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경계선지능인 지원 방안’ 보완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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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경계선지능인 지원 방안’ 보완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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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담 교사도 없는 ‘교실-학교-학교 밖’ 3단계 안전망은 안전망이 될 수 없음.
▶ AI 디지털 교과서, 에듀테크는 경계선지능 학생에게 만병통치약이 될 수 없음.
▶ 예산 계획 없는 지원 방안, 현장은 신뢰할 수 없음.
지난 7월 3일, 교육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경계선지능인 지원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이번에 발표된 지원 방안에서는 조기 개입, 자립역량 강화, 인식 개선이라는 정책 방향 아래 조기 발견 체계를 마련하고, 생애주기별 맞춤형 지원과 지자체 중심의 밀착형 지원체계와 같은 인프라 구축을 핵심 과제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경계선지능인에 대한 종합 지원체계 마련의 시급성을 인식하고, 교육부가 관계부처와 함께 경계선지능인 지원 방안을 마련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입니다. 또한 실태 조사와 더불어 조기 개입과 영유아기, 학령기, 성인기에 맞춰 맞춤형 지원 방안을 제시한 것은 필요한 일입니다. 

그러나 지원 방안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이번 방안이 화려한 말 잔치에 그칠 수 있는 우려의 지점이 다수 있습니다. 학습 안전망 구축을 위한 전담교사 배치 계획도 없고, 예산 지원 계획도 없습니다. 대신 AI 디지털 교과서와 에듀테크 활용 같은 화려한 수사만 더해져 있습니다. 

경계선지능 학생 지원에 있어서 학생맞춤통합지원 체계든 3단계 학습 안전망이든 중요한 것은 전문적인 전담교원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번 지원 방안은 학령기에 따른 맞춤형 지원 계획으로 학생맞춤통합지원 체계를 새로운 지원 체계로 제시했습니다. 학생맞춤통합지원은 교육 복지 측면에서 도입되고 있는 방안으로, 학생맞춤통합지원 중 학습 지원 부분은 기초학력지원법에 따라 학교에서는 기초학력 지원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학교 현장에서 진행되고 있는 기초학력 지원 정책은 과거의 실패를 그대로 반복하고 있을 뿐입니다. 기존의 기초학력 지원 정책에 대한 개선 없는 경계선 지능 학생에 대한 학습 지원은 같은 실패만 경험할 것입니다. 기초학력 지원 정책이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를 주도적으로 이끌어갈 전문적인 전담교사가 없기 때문입니다. 

기초학력 지원은 개별적 지원, 전문적 지원, 강도 높은 지원, 지속적인 지원이 필수 성공 조건입니다. 그러나 현재 학교는 전체 학생들을 지도하는 것만으로도 강한 부하가 걸려 있습니다. 초등학교는 학급당 1.3명 규모의 인원 배치가 이루어지고 있고, 담임 외에 몇몇 과목의 전담 교육과 행정업무 처리로 인해 이미 과다한 업무를 소화하고 있습니다. 기초학력 담당 교사 또한 학습지원이 필요한 학생을 전담해서 강도 높게 지도하는 역할보다는 관련 사업과 사무를 담당하는 역할에 한정되고 있습니다.

경계성 지능 학생들에게 학습지원의 기회를 만들려면 그 일을 전담해서 추진할 전담 교원을 배치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전담 교원이 학교의 학습 지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운용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합니다. 담임교사, 교과 교사가 1차적으로 학습지원을 실시하고, 보조 강사를 활용하면 일부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학생이 가진 문제에 맞춘 학습지원을 하려면 담임교사와 강사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학습 방법을 안내해 줄 높은 수준의 전문성을 가진 전담 교원이 필요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학습지원은 팀을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전담 교원이 팀의 중심으로서 학교 안팎을 아우르는 3단계 학습 지원 체계를 운용해, 각 대상자에 맞는 학습지원이 전문성 있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현재 학교는 경계성 지능 학생들을 지원할 수 있는 프로그램과 전문 인력과 같은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지 않고, 이들 학생들의 지원에 앞서 진행될 정확한 진단 체계도 부족합니다. 이런 현실에서 전문성 있는 교원 양성과 배치 없이 겉으로만 개별 맞춤형 교육을 이야기해서는 그 어떤 정책 효과도 거둘 수 없습니다.

