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2012시도교육청 평가에 대한 성명
현 시도교육청 평가는 교과부의, 교과부에 의한,
교과부를 위한 평가일 뿐입니다.
▲현장감과 괴리된 평가 결과에 의구심을 품지 않을 수 없으며, 평가 영역과 평가 지표 설정에 대해 공감할 수 없음.
▲평가 결과 공개는 학교 교육에 역기능 요소로 작동하고 있으므로 결과 공개 방침을 포기해야함.
▲특별교부금 차등 지급으로 교육 자치를 훼손하는 시도교육청 평가는 전면 재검토 되어야 함.
2012년 7월 10일, 교육과학기술부는 시도교육청 평가 결과를 발표하였다. 서울시 교육청과 경기도 교육청은 2010년과 2011년에도 최하위를 기록했고, 2012년 시도교육청 평가에서도 최하위의 성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와는 반대로 대구시교육청은 2010년에 종합 4위를 기록하고 2011년에는 종합 3위로 올라서더니, 2012년에 이르러서는 시교육청 경쟁에서 1등급에 해당하는 『우수 등급』를 차지하였다. 인천시교육청도 이와 다르지 않다. 인천시교육청도 2010년에는 6위로 시작하였으나 2011년에는 2위로 껑충 발돋움 하였고, 2012년에는 대구, 대전, 제주, 충북 교육청과 함께 『우수 등급』의 영예를 차지하였다.
■ 평가 결과와 학교 현장 체감도의 괴리
교육과학기술부의 평가대로라면, 대구, 인천, 대전, 제주, 충북교육청은 자신의 책무를 훌륭하게 수행하였고, 서울과 경기도교육청은 무능했다는 말이 된다. 그러나 이와 같은 평가 결과는 학교 현장에서 느끼는 것과 상반된 것이다.
대구는 최근 학생들의 자살이 이어지고 있는 곳이다. 이런 지역의 학부모 만족도 조사가 『매우 우수』를 기록하고 있는 평가 결과는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 교육과학기술부에 학부모 만족도 조사 방식에 대해 구두 질의하였으나 담당자는 여론 조사 방식과 표집 인원수도 공개할 수 없다고 대답하였다. 인천시 교육청도 마찬가지이다. 인천시교육청은 지난 국가수준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 단위 학교에 국가수준학업성취도 평가와 동일한 문제 유형의 모의고사 시험지를 만들어 배포하여 단위학교의 파행적인 교육과정 운영을 부추겨온 전례가 있다. 제주도교육청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제주도교육청은 학교 간 경쟁 교육을 부추기는 제학력평가로 도의회의와 지속적인 마찰을 겪고 있다. 이런 시도교육청들이 『우수』등급을 받았다는 것은 교육과학기술부의 평가 기준이 무엇이고, 어떤 방식으로 평가가 진행된 것인지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 교과부의 자의적인 평가 기준, 문제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의 평가 기준을 보면, 이와 같은 평가 기준에 의한 시도교육청 평가 결과를 공개하는 것이 과연 합당한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시도교육청 평가 지표는 지금의 교육과학기술부가 무게를 두고 있는 평가항목으로 점철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평가 영역과 평가 지표의 상관관계도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단위학교 역량강화 및 교육과정 혁신 영역』을 평가하기 위해 『교과교실제의 활성화, 예체능교과 수업시수 비율』항목을 삽입한 것은 교육과학기술부 중심의 처사일 뿐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단위학교 역량강화와 교육과정 혁신이라는 문구의 폭넓은 의미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 듯하다. 단위학교 역량강화와 교육과정 혁신은 교과교실제나 예체능교과 수업시수 비율 이외의 것으로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 다른 평가 영역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다른 평가 영역의 평가 기준들도 교육과학기술부에게만 보편타당한 것일 뿐, 교육본질적인 측면과 우리 교육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반영한 것이라 보기 어렵다. 2012년 시도교육청 평가는 교육과학기술부의, 교육과학기술부에 의한, 교육과학기술부를 위한 평가라고 할 수 있다.
■ 평가 방식의 문제도 심각하다.
시도교육청 평가 방식이 점수에 의한 상대평가 방식으로 이루어진다는 것도 문제이다. 점수로 시도교육청을 줄 세우는 행태는 국가교육에 대한 중요한 책무를 맡고 있는 교육과학기술부가 할 일은 아닌 듯하다. 무엇보다 문제가 되는 것은, 교육과학기술부가 이와 같은 평가 결과를 공개하고 특별교부금을 차등 지급한다는 것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2011년 시도교육청 평가를 통해, 최상위 교육청에는 130억원을 지급하고, 최하위 교육청에는 16억원을 지급한 바 있다. 그리고 이와 같은 방침을 2012년에도 그대로 반영할 모양이다. 교육과학기술부의 시도교육청 평가가 이처럼 무례한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특별교부금 차등지급과 평가 결과 공개 방침으로 이어지는 것은, 교육과학기술부가 시도교육청을 어떤 태도로 대하는 지 보여주는 적나라한 예라 할 수 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자기 입맛에 맞는 시도교육청을 칭찬해주고 싶어 하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교육과학기술부는 자신의 존립 기반이 공공성에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 현재 운영되고 있는 시도교육청 평가는 교육 자치를 훼손한다.
이와 같은 불합리한 평가 결과 공개와 특별교부금 차등지급은 반드시 역기능을 가져오게 된다. 이와 같은 평가 결과 공개는 교육의 분권화, 자율화를 어지럽게 할 뿐 아니라, 교육청이 엉뚱한 영역에 열정을 품고 교사와 학생들을 채근하게 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국가수준학업성취도 평가를 둘러싼 혼란과 비명 속에서, 우리는 교육과학기술부의 공개 방침이 가져오는 폐해를 이미 충분히 경험하였다. 교육과학기술부는 평가 결과를 공개를 통해 발생한 여러 문제점을 되돌아보고, 겸허한 자세로 지난 4년의 공과를 다시 점검해야할 것이다.
(사)좋은교사운동은 교육과학기술부의 시도교육청 평가에 우려를 표명하며 전면 재검토를 요구한다. 이와 함께 교육과학기술부가 평가 결과 공개와 특별교부금 차등지급으로 교육 자치를 훼손해왔음을 인정하고 겸허히 공과를 돌아볼 것을 촉구하는 바이다.
2012. 7. 9
(사)좋은교사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