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e-교과서 사업추진에서 보이는 정부의 무리수와 그로 인한 현장의 당혹감은, 스마트교육추진 전략의 미래 모습입니다.

보도자료

[성명서]e-교과서 사업추진에서 보이는 정부의 무리수와 그로 인한 현장의 당혹감은, 스마트교육추진 전략의 미래 모습입니다.

좋은교사 0 18421

e-교과서 관련 성명서 

e-교과서 사업추진에서 보이는 정부의 무리수와 그로 인한 현장의 당혹감은, 스마트교육추진 전략의 미래 모습입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 주 전국의 모든 학교에 e-교과서 학교 인증 및 학생 다운로드 현황을 제출하라는 공문을 발송하였다. 이 공문에서는 학교 인증 100%를 달성하고, 학생 다운로드 비율 역시 80% 수준의 목표를 달성하라고 지시하고 있다.

<e-교과서 다운로드 현황 제출 교육과학기술부 공문>

(사)좋은교사운동은 그동안 교수학습 교육정보화 사업에 대한 연속토론회를 통해서 교수학습 교육정보화 사업이 자기 자리를 찾지 못하고 교육주체를 억압하는 비상식적인 사업 추진 방식을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교육과학기술부는 이와 같은 지적을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교육과학기술부 사업의 타당성을 입증하기 위해 위와 같이 억지스러운 방식으로 사업 추진을 강행하고 있다.

 

▲ 자생력이 없는 애물단지 교수학습 교육정보화 사업

교수학습 교육정보화 사업은 대부분 현장에서 자생력을 갖지 못했다. 에듀넷과 사이버가정학습, e-교과서 역시 마찬가지이다. 1996년부터 300억원이 넘는 비용이 투입된 에듀넷의 교사 이용률은 미미하고, 2004년부터 지금까지 약 2000억 원이 투입된(매년 138억원에서 290억원의 예산이 투입) 대형 교수학습 교육정보화 사업인 사이버 가정학습도 상당히 미미한 활용 실적을 갖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사이버가정학습 사업 9년째를 맞는 지금까지도 사이트 운영을 위해 교사들에게 돈과 승진 가산점을 주어가며 활용을 채근하고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이버 가정학습의 이용실적은 참담하다. 사이버가정학습은 시도교육청의 애물단지로 전락한 상태라 볼 수 있다.

e-교과서 사업 역시 마찬가지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2011년 380억원을 들여 3200만 장에 달하는 CD를 만들어 교과서와 함께 배포했고 2012년 상반기에도 268억원을 이 사업에 쏟아 부어 2600만장의 CD교과서를 배포했다. 하지만 e-교과서의 활용 실적은 처참하리만치 낮았다. 학생들은 e-교과서를 거의 사용하지 않았고 이에 대한 지적과 문제제기는 여러 통로를 통해 이미 제기 되었다.

2012년 2학기, 교육과학기술부는 e-교과서를 웹에 올리는 방식으로 e-교과서 사업을 수정 시행하고 있다. 전국의 모든 학교는 e-교과서 관련 안내 가정 통신문을 가정으로 보냈다. 그러나 학교 현장은 e-교과서 사업을 왜 하는지 모르겠다는 분위기이고, e-교과서의 효용성과 콘텐츠 자체의 질에 대한 의문 제기가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교육과학기술부는 학생의 권리를 운운하며 학생 다운로드 비율을 높이라는 공문을 전국의 모든 학교에 내려 보냈다. 인천의 모 초등학교에서는 e-교과서 다운로드 비율이 학교평가와 관련이 있다며 교사, 학생, 학부모들의 참여를 독려하기도 하였다. 이는 예산 낭비 요소가 심각한 교수학습 교육정보화 사업을 추진하는 일반적인 행태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이런 모습을 ICT사업, 사이버가정학습, IPTV 교육방송 사업, 교수학습지원센터 사업 등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 스마트교육추진 전략, 신뢰할 수 없다.

e-교과서와 관련된 웃지 못 할 상황은 e-교과서 사업으로 끝나지 않기에 더 큰 문제가 된다. 지난 10월 중순, 서울시교육청에서는 학교 현장에 다음과 같은 공문을 발송하였다.


