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는 지난 20일 학교폭력 전담조사관 도입 근거 마련을 포함한 ‘학교폭력예방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밝혔습니다. 교육부는 학교폭력 전담조사관 도입의 목적을 교원의 과중한 학교폭력 업무 부담 경감, 학교폭력 사안 처리의 공정성과 전문성 강화 등으로 밝히기도 하였습니다. 학교폭력 전담조사관 제도 도입 배경으로 교육부가 밝힌 내용대로 실제 학교 현장에서는 교사가 수업과 생활지도에 집중하기보다 학교폭력 사안의 엄정한 조사라는 미명하에 과도한 업무 부담과 악성 민원에 시달려 온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당장 3월 시행을 앞두고 교육당국의 학교폭력 전담조사관 제도 추진 상황을 살펴보면 교육부가 밝힌 도입 목적은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이룰 수 없을 것처럼 보입니다. 우선 교육부가 내세운 교원의 과중한 학교폭력 업무 부담 경감은 교사들의 기대에 훨씬 미치지 못할 것입니다. 전담 조사관은 말 그대로 조사의 역할만 할 뿐, 조사 준비 과정이나 조사 전후의 관련 학생, 학부모와의 연락은 여전히 담당 교사의 일입니다. 또한 조사 과정에서도 교사 동석을 요청받고 있는 바 교사의 업무 경감 효과는 크지 않을 것입니다.
학교폭력 전담조사관 도입의 두 번째 목적인 공정성과 전문성 강화 효과도 그리 크지 않을 것입니다. 교육부는 전직 수사관을 학교폭력 조사관으로 위촉해 마치 학교폭력 사안 조사의 전문성이 대폭 향상할 것처럼 이야기했지만, 일부 시도에서는 조사관 채용이 어려워 현직 교사를 조사관으로 뽑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는 실정입니다.
전직 수사관이 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하는 데 있어 정말 전문가인지도 여전히 의문입니다. 오히려 조사 과정에서의 학생 심리적 안정을 위해 교사 동석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상황에서 이들 전직 수사관들이 정말 전문가일 수 있는지 근본적인 물음이 생깁니다. 전문가라면 조사 대상이 되는 학생들에 대한 이해는 기본 전제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공정성 강화 측면에서도 득보다는 실이 큽니다. 이미 법조계에서는 학교폭력을 전직 수사관들이 전담 조사관으로 조사에 나서는 만큼 학교폭력 전문 변호사가 배석해서 조사에 임하게 해야 한다는 불안 마케팅이 시작되었습니다. 학교폭력 대응 초기 단계부터 가해-피해 관련 학생 양측에서 변호사가 배석하며 법률적 다툼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학교폭력 전담조사관이나 동석 교사가 과연 무슨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제대로 된 조사가 가능할지 의문입니다.
좋은교사운동은 지난 12월 4일 성명에서 충분한 준비 없이 시행되는 학교폭력 전담조사관 제도 도입에 대해 우려의 입장을 표명한 바 있습니다. 들어가는 예산에 비해 교사들이 기대하는 업무 경감 효과는 작고, 학교의 교육적 해결 역량도 줄어들며, 무엇보다 조사 과정에서 사법적 분쟁만 커질 것이 예상되었기 때문입니다.
좋은교사운동은 충분한 준비 과정 없이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는 학교폭력 전담조사관 제도 도입에 다시 한번 우려의 입장을 표명합니다. 시범 운영 단계를 거쳐 업무 경감 효과나 사안 조사의 공정성과 전문성 제고 효과를 충분히 검증하고 시행해도 늦지 않습니다. 학교폭력 전담조사관 제도 도입보다 우선 시급한 갈등해결 전문교사 양성과 배치, 광범위한 학교폭력 개념의 재규정, 초등 저학년 학교폭력 대상 제외, 초등 학교폭력 담당 교사 정원 외 확대, 관계 회복 프로그램의 질 향상 지원 등의 조치를 먼저 시행하기를 촉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