 다루어지지 못했습니다. 교육은 죽었습니다


9. 여당도 할 말은 없습니다. 수능 정시가 가장 공정하고 학종은 불공정하다라고 하는 가짜 뉴스에 힘을 실어준 당사자가 더불어민주당의 지원을 받았던 ‘더미래연구소’였습니다. 여당에도 교육을 개혁할 의지는 없습니다. 문재인 정부와 여당은 교육에 대한 그 어떤 청사진도 없으며, 어떤 개혁을 추진하든지 간에 껍질 뿐이라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10. 교육을 대입 선발의 도구로만 전락시킨 사회수석을 경질하는 것이 맞습니다.  중요한 정책을 결정하지 못하고 공론화에 맡기면서 큰 혼란을 초래한 교육부총리의 경질도 당연합니다. 현 정부는 교육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음을 증명하였습니다. 앞으로 추진하는 정책의 동력을 만들기에는 너무 많은 신뢰를 잃어버렸습니다. 최단시간 내에 전원 경질이 순리입니다. 그리고 교육수석을 부활시켜 새로운 교육부총리와 함께 미래교육을 열어갈 새로운 동력을 만들어 가야 합니다. 청와대 사회수석과 교육부총리의 경질이 새로운 교육개혁의 출발점이 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11. 앞으로의 일이 더 중요합니다. 대학입시제도 개편보다 더 중요한 것이 평가의 질 개선입니다. 학교 시험도 수능시험도 5개의 주어진 보기에서 정답찾는 교육으로는 교육을 통한 희망을 찾기 어렵습니다. 학교 시험과 수능 시험 모두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서 표현하게 하는 논술형 시험으로의 전환을 하루라도 빨리 준비해야 합니다. 수능 절대평가, 내신 절대평가는 새로운 교육의 입구라고 한다면 논술형 수능은 도착점이 될 것입니다. 혁신학교 확대와 고교학점제 실시가 안정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학교 수업과 평가, 입시가 연계성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논술형 수능이 도입되어야 할 것입니다. 정부는 수능 절대평가와 내신 절대평가, 교사별 평가, 논술형 수능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교육개혁에 착수할 것을 요구합니다.  

 

2018 8 7


(사)좋은교사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