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꼬박 10년이 되는 날입니다. 기억과 약속과 책임을 수없이 되뇌었지만, 뭐 크게 달라진 것 없는 오늘의 교육 현장을 보고 있노라면 세월호 희생자분들과 유가족분들께 부끄러운 마음뿐입니다.
참사의 진실을 규명하고, 책임자에게 마땅한 책임을 묻고, 보다 안전한 우리 사회를 만들어 가는 일! 이 명약관화한 일이 10년의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한 숙제로 남아 있을 뿐입니다. 풀어야 할 숙제를 풀지 않고 세월호 참사의 교훈을 잊은 우리 사회는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오송 참사, 10.29 이태원 참사 등 반복되는 사회적 아픔을 계속 겪어야만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학교는 안전한 배움터가 되기보다 경쟁교육의 전쟁터로 심화되고 있습니다. 작년에 확정된 2028 대학입시제도 개편안에 따라 학생들은 고교 3학년 대부분의 과목을 촘촘한 줄 세우기 상대평가로 평가받는 처지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지나온 10년보다 앞으로의 10년도 학교는 더욱 경쟁교육에 몰리게 되었습니다. 이에 과도한 경쟁교육으로 내몰리는 학생들은 신체적 안전은 물론이거니와 정서, 심리적 안전을 더욱 위협받고 있습니다. 과도한 경쟁교육의 틈바구니에서 우리 학생들은 세월호의 아픔을 매일매일 경험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이하며 우리 사회가 기억하고, 약속하고, 책임질 것은 무엇인지 다시 한번 되새겨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세월호 참사가 우리 사회의 황금만능주의와 어른들의 무책임에서 비롯된 것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또한 이로 인해 짧은 삶을 마감할 수밖에 없었던 제자들과 동료 교사들의 잃어버린 꿈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체험학습을 떠나며 설레며 기뻐했을 우리의 제자들과 동료교사들의 마음을 기억하며, 모두가 배움의 기쁨과 설렘을 누리는 교육을 만들어 내는 일! 이 일이야말로 살아남은 자들이 이뤄내야 할 약속이며 책임일 것입니다.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이해 좋은교사운동은 세월호 참사가 만들어 낸 우리 사회의 변화를 직시하고, 학교를 더 안전하고 평화로운 배움터로 만들어 가는 일에 힘을 다할 것을 약속합니다. 또한 배움이 고통이 아닌 기쁨이 되고 교육 3주체의 신뢰와 협력이 넘치는 학교다운 학교를 만드는 일에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세월호 참사 피해자분들의 희생을 애도하며, 유가족분들의 내일을 늘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