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국가교육위원회 수능 이원화 및 고교 내신 외부 기관 출제 관련 비판 성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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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국가교육위원회 수능 이원화 및 고교 내신 외부 기관 출제 관련 비판 성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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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교육위원회의 중장기 국가 교육 발전계획이 지닌 심각한 문제에 대해 규탄한다.

지난 8월 19일 언론 보도를 통해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위원회(이하 국교위)가 대입 수능 이원화, 고교 지필고사 외부 기관 출제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 중장기 국가교육발전계획을 논의 중인 사실이 알려졌다. 국교위의 중장기 교육 발전계획 중에서는 수능의 절대평가 등 다소 긍정적인 내용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방안은 공교육의 가치와 정체성을 훼손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와 ‘좋은교사운동’, ‘교육과정디자인연구소’,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등은 현재 국교위에서 논의되고 있는 중장기 국가 교육 발전계획의 문제점을 밝히고, 국교위 운영의 난맥상에 대해 다음과 같이 규탄하고자 한다.

교육부와 국가교육위원회는 공교육과 학교에 대한 불신을 촉발하여 대한민국 교육을 시장화하겠다는 야망을 포기하라.

시장경제를 움직이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미래의 불확정성으로 인한 불안감이다. 성적 부풀리기 방지를 위해 고교 내신을 외부 기관이 출제한 평가로 치르겠다는 발상은 공교육과 학교, 교사에 대해 교육부와 국교위가 깊이 불신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국가 교육의 현재와 미래인 교육부와 국교위는 학교 교육 불신 풍조에 불을 지펴 공교육을 시장의 무한경쟁 경기장으로 내몰고자 하는 것인가? 학교 지필고사의 외주화는 학교가 과정 중심의 수업과 평가를 포기하고 교사를 기출문제 풀이 전문가로 만들기에 충분하다. 게다가 학생 입장에서는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매년 4회 전국 단위의 수능을 준비해야만 하는 처지에 놓인다. 그 결과 학교와 교사가 교수학습평가의 주도성을 빼앗기고, 학교 수업만으로 불안해하는 학생과 학부모가 학원 수업을 교실 수업보다 더 의지하게 할 것이다.

국가교육위원회는 무능한 것인가? 무지한 것인가?

외부 평가가 시행되면 교육과정의 다양성이 사라지고 수업의 정체성이 왜곡될 뿐만 아니라 학생 중심의 다양한 수업은 사라지고 문제풀이식 수업만이 남게 될 것이다. 교육부와 국교위는 학교 지필고사의 외주화 이후 전국 단위의 내신 일제 고사 결과물들을 취합하여 학교 간 학력을 수평적으로 비교하는 지표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은 그동안 교육부가 그토록 하고 싶었던 일이다. 고등학교의 서열과 위계 정립을 통해 학생의 학업 역량을 줄 세우고 학교 간 경쟁을 이끌어내기도 수월해진다. 지역 간 성적 격차, 지역 내 학교 간 성적 격차는 정육점 냉장고에 놓인 한우들처럼 A++급 고등학교와 B급 고등학교를 쉽게 구분할 수 있게 해 주는 가격표가 된다. 

이러한 고교 다양화의 탈을 쓴 서열화는 ‘사학 자주성 확대’와 ‘고등학교 학교장 전형 확대’ 등의 신자유주의 교육정책과 시너지를 발휘하여 고교 평준화를 완전히 해체하고 공교육의 시장화를 촉진하게 될 것이다. 결국 정권 교체나 정치 지형 변화와 무관하게 대한민국 교육의 중장기계획을 일관되게 수립해야 할 국교위가 ‘신자유주의 교육 시스템의 완성’이라는 윤석열 정부와 교육부의 꿈을 이루어 주기 위한 시녀 노릇을 자청한 것임을 방증한다. 

국가교육위원회의 아마추어적 운영 체제, 지켜보는 국민은 짜증스럽다.

지난 2023년 대한민국 교육의 중장기계획을 일관되게 수립할 목적으로 출범한 국교위는 그간 이렇다 할 성과를 보여 주지 못했다. 고교 다양화를 가장한 고교 서열화, 2028 대입제도 상대평가 확대에 따른 2022 개정교육과정과 고교학점제의 무력화, 늘봄학교와 AI 디지털 교과서의 조급한 확대 시행 등 교육부가 공교육과 학교 교육을 파괴하는 정책에 골몰하는 동안 국교위는 침묵하거나 동조하기 일쑤였다. 

8월 19일 추가 언론 보도에 따르면 국교위가 특정 교육 정책에 유리한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회의 방향을 사전 조율했다는 충격적인 의혹이 제기되었다. 학교 교육계획을 수립할 때에도 최소한 교육 공동체의 의견을 수렴하고 기본 계획안에 대해 숙의하며 공론화하는 과정을 거친다. 교육청 단위의 계획 수립도 연구와 공론화의 과정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국교위는 특정 세력의 입장을 대변하는 듯한 위원의 개인적 제안을 십년지대계로 관철시키기 위해 사전 담합을 하고 있다. 국교위는 무능하고 무기력할 뿐만 아니라 ‘짬짜미’가 통하는 아사리판의 전형이 되어 버렸다.

대입 수능 시험을 이원화하겠다는 계획은 ‘수능Ⅱ’ 준비를 위한 사교육비 급증, 대학 서열화 고착화, 지역 대학교 고사 등의 현재 우리 교육이 겪고 있는 어려움이 심화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그런데 언론 보도를 통해 민낯을 공개한 국교위의 의사결정 시스템은 얼마든지 ‘수능 이원화’나 ‘지필고사 외주화’와 같은 개인 차원의 비전문적 아이디어가 사전 밀실 협의를 통해 국교위의 간판 계획으로 채택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국민들은 대한민국 최고의 교육전문가 집단이 아마추어에 불과하다는 확신을 갖게 된 셈이다.

국가교육위원회는 국가 교육 계획을 담당할 자격이 없다.

‘신자유주의’라는 그들의 시대착오적 철학과 과거에 붙들려 낡아버린 그들만의 시대 정신에 입각한 공교육의 외주화, 학교 교육의 사교육 시장화, 교사의 수업과 평가 전문성에 대한 불신 초래, 학교 간 지역 간 성적 비교를 통한 고등학교 서열화, 사교육비 경쟁이 대입 경쟁이 되는 대입 시장 고착화 등은 우리 교육을 30년 넘게 후퇴시킬 것이다. 

국교위는 정부와 교육부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더라도 올곧은 목소리로 경종을 울리는 역할을 해야 한다. 정권의 입맛에 맞지 않더라도 학생과 시민들을 위해, 대한민국 교육의 시대 정신이 부르는 방향으로 교육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연구와 의견 청취, 공론화 등을 통해 철저한 근거에 기반한 정책 담론을 선도해야 한다.

이에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와 ‘좋은교사운동’, ‘교육과정디자인연구소’,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등은 교육부와 국교위에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첫째, 국가교육위원회는 현재 논의되고 있는 중장기 국가교육발전계획 수립을 위한 준비 과정과 사전 밀실 담합, 의견 수렴 과정 등을 빠짐없이 공개하라.
둘째, 국가교육위원회가 시대적 사명을 포기하고 교육부의 시녀로 전락하게 만든 이배용 위원장을 비롯한 추종자들은 국민에게 사과하고 사임하라.
셋째, 국가교육위원회는 향후 국가 교육 발전계획 수립을 위해 장기 연구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주요 의제에 대해 교육 주체 앞에서 공론화하라.
2024. 8. 20.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 · 좋은교사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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