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학교폭력 유공자 승진 가산점 관련 성명서

보도자료

[성명서] 학교폭력 유공자 승진 가산점 관련 성명서

좋은교사 0 17267


학교폭력 유공자에게 주어지는 승진가산점은

오히려 학교폭력 해결을 위한 학교의 역량을

약화시킬 수 있습니다


올해부터 학교폭력 업무 관련 유공 교사에게 승진가산점을 부여하는 문제로 학교 현장은 혼란스럽다. 학교별로 40%의 교사를 대상으로 하고 우수학교 10%와 미흡 학교 10%는 각각 10%를 증감하도록 하고 있다. 우수학교와 미흡학교를 구별하기 위해 학교폭력 관련 실적을 제출하도록 하고 있으며, 단위학교에서는 교사를 대상으로 학교폭력 관련 실적을 제출하라고 한다. 그리고 심사위원회를 구성하여 대상자를 선별하게 된다.


승진 가산점 부여의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실적 평가의 기준이 애매하다. 평소 학생들을 상담하고 지도한 것들을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이 분명치 않다.

둘째, 많은 잡무를 양산한다. 학생들과 상담하고 지도한 실적을 위한 자료를 만들기 위해 불필요한 잡무가 양산된다.

셋째, 열심히 했음에도 배제되는 교사가 생기고 불평과 사기 저하의 요인이 된다. 40%를 맞추기 위해서는 열심히 했음에도 배제되는 교사가 생길 수밖에 없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기간제 교사의 경우 많은 수고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승진 가산점과는 무관할 수밖에 없다. 물론 승진 가산점을 위해서 노력한 것은 아니겠지만 결과적으로 이들의 사기를 저하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넷째, 열심히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승진가산점을 받는 교사가 생길 수 있다. 승진 가산점이 필요한 교사들은 얼마든지 서류상 실적을 만들어 낼 수 있고, 단위학교에서는 승진 가산점이 필요한 교사들이 요직을 맡고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들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승진가산점이 주어질 수 있는 구조가 있다. 결국 이로 인해 오히려 열심히 한 사람들이 배제되는 결과가 발생하여 불만의 요인이 될 수 있다.

다섯째, 선별적으로 주어지는 승진가산점은 학교 공동체 전체의 참여를 약화시킬 수 있다. 승진가산점 대상이 되지 못한 교사들은 학교폭력 업무에 대해 아예 관심을 갖지 않을 수도 있다. 이는 학교 교직원 전체의 참여를 필수적으로 요구하는 학교폭력 예방에 심대한 장애물이 될 수 있다.


이와 같은 이유로 인해 학교폭력 유공자를 배려한다는 명분으로 주어지는 승진가산점이 오히려 학교폭력 유공자의 불평을 조장하고, 오히려 학교폭력 해결을 위한 단위학교의 역량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교육부는 이와 같은 문제를 직시하고 조속히 대책을 마련하여야 할 것이다.


아래는 이와 같은 문제점을 지적하며 개인적으로 승진가산점을 거부하기로 한 교사의 글이다.

내가 학교폭력 유공교원 가산점을 거부하는 이유

이병주(덕양중학교 학생인권부장교사)

지금 학교현장은 학교폭력 관련 유공교사들을 선정하기 위해서 무척 바쁘다. 참 어이없는 일이다. 개인적으로 혁신학교에서 학생부장을 자원해서 5년째 맡고 있지만 나는 유공교원 가산점 신청서를 마감일까지도 제출하지 않았다. 승진 가산점이 전혀 없던 지난 수 년 동안 학생부장으로서 일해 왔으니 자격으로 본다면 이보다 더한 자격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학교폭력 예방에 기여한 교원들의 노고를 배려한다는 명분을 내세운 이러한 관료주의적 사고는 학교폭력의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오히려 학교공동체를 분열시키고 모순을 심화시키는 비교육적인 제도이며 많은 교사들은 교육부의 이런 승진점수를 통한 교원관리/통제정책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

내가 이 학교폭력 유공교원 승진가산점을 거부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이 제도는 그 동안 학교와 교사들이 아이들의 삶에 대한 공적인 관심과 교육의 전문성보다는 승진이라는 한 개인의 사적인 성취에 매달려 교육의 공공성을 훼손하고 그 결과 학교가 많은 국민들로부터 비난과 불신을 받게 했던 전형적인 승진 패러다임의 산물이다. 문제의 근원이 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니 이 얼마나 가당치 않은 짓인가!

