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발표한 ‘교육지원청 제도개선 계획’에서 학교 현장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점에는 공감하지만 정책 자체가 실현될 수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과 함께 정책 집행 과정에서 본래의 취지를 무색하게 할 수 있다는 우려 또한 적지 않다. 이번 계획안을 수립한 교육부와 기다렸다는 듯이 손바닥을 마주치는 경기도교육청에게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되는 대목이 적지 않다.
교육부와 경기도교육청은 정책 집행의 부수적 성과를 노린 짬짜미 계획이 아닌가에 대한 합리적 의심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도록 제도 보완과 집행 과정에서의 투명성을 명확하게 밝혀야 할 것이다. 또한 정책 집행이 성공하고 지속 가능한 결과가 도출될 수 있는지 증명하기 위한 중장기 계획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고위직 ‘자리 늘리기’ 꼼수로 변질될 우려가 적지 않다.
교육부는 시‧도 교육청, 교육지원청, 학교 현장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교육행정직의 경우 입직 이후 고강도의 업무에 시달리다 15-20여년의 시간이 흐른 후 중간관리자의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생애주기로 본다면 공무원 생활의 절반을 실무자와 관리자의 역할을 나누어 하는 것이고 입직이 빠르면 관리자의 역할을 더 긴 기간 동안 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현장에서 공무원들의 고강도 업무로 학교 현장 지원이 어려운 것이 문제의 핵심임을 알 수 있게 하는 부분이다.
이번 계획으로 시‧도 교육감이 교육지원청의 조직을 융통성 있게 구성할 수 있게 된다면 ‘과(課)’ 단위 교육지원청이 ‘국(局)’ 단위로 바뀌는 등 조직이 비대해질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될 경우 현 정부가 공무원 정원 감축을 주요 국정 목표로 삼고 있기에 고위직의 숫자만 더욱 늘어나고 실무자의 숫자는 줄어들 것이 분명하다. 결국 핵심적으로 필요한 현장 지원 실무자 수가 줄어듦에 따라 ‘학교 지원’이라는 본래의 목표가 고위직 자리 늘리기 꼼수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
학교 현장의 실무자가 아니라 교육지원청의 고위직만 늘어난다면 학교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본래의 목표는커녕 조직이 비대해짐에 따라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과정에서의 민첩성과 유연성을 발휘하기가 어려워진다.
지금 교육청과 학교를 지원하기 위해 시급한 과제는 교육일반직과 교육 전문직의 학교 지원 실무인력을 증원하는 것이다. 교육지원청이라는 조직을 더욱 확장하는 것보다 학교의 어려움을 청취하고 요구 사항에 능동적이고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학교 통합지원센터’를 확대 신설하고 권한과 인력을 충분히 갖추도록 돕는 것이 더 실효적이다. 이 과정에서 교육청과 교육지원청은 조직의 군살을 빼고 ‘학교 지원 지상주의’를 지향하는 체계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교육부의 개선 계획이 실효적이고 지속 가능한 것인지 의문이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2022년 대비 2033년의 초등학교 학생 수는 전국 기준 54%가 감소하게 된다. 실제 학령인구가 줄어들고 있어, 이와 연동해 향후 교육청 규모 축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2023년 6월 기준 ‘정부 조직관리 정보시스템’ 통계자료를 살펴보면 전체 행정부 공무원 중 교원이 31.8%, 교육자치 일반공무원이 6.5%로 다수를 차지하고 있었다. 보건복지부에 이어 예산을 두 번째로 많이 지출하는 부처인 교육부의 인건비 비중이 절반 이상으로 다른 부처에 비해 가장 높다는 점을 고려할 때, 학령인구 감소 시대에 추가적인 인력을 배정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공감대를 얻기 어렵다.
게다가 지방재정교부금마저도 학생 수 감소에 맞춰 줄여야 한다는 여론도 있는 상황이다. 교육자치 이후 급등한 교육행정직, 교육 전문직의 인적 규모는 유지하는 것도 힘들 수 있다. 학생 수 감소와 예산 감액을 고려한다면 교육부 계획에 따라 지방의회 및 주민, 학부모 등의 의견 수렴을 거쳐 교육지원청을 ‘설치‧폐지‧통합‧분리’할 경우 교육지원청 설치나 분리보다 폐지나 통합이 장기적으로 설득력을 얻을 가능성마저 있다.
실제로 나라살림연구소 등에 따르면 올해 지방교부세는 4조 2,000억 원, 교육교부금은 5조 3,000억 원 삭감될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세수 구멍을 메우기 위해 지방교부세와 교육교부금을 지급하지 않을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교육교부금이 지방교육청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70%로, 교부금을 받지 못하면 예정 사업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교육지원청의 정체성, 역할 정립 및 시대에 맞는 설립 기준이 있어야 한다.
교육지원청이 학교 행정업무를 줄이는 지원 역할을 적극적으로 할 수 있도록 교육자치법에 교육장의 권한과 책임에 ‘지원’을 명시하고 전담 조직 설치를 법제화하는 것으로는 교육지원청의 정체성과 역할을 정립하는 데 구체성이 떨어진다. 학교를 지원하기 위한 ‘신설 학교 지원 전담 조직의 업무 범위’를 구체화하지 않을 경우 학교 지원을 위해 많이 생겨난 각종 보조 인력들의 효용성을 현장에서는 체감하지 못했던 상황이 또다시 발생할 수 있다. 교육부는 학생과 학교를 지원하고 교육활동의 실질적 성과를 함께 만들어 갈 수 있는 현장 행정 지원 인력 증원을 학교 현장에서 지난 수십 년간 요구해 오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에 따라 역설적이게도 ‘교육지원청 설립 기준’을 명확하게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현재의 학생 수에 따른 교육지원청 설립 기준은 학생 수의 급격한 감소가 있을 향후 10년간 큰 문제로 불거질 수 있다. 학생 수 감소를 고려한 새로운 교육지원청 설립 기준 마련도 시급한 과제로 인식해야 한다.
교육부는 교육지원청이 학교 현장을 실질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개선안을 마련하라.
첫째, 고위직 자리 늘리기로 변질될 수 있는 인력‧조직개편 방향에 대한 안전책을 마련하라. 학교를 효율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실무자 중심의 인력 운영, 교육지원청 확대보다는 현장 요구에 대응하는 센터 중심의 운영을 모색해야 한다.
둘째, 이번 계획이 ‘실천 가능’하고 ‘지속 가능’한지 재검토하라. 학생 수가 줄어들고 타부처 대비 인건비 비중이 높고 지방재정교부금이 줄어드는 현재 상황에서 교육지원청의 인력과 예산을 늘리는 것이 가능한지 검토해야 한다. 고위직보다 실무자 중심으로 인력 배치가 필요한 상황이다.
셋째, 교육지원청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고 시대 변화를 반영한 설립 기준 수립 등 비전을 제시하라. 학생 수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교육지원청의 정체성과 역할, 시대에 맞는 설립 기준 등을 제시해야 한다. 고위직 자리 늘리기가 아니라, 교육청 슬림화를 통해 인력-조직 재구조화가 필요하다. 일반 행정직원과 교육 전문직원이 학교를 세심하게 돌보고 실질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인력 증원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