학습지원 정책에서 AI 디지털 교과서나 에듀테크 활용 방식은 여러 수단 중의 하나일 뿐이지 결코 만병통치약이 될 수 없습니다. 학습지원 대상 학생들은 혼자서 학습을 수행하는 것을 어려워합니다. AI 컴퓨터 앞에 앉고, 에듀테크를 사용하는 것조차도 어려워 하고, 힘들어 합니다. 이 학생들에게 AI 디지털 교과서를 제공하고, 에듀테크 기기를 지원하는 것만으로는 결코 학습지원 정책이라 할 수 없습니다. AI는 학습지원 데이터를 수집하고,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겠으나, 학습용 만능 도구가 될 수는 없습니다. 반복적인 연습에 일부 도움이 될 수 있으나, 무엇을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모르는 학생들에게는 무용지물일 뿐입니다. 에듀테크 기기를 일찍 접할 경우에 발생하는 부작용을 생각한다면 AI와 에듀테크가 만병통치약이 될 수는 없습니다. 

학생맞춤통합지원체제 역시 이를 전담하는 인력이 함께 배치되어야 합니다. 학습 지원 대책으로 강조되는 학생맞춤통합지원체제의 시범 운영 결과 학교 내에 복지사가 배치되어 있는 학교는 결과가 좋았고 학교 구성원의 만족도도 높게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복지사 없이 기존 시스템 속에서 시범 운영된 학교의 경우는 업무 과중의 문제가 발생하기도 하였습니다. 결국 새로운 사업은 그 사업을 담당할 인력을 배치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별도의 예산 계획이 제시되어야 하나 예산 계획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이번 방안의 큰 문제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현 정부에서 교육 예산을 줄이면서 모든 학교들에 지원되었던 기초학력 예산이 큰 폭으로 축소되었습니다. 그나마 실시되던 보충학습이나 기초학력 수업도 올해는 예산 문제로 없어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에듀테크 사업에 수천억의 예산을 투입하면서 정작 기초학력 예산은 줄이고 있는 것이 교육부 학습지원 정책의 현주소입니다. 구체적 예산 계획이 없는 경계성 지능 학생을 위한 학생맞춤통합지원체제 운영, 개별 맞춤형 운영 등은 화려한 말 잔치로 끝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에 좋은교사운동은 실효적인 학습지원 정책을 위해 다음과 같이 요구합니다. 

첫째, 경력 교사들 중에서 학습지원 전문교사를 양성하여 학교에 배치하십시오. 경력이 10년 이상 된 교원들에게 학습지원 전문성 연수를 실시하여 전문성 갖춘 교원을 양성해야 합니다. 그리고 양성한 학습지원 전문 교사를 학교에 전담으로 배치하십시오. 

둘째, 학습지원 정책에서 AI 디지털 교과서, 에듀테크 남발을 중지하고, 기계가 아닌 사람 중심의 지원 대책을 강구하십시오. 학습지원 대상 학생의 특성에 맞게 촘촘하고 찬찬히 지원할 수 있는 사람을 배치하는 것이 최선임을 잊지 마십시오.
AI 디지털 교과서, 에듀테크를 학습지원의 획기적 대책으로 포장하는 것을 중지하십시오.

셋째, 3단계 학습 안전망, 학생맞춤통합지원체제, 개별 맞춤형 운영 등의 정책을 실현할 수 있는 예산 지원 계획을 밝히십시오. 예산 계획 없는 지원 대책은 결국 문서상의 정책으로 그치고 말 것입니다.
2024. 7. 8.
좋은교사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