둘째 이 제도는 학교공동체를 분열시키는 근시안적인 정책이다. 교사라면 응당 학교와 교실에서 폭력이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너무도 당연한 기본 업무이자 의무인데 그 중 누구에게는 점수를 주고, 누구는 배제하겠다는 것이 도대체 무슨 말인가? 이 정책을 들여다보면 아예 항목별 승진가산점부여 대상자들의 비율까지 정해서 학교현장으로 내려 보냈다. 우스운 것은 같이 똑같이 담임을 했지만 누구는 대상자가 되고, 누군가는(기간제 교사들의 경우 100%) 대상자가 되지 못한다. 근시안적일뿐만 아니라 불공정하기까지 하다.

학교폭력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교사, 학생, 학부모 모든 학교의 구성원들이 폭력적인 교실의 문화를 평화롭고 공의로운 학교문화로 재창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학교폭력의 문제는 결코 학생부와 담임교사들만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학교의 문화와 분위기를 바꾸어내는 섬세한 작업이기 때문이다.

내가 근무하는 학교에서는 아이들의 안전하고 행복한 학교생활을 담보해 내기 위해서 상담교사, 담임교사, 학생부 교사뿐만 아니라 보조교사와 관리자들까지 정기적으로 모여서 간담회를 진행한다. 다른 급한 업무를 제쳐놓고 아이들의 학교생활에서의 교우관계, 적응력, 수업참여도 등을 면밀하게 체크하면서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을 어떻게 도울것인지 논의하는 자리다. 늦은 밤까지 열띤 이야기들이 오가기도 한다. 하지만 교육부에서 추진하는 이 정책에 의하면 정규직이 아닌 상담선생님, 보조 선생님들, 특히 그 누구보다 헌신적인 기간제 담임 선생님들은 유공교원이 못된다. 교육부 논리로 말하면 학교폭력 예방에 공이 없다는 것이다. 그들의 서러움과 사기저하에 교육부는 뭐라 대답할 것인가! 학교 공동체의 응집력과 활기를 도모해야할 주무부서가 이런 분열적이고 비교육적인 정책들을 고안하면서 학생들이 무엇을 배우기를 기대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마지막으로 현장교사들만이 느낄 수 있는 심각한 또 다른 문제는 교육부가 이렇게 반교육적이기까지 한 정책을 추진하면서 또 다시 엄청난 양의 공문과 행정잡무들을 양산해낸다는 것이다. 이는 교사들이 수업준비와 생활교육에 집중해야할 귀중한 시간을 앗아가는 것으로 연결된다. 부끄럽지만 많은 교사들에게 승진 관련한 문제가 워낙 예민하다보니 벌써 이와 관련된 공문과 규정을 수차례 재발송하였을 뿐만 아니라 선정위원회 조직, 심사, 계획서 작성과 결재, 보고 등 아이들의 삶과는 전혀 무관한 일들에 매달리게 하고 있다. 이런 허접한 행정잡무들이 쌓여서 그야말로 학교현장은 주객이 전도되고, 본질과 비본질이 뒤바뀐 하부행정기관으로 전락해 오지 않았던가.

우려된다. 혹시라도 승진 가산점에 마음을 두고 내년에 담임이나 학생부장을 지원하는 교사가 있다면 과연 그의 생활지도에서 아이들의 마음을 움직일만한 힘과 진정성을 찾아볼 수 있을까? 오히려 문제가 있을 때 그것을 투명하게 드러내놓고 모든 학교주체들의 힘을 모아 해결하려하기보다는 그저 대충 덮고 지나치려고 하지는 않을까?

흔히들 3D 업종이라하는 학생부장을 내가 지난 5년동안 자원해서 열과 성을 다해 노력해온 것은 승진 가산점이라는 알량한 대접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다. 연말에 희망업무 부서 신청서를 작성할 때마다 학생부장의 역할에 많은 애환과 고단함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것을 상쇄할만한 교사로서의 보람과 기쁨 성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내가 근무하는 혁신학교 교육공동체인 교사, 학생, 학부모 공동체로부터 전폭적인 지지와 도움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행여라도 이 제도로 인해 교사들간에 ‘승진 가산점을 받는 너희들이 학교폭력과 같은 성가신 일은 다 떠맡아라’하는 학교공동체를 해치는 심리가 또아리를 틀지는 않을지 다시 한번 걱정스럽다.

이제는 이런 단세포적인 패러다임에서 좀 벗어나야 하지 않겠나. 교육부에 바란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학교폭력은 학교구성원 모두가 힘을 모으고 교육의 공공성과 공동체성을 회복할 때 자연스럽게 해결될 문제다. 그것을 위해 어떤 정책들을 펼쳐야 할지 모르겠다면 뜻이 있는 현장 교사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라. 무엇보다 우리 아이들을 여전히 고통스럽게 옥죄고 있는 입시정책을 비롯한 교육환경의 질적 변화부터 힘써주길 간곡히 바란다.



2013년 11월 6일

(사)좋은교사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