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많은 부분은 경직성 예산으로 사용됩니다. 그런데 고등교육 전출금도 늘고, 특별교부금도 늘어나면 시도교육청에서 사용할 금액은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일례로 2022년 경기도교육청의 예산은 19조 1,959억 원입니다. 이 중에서 인건비, 학교 운영비와 같은 경직성 예산은 16조 5,162억 원입니다. 86%가 경직성 예산입니다. 경직성 예산은 줄이기가 힘든 예산입니다. 경기도교육청의 경우 경직성 예산을 뺀 전체 예산의 14% 수준에서 도교육청 사업을 해야 합니다. 체감적으로는 60% 이상의 감축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이 정도의 예산 감축은 초중고 학교가 정상적으로 운영되기 어려운 수준입니다.
최근 일선 학교에서는 다른 항목의 예산을 끌어오는 추경을 통해 전기세와 가스값의 부족분을 채우고 있습니다. 연초 예상보다 전기세와 가스비가 올랐기 때문입니다. 한전은 내년에도 추가 인상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교육 예산의 심각한 감소로, 교육 예산 대란이 2024년에 예상됩니다.
심각한 수준의 교육 예산 부족에도 불구하고 교육부는 특별교부금 사업 중 2023년 하나뿐이었던 ‘디지털 기반 원격교육 혁신 지원’ 사업을 2024년에는 디지털 역량 제고, 디지털 기반 구축, 디지털교과서 개발 등 3가지 사업으로 확대를 예고했습니다.
요한 하리가 쓴 ‘도둑맞은 집중력’에서 문해력을 연구하는 노르웨이 아네 망엔 교수는 종이책으로 정보를 습득한 사람보다 화면으로 정보를 습득한 사람이 같은 내용을 더 적게 이해하고 기억한다는 것을 54개의 연구를 통해 증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현상을 ‘화면의 열세’라고 명명했습니다. 이미 긴 글 읽기의 능력을 잃어버리고 있는 우리의 다음 세대들에게 학교마저 서둘러 읽기와 관련한 참을성과 지구력을 떨어뜨리는 일을 다른 나라보다 서둘러 해야 하는지 의문이 생깁니다.
특별히 학생 생활지도 고시 이후 분리 학생에 대한 지도와 분리 공간 마련을 위해서는 한 푼의 예산과 인력 지원도 없어서 현장은 갈수록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 과연 AI 디지털 교육 사업이 특별교부금 비율을 상향해서까지 추진해야 할 사업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에 뜻을 같이하는 교육단체들은 다음과 같이 요구합니다.
첫째, 특별교부금 비율을 3%에서 4%로 상향하는 입법 계획을 취소하십시오. 특별교부금 증액은 교육감의 권한을 축소하여 교육자치에 역행하는 정책입니다.
둘째, 오히려 내년 한 해 한시적으로 교육부가 사용하는 특별교부금을 3%에서 2%로 감축하십시오. 2024년에는 심각한 수준의 교육 예산 감축으로 학교는 냉난방비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교육부는 교육부 주도 사업을 줄여 그 예산을 학교에 지원하는 것이 온당합니다.
셋째,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 나와 있는 교부율 보정을 실시하십시오. 이미 2004년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 시 봉급교부금, 경상교부금, 증액교부금, 지방교육양여금 등을 하나의 교부금으로 개편하면서, 내년과 같이 급격한 교부금의 감소로 인해 인건비가 다른 경비를 잠식할 경우 줄어든 만큼 2년 뒤 교부금에 추가하는 법을 이미 만들었습니다. 지금은 법률이 정한 ‘지방교육재정의 인건비 소요에 현저한 변동이 있는 때’로 보기에 충분하므로 관련 법을 적용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