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6일 서울특별시교육감 보궐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후보들은 다양한 교육 공약을 쏟아내고 있지만, 막상 초중등교육 전문가인 교사들은 아무 의견도 표현할 수 없다. 정치기본권이 박탈당해 선거와 관련한 그 어떤 의사표시도 ‘불법행위’로 낙인찍히기 때문이다.
학교에서는 정치 못 하는 교사가 정치하는 고등학생을 가르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선거권과 피선거권은 만 18세부터, 정당 가입은 만 16세부터 가능해져 고등학생에게 참정권이 확대되었지만, 정작 학생들을 민주시민으로 성장시킬 책임이 있는 교사는 정치적 무권리 상태다. 정당 가입, 정치자금 후원, 선거운동 등 헌법이 보장하는 참정권 중 교사에게 허용된 행위는 ‘선거권’이 유일하다.
이는 정치적 중립을 앞세워 정당 소속인 자의 출마를 금지하고 있는 교육감 선거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그래서 교육감 선거 때마다 유‧초‧중등 교육을 가장 잘 아는 전문가들은 교원임에도 불구하고, 교원들은 교육감 후보 공약에 어떠한 관여도 할 수 없고, 교육감 선거는 교육 중심의 정책선거가 아닌 정쟁 중심의 소모전으로 전락했다. 학교 현장에 산적한 교육 현안을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 밤을 새워 토론해도 부족한 시기에, 교육감 선거에서조차 ‘교육’은 실종되고 정쟁만 남은 것이다.
최근 교원단체 ‘좋은교사운동’은 교육시민단체와 함께 <서울시교육감 후보자 초청 교육 공약 평가 및 심층 면접>을 진행하려 하였으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좋은교사운동’이 교원으로 구성된 단체라는 이유로 ‘공약 평가 및 공표에 참여할 수 없다’는 엄포를 놓았다. 후보자들의 공약에 대한 단순 비교 평가조차 막아서는 선관위의 행태는 반헌법적일 뿐만 아니라, 교육전문가인 교원들을 정책 형성 과정에서 무참히 배제해 버리는 암울한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것이다.
이처럼 현장 교육전문가인 교사들의 정치적 기본권이 제약된 상태에서 학교 현장 중심의 교육정책은 만들어지기 어렵고, 최대 피해자는 학교 현장의 아이들이 될 수밖에 없다. 서울특별시교육감은 연간 12조 원의 예산을 관할하며 교원 등 5만 명의 인사권을 가진 막중한 자리이다. 길 잃은 교육감 선거를 정상 궤도에 올려놓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교육전문가인 교원이 다양한 교육정책을 두고 벌어지는 치열한 토론의 장에 참여해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는 것이다. 아이들을 위한 질 높은 교육정책은 학교와 동떨어진 정치인들이 아니라, 교원과 같은 현장 전문가들의 토론 속에서 비로소 탄생하고 발전할 수 있다.
5개 교원단체(교사노동조합연맹, 새로운학교네트워크, 실천교육교사모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좋은교사운동)는 50만 교원이 정치기본권을 박탈당하고 있는 현실을 더는 좌시하지 않고, 정치기본권을 쟁취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이미 22대 국회는 개원 직후 교원의 정치기본권 보장을 위한 다양한 법안을 발의하였으나, 상임위원회에 상정된 이후 논의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22대 국회는 조속히 관련 법안을 통과시켜 50만 교원의 정치기본권을 온전히 보장하고,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를 한 단계 성숙시켜야 한다. 국회는 지금 당장 교원 정치기본권 보장 법안을 통과시키고, 교원의 교육감 선거 참여 보장하라!
<우리의 요구>
1. 교원에 대한 반헌법적인 참정권 침해 중단하라!
2. 교원 정치기본권 보장 법안 즉각 제정하라!
3. 교육감 선거 과정에 현장 교육전문가 교원 참여 보장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