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충남교육청 장학사 비리 관련 성명서
충남교육청 장학사 시험 비리 사태는
교육전문직 인사제도 개선으로 마무리 되어야 합니다.
▲ 충남교육청 장학사 시험비리 사태는 학교 행정체제의 근본적 한계가 문제 발생을 초래한 것으로 봐야 한다.
▲ 충남교육청 장학사 시험비리 사태의 원인은 장학사 선발 전형 구조와 교육전문직에 대한 교장 승진 특혜 때문이다.
▲ 2010년에도 이와 유사한 서울교육청의『하이힐 폭행 사건』과 이 사건으로 공론화됐던 교육전문직 인사제도 개선 연구를 다시 주목해야할 필요가 있다.
▲ 교육전문직 선발 임용의 전형 방법을 개선하고, 교육전문직에 주어지는 특혜를 줄여야 한다.
▲ 현행 교장승진제도는 학교 구성원에 의한 교장공모제도로 대체되어야 한다.
충남교육청에서 발생한 장학사 시험 비리 사건은 한 개인의 도덕성 문제를 넘어 학교 행정 체제가 지니고 있는 근본적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비리 발생의 원인은 크게 보아 두 가지다.
첫째, 장학사 선발 전형 구조가 폐쇄적이라는 점이다.
장학사 선발의 과정에서 출제나 심사가 교육청 내부 인사로 운영되기 때문에 비리가 발생할 소지가 다분히 있다.
둘째, 장학사를 포함한 전문직에 주어지는 승진상의 특혜 때문이다.
교육 전문직을 거치면, 교사가 교장으로 승진하기 위해서 필요한 점수를 보다 쉽게 얻을 수 있다.
물론 전문직으로서의 경험이 학교 관리자가 되는 데 있어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전문직 경험이 학교 관리자 전문성의 필수 요소인지, 그리고 그 경험이 학교교육발전에 실제로 도움이 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2010년에도 충남 장학사 비리와 유사한 사건이 있었다. 서울시 교육청 관료들의 술좌석에서 벌어진 폭력사건을 수사하면서 장학사 시험에서 돈이 오고간 사실이 밝혀진바 있다. 이 사건은 ‘하이힐 폭행 사건’이라는 이름으로 사회적 이슈가 되었고, 2010년 3월, 권영진 국회의원이 주관한 ‘교육비리 및 교육 관료주의 척결을 위한 정책토론회’라는 이름의 국회토론회가 열린바 있다. 이 토론회에는 당시 교육과학기술부 1차관이었던 이주호 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토론자로 참석하기도 하였다. 2010년 7월에는 교육전문직 인사제도 개선을 위한 공청회가 열렸다. 이 공청회에서는 교육과학기술부가 한국교육개발원에 위탁한 정책연구과제 '교원전문직 인사제도 개선(안)'(연구책임자: 박영숙 학교컨설팅평가연구본부장)이 제시되었다. 이 연구에서는 '교육전문직의 교장 교감 전직 제한'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우리는 2013년에 또다시 불거진 이 사태 앞에서 2010년에 있었던 상황과 당시의 논의 내용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국무총리실의 개선 요구로 시행된 이 연구에서는 영국, 프랑스, 일본의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이 나라들에서는 교육전문직으로 들어오면 업무를 장기간 담당하면서 업무의 전문성을 높여 가고, 교원직으로 재전직하지 않고 퇴직하게 한다. 이를 통해 교육전문직 종사자의 전문성과 정체성을 보호하고 교육전문직이 승진을 위한 도구로 활용되는 일을 방지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연구에서는 단기적으로 승진을 목적으로 전직과 재전직을 빈번히 하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일정한 의무 근무기간을 적용하여 교장 교감으로의 재전직 요건을 강화하도록 제안하고 있다. 이 개선안에서는 교사가 승진을 위해 교육행정직으로 전직하고 다시 교원으로 재전직 하는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일정한 의무 근무기간을 적용하여 교장 교감으로의 재전직 요건을 강화하도록 제안하고 있다.
이 개선안은 교육전문직에 주어지는 특혜 요인을 줄여 전문직 채용비리를 차단하고자 함과 동시에 교육전문직의 전문성을 심화할 수 있는 방안으로 평가할 수 있다.
우리는 충남 교육청 장학사 비리 사태가 학교와 교육청의 관계 정립을 다시 시도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나라의 학교는 교육청의 지시와 통제에 과도하게 얽매여 있다. 이는 교장승진구조를 통해 교육청의 학교 통제권이 공고하게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가 교육 중심이 아닌 행정 중심으로 운영되는 상황의 근저에는 교장승진제도가 작동하고 있다. 우리는 학교를 행정중심으로 만드는 교장승진제도가 작동하는 과정에서 충남 장학사 시험 비리가 발생한 것임을 기억해야 한다.
학교가 교육청보다는 학생과 학부모를 바라보고 자율적으로 혁신하는 역량을 갖추어가기 위해서는, 교육청이 학교를 지원하는 기능에 충실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이 사태를 다시 곱십어보고, 교육전문직의 역할에 대해 검토하고 개선 방안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사)좋은교사운동은 교육전문직 인사제도 개선 방안으로 다음의 세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선발 임용의 전형 방법을 개선해야한다.
현행 필기고사로 실시되는 장학사 선발 고사를 폐지하고 직무 수행에 필요한 핵심역량을 진단하는 다단계 전형 방법을 도입해야 한다. 그리고, 외부 평가자가 참여하는 평가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이 타당하다.
둘째, 교육전문직에 주어지는 특혜를 줄여야 한다.
교육전문직이 승진을 위한 수단적 경로로 자리매김하기 보다는, 전문직 본연의 자기 역할을 할 수 있게끔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전문직에 주어지는 승진 가산점을 폐지하고, 교장 교감으로의 전직을 제한해야한다.
셋째, 현행 교장승진제도는 학교 구성원에 의한 교장공모제도로 대체되어야 한다.
경력과 실적에 의한 점수 위주의 교장 승진 결정 방식을, 교장 후보자에 대한 학교 구성원에 의한 직접적 심사과정으로 대체해야 한다. 이를 통해 학교의 자율성을 높이고, 교육청은 학교를 지원하는 기능에 충실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이번 장학사 시험 비리 사건을 계기로 교육전문직의 역할과 교육청과 학교의 관계를 둘러싼 교장승진제도에 대한 활발한 토론이 일어나기를 기대한다. 이를 통해 학교와 교육청의 고질적인 병폐들이 사라지고, 충청남도 교육청에서 있었던 불행한 사태가 다시 반복되지 않게 되기를 바란다.
2013. 2. 15
(사)좋은교사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