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 5일 대통령 주재로 민생토론회를 개최하고 2024년 늘봄학교 추진 방안을 발표하였습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은 “돌봄은 대통령의 헌법상의 책임”이라고 언급하며, “건전재정 기조를 유지해도 늘봄 정책에는 충분히 재정을 투입할” 것이라 발언하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이날 발표된 2024년 늘봄학교 추진 방안에는 올 1학기 2,000개 교 이상 운영, 2학기 전국 모든 초등학교 늘봄학교 확대 도입 방안 등이 담겨 있습니다.
대통령은 돌봄이 대통령으로서 해야 할 헌법상의 책임이라고까지 이야기했지만, 정작 추진 방안을 살펴보면 2023년 시범 운영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들이 그대로 반복될 우려가 상당합니다. 작년 늘봄학교 시범 운영 과정에서는 늑장 예산 지원, 전담 인력 미배치, 학교의 늘봄 업무 과중, 지역단위 돌봄체계 구축 미흡, 현장 의견수렴 없는 무리한 시범 운영 등의 문제가 계속 드러났습니다. 이에, 시범 운영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들에 대한 충분한 개선 방안 없는 교육당국의 2024년 늘봄학교 추진 방안에 대해 좋은교사운동은 우려의 입장을 표합니다.
희망하는 초등학생이 누구나 늘봄교실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이를 전담할 전문 인력이 필요합니다. 교육부는 이를 위해 학교에 늘봄 전담 조직인 늘봄지원실을 두겠다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늘봄지원실장에 교감 또는 늘봄지원센터 공무원이 그 역할을 맡는 것에 대해 현장에서는 동의한 바가 없으며, 늘봄지원센터 소속 공무원 배치의 현실성 또한 장담할 수 없습니다. 더욱이 늘봄실무 업무에 대해서 올 1학기에는 교사가 그 업무를 도맡아 해야 하고, 2학기에 들어올 늘봄실무직원은 단기 계약직, 공무직 등 시도교육청별 여건에 따라 운영하게 되어 있어 안정적 전문 인력으로 볼 수도 없습니다.
예를 들어 경북교육청의 경우, 2024 지속가능한 경북형 늘봄학교 추진계획을 통해 경북형 늘봄선도학교에 정규교사 60명, 기간제교사 300명을 활용해 학교당 1명씩 배치할 예정이라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이 방안에 대해서도 올해는 한시적 인력 지원이 있지만, 내년에는 인력 지원이 없이 운영할 수도 있다는 현장의 우려가 큽니다. 과거에 방과후학교와 돌봄교실이 전국적으로 초등학교에 들어올 때도 한시적 인력 지원 문제 때문에 초등교사들은 업무 부담과 관련 민원으로 큰 어려움을 겪은 바 있습니다. 이러한 역사가 반복되지 않으려면 늘봄학교 전국 확대 운영에 앞서 전문 인력 확보 방안에 대한 협의가 필요합니다.
방과후는 교사가, 돌봄은 돌봄전담사가 운영하는 현 체제를 늘봄학교로 통합 운영할 때 돌봄전담사를 늘봄전담사로 바꾸고 업무를 통합하는 것에 대해서도 관련 노조와 합의된 바는 없습니다. 협의를 추진할 예정일 뿐입니다. 전문 인력 지원이 없는 상황에서 졸속으로 아무나, 누구라도 책임을 맡는 방식의 늘봄 업무 전가가 얼마나 합리적인 늘봄 운영을 가능하게 할지 의문입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늘봄학교를 운영하겠다는 비전이 정확한 인력 배치 규모도 없이, 비정규직 단기 계약직 인원으로 이뤄질 리 만무합니다.
돌봄은 사회적 요구가 큰 만큼 그에 합당한 국가적 지원 체계가 필요합니다. 지역사회의 높은 수요를 학교가 오롯이 모두 받아내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교육부는 이를 위해 늘봄 정책을 시작하며 지역단위 돌봄 체계를 구축하겠다 밝혔습니다. 이번 발표에도 학교 안팎의 다양한 자원을 연계하겠다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과연 이번 발표로 지역단위 돌봄 체계가 구축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우선, 학교 안 공간 확보 방안은 지금껏 시행된 정책에서 크게 다를 바가 없습니다. 모듈러 교실 설치는 학생들이 교실 밖 활동 공간, 체육활동 공간을 줄이는 문제가 있고, 기존 공간을 활용하는 방식은 대도심 과대, 과밀학교에서는 또 다른 교육활동에 어려움을 줍니다. 초등 저학년 교실을 돌봄교실로 겸용해서 쓰는 겸용교실 문제가 또다시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학교 밖 연계 방안으로 거점형 늘봄센터를 신축 또는 지정 운영을 하겠다 하였습니다. 하지만 좋은교사운동이 지난해 정보공개청구로 확인한 8개 시범 운영 교육청의 거점형 돌봄센터 구축 현황을 살펴보면, 사업 진행 속도는 더디기만 하고 이용 가능 인원도 대부분 미정이거나 소수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나 교육부는 이번 발표에서 이에 대한 개선 방안조차 밝히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