<서울교육청의 스마트교육활성화를 위한 설문조사 참여 협조 공문>

학교별 참여인원을 관리자 1명, 부장교사 2명, 교사 3명으로 제한하고 스마트교육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이와 같은 설문조사는 학교 현장의 실제 반응을 심각하게 왜곡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더군다나 이 공문에서는 스마트교육에 관심이 있는 교원이 참여하도록 독려해달라고 각별히 당부하고 있다. 이와 같은 단서 조항을 달아 공문을 내보는 것은 스마트교육추진 전략을 신뢰할 수 없게 만든다.

『스마트교육추진 전략 실행계획(교육과학기술부, 2011.10)』에서도 이와 같은 신뢰의 문제를 발견하게 된다. 이 계획에서는 디지털교과서 운영 결과를 다음의 도표로 설명하고 있다..


<디지털 교과서 연구 학교 운영 결과>

스마트교육추진 전략 실행계획에서는 이 도표를 언급하며 디지털 교과서가 학생들의 학습 몰입도 · 문제해결력 · 자기 주도적 학습능력 향상에 기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위 자료는 『2008년 디지털교과서 효과성 측정 연구(한국교육학술정보원)』 54쪽에 수록된 것이다. 디지털교과서 효과성 측정 연구는 2008년, 2009년, 2010년, 2011년에 시행되었다. 그런데 2011년에 발표한 스마트교육추진 전략에서는 디지털교과서 사업의 추진 근거로 2008년의 자료를 사용하고 있다. 더군다나 위 자료는 전반적인 학업성취도 향상을 의미하는 자료가 아닌, 농산어촌지역에서의 디지털교과서의 효과를 설명하는 자료이다.

문제해결력 향상의 예로 제시된 그래프 역시 2008년 디지털교과서 측정연구(한국교육학술정보원)94쪽에 수록된 것이다. 그러나 이 보고서에서는 위 그래프를 『연구반과 비교반의 문제해결력 평균 점수를 t-검증한 결과 두 집단 간에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해석하고 있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하다고 볼만큼의 효과성은 검증되지 않은 것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부적절한 근거자료를 들어 디지털 교과서 사업의 추진 타당성을 설명하였고 이를 근거로 스마트교육을 추진하고 있다.

e-교과서 사업은 스마트교육추진 전략과 매우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현재의 e-교과서는 현재 디지털교과서 연구학교에서 사용하고 있는 디지털 교과서와 큰 차이가 없다. e-교과서 사업이 추진되는 것을 보며 스마트교육추진 전략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이 때문이다.

 

(사)좋은교사운동은 교육과학기술부에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수합된 e-교과서 다운로드 비율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것이 좋다. 혹시 이 촌극을 통해 취합된 다운로드 비율을 e-교과서 사업과 스마트교육추진 사업의 근거로 삼는다면 또 다른 웃음거리를 제공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교수학습 교육정보화 사업은 사업 대상을 축소하고 적절한 예산 규모로 시행하는 것이 합당하다. 교수학습 교육정보화 사업은 의미를 발휘할 수 있는 영역에서 자기 역할을 수행하면 된다. 지금처럼 전면화를 전제로 하고 사업을 시행하면 예산도 많이 소모되고, 그에 따른 부작용과 비효율성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될 것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스마트교육추진 전략 추진을 중단하고 사업 규모 축소를 전제로 한 전면 재검토 요구를 받아들여야 한다.

 

교육과학기술부의 교수학습 교육정보화 사업 중 실패하지 않은 사업은 거의 없다. 문제는 이런 실패를 바탕으로 더 거대한 교육정보화 사업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사업의 크기가 큰 만큼, 부작용과 예산 문제 역시 더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자기 역할에 충실하기를 바란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정부 기관이고, 제도와 문화를 일궈낼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조직이다. 교육과학기술부의 역할은 논란이 있는 교수학습 방법을 성급히 시행하는 것이 아니다. 교육과학기술부의 역할은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연구하고 도전하는 제도와 문화를 조성하는 데 있다. 스마트교육 역시 그런 제도와 문화 안에 안착해야할 여러 교수 학습 방법 중에 하나라 할 수 있다. 전면화를 전제로 한 스마트교육추진 전략은 e-교과서 사업 추진과 같은 무리수를 두게 될 것이고, 그 부담은 학생과 학부모, 교사에게 전가될 것이다.

 

2012. 10. 22

 

(사)좋은교사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