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중학교 자유학기제 시범 운영 계획에 대한 논평

보도자료

[성명서] 중학교 자유학기제 시범 운영 계획에 대한 논평

좋은교사 0 15659





중학교 체제 혁신에 대한 계획이 없는

자유학기제 전면화는

자유학기제 도입 취지를 달성할 수 없습니다


 

 

교육부가 중학교 교육과정 중 한 학기 동안 학생의 진로탐색 활동 등 다양한 직간접 체험 활동을 강화하고 수업방식을 토론실험실습프로젝트 수행 등 학생 참여 중심으로 개선하는 중학교 자유학기제 운영 계획을 발표했다. 교육부는 이러한 자유학기제를 2013 2학기에 중1학년 2학기를 대상으로 42개교, 2014 1학기에 중2학년 1학기를 대상으로 40 여 개 교를 시범 실시를 하고, 2014년과 2015년 동안 희망학교를 신청받아 운영한 후 2016년부터 전국의 모든 중학교에 전면 실시하겠다고 발표를 했다.

 

교육부가 발표한 자유학기제 시범 실시의 주요 내용은모든 교과에 진로와 관련된 내용 반영 및 학생 참여형 수업 방법 활용’ ‘교과수업 시수 탄력 조정 및 성취 기준 중심으로 수업 진행’ ‘중간, 기말고사 미실시 및 진로 체험 활동 누가 기록’ ‘2회 이상 전일제 진로 체험 실시’ ‘학생의 관심에 따른 동아리 및 체험활동 강화’ ‘체험 인프라 체제 구축 및 지원등이다. 그리고 이러한 자유학기제를 통해 학교의 과도한 성적 중시 풍토가 개선되고, 참여활동협동 중심의 학습으로 교우 관계가 개선되며, 적성에 맞는 자기 계발 및 인성 함양이 가능해짐으로써 만족감 높은 학교생활을 통해 공교육에 대한 신뢰가 제고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실제로 교육부가 내놓은 자유학기제 안은 교육 본질 회복을 위한 매우 파격적인 안이라고 볼 수 있다. 비록 한 학기 동안이긴 하지만 중간기말 고사를 완전히 없애고, 학생들의 흥미와 체험진로 중심으로 모든 교과 내용과 학교 활동을 재편한다는 것은 그 동안 우리 교육계가 꿈꾸던 것을 실제로 한 학기 동안 실현해 본다는 차원에서 큰 의미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교육부는 이러한 자유학기제의 2016년 전면화를 전제로 추진하면서 자유학기제와 충돌을 빚고 있는 현행 중학교 교육 체제 혁신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원래 자유학기제 도입 취지는 중학교 한 학기만자유를 주고 나머지 학기들은 기존의경쟁체제를 유지하자는 것이 아니다. 한 학기 동안의 자유학기제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중학교 교육 체제 전반을 혁신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런데 자유학기제 도입의 의도와 충돌하고 있는 몇 가지 제도에 대한 개선 없이 한 학기 동안의 자유학기제만 도입할 경우, 이 자유학기제가 중학교 교육 체제 전반에 대한 혁신을 가져오지 못할 뿐 아니라 한 학기의 자유학기제마저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할 확률이 높아 보인다.

 

이번에 도입하는 자유학기제가 한 학기의 교육적 성과를 거둘 뿐 아니라 전체 중학교 교육 체제의 혁신을 가져오기 위해서는 다음 몇 가지 부분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

 

첫째, 중학교 교육과정의 내용이 축소되어야 한다. 물론 중학교 교육과정의 축소는 고등학교 교육을 포함한 우리 교육의 전반적인 교육과정의 축소와 연결될 것이다. 이러한 교육과정의 축소 없이는 한 학기의 자유학기제마저 제대로 운영되기가 어렵다. 현재 교육부가 발표한 자유학기제 운영안에 따르면 기존 교과 수업을 20% 범위 내에서 축소할 수가 있고, 또 교과 내용도 현행과 같은 내용 요약 중심이 아닌 학생의 참여와 체험 중심으로 운영을 해야 한다. 하지만 일부 수업이 아닌 한 학기 전체 수업을 학생의 참여와 체험 중심으로 운영할 경우 주어진 교육과정의 내용을 다 가르칠 수가 없다. 물론 교육부는 핵심 성취 기준 중심으로 가르치면 된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한 학기 교육과정은 그 학기로 끝나지 않고 다음 학기와 연계되어 있기 때문에 그 학기에 배워야 할 내용을 충실히 배우지 않으면 다음 학기 수업에 결손을 안게 된다. 이 부분이 해결되지 않으면 교사들은 부분적으로는 참여와 체험 중심의 수업을 진행하겠지만 전체적으로 수업의 틀을 바꾸는데 큰 부담을 느낄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교육과정을 충분히 가르치지 못하는 결손이 발생할 수가 있다. 그러기 때문에 당장은 아니지만 전면 실시 이전에 교육과정의 축소 문제가 반드시 해결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현재 서열화되어 있는 고교 체제를 해소하고, 고교 입시를 성적이 아닌 추첨 형태로 바꾸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 고교 체제는 이전의 평준화 형태에서 특목고, 자사고, 특성화고, 일반고로 이어지는 서열화 체제로 점점 굳어지고 있다. 그래서 보다 높은 서열의 고등학교로 진학하기 위한 중학교 차원에서의 경쟁이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물론 교육부는 자유학기제를 시행하는 그 학기의 성적은 고교 입시에 반영하지 않겠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보다 높은 서열의 고등학교로 진학하기를 원하는 학생과 학부모의 입장에서는 자유학기제 한 학기 동안도자유를 누릴 여유가 없다. 고교 입시를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기 때문에 현행의 고교 서열화 체제와 고교 입시를 그대로 둔 채 시행되는 자유학기제에서는 아이들이 제대로 된 자유를 누릴 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 이 상황에서 자유학기제의 성과가 전체 중학교 과정의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는 더더욱 할 수 없다. 자유학기제가 성공하기 위해서 그리고 그 성과가 전체 중학교 교육 전반으로 확대하기 위해서는 현행 고교 서열 체제를 반드시 해소해야 한다. 사실 대학 서열 체제와 달리 고교 서열 체제는 우리 사회가 한 때 극복했던 문제인데, 일부 어른들의 욕심과 잘못된 판단에 의해 최근 다시 부활한 체제다. 그러므로 매우 특수한 일부 고교를 제외하고 현행 자사고, 외고의 형태는 교육과정의 다양성은 유지하되 선발에 있어서는 일반고와 합하여 선지원 후추첨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그래야 중학교 단계에서의 입시 경쟁 압력이 줄어들게 되고 자유학기제도 그 소기의 성과를 달성할 수 있다.

 

셋째, 현행 학년별 평가 체제를 교사별 평가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이번 자유학기제 안에 있어서 가장 파격적인 요소는 그 한 학기 동안의 중간, 기말 고사를 폐지하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교사들에게 자유롭고 창의적인 수업을 할 수 있는 틀을 마련해주고, 아이들이 마음껏 진로 탐색을 할 수 있는 틀을 마련해 준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성과를 전체 중학교 교육의 혁신으로 이어간다고 할 때 중학교의 모든 시험을 다 폐지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현행 학년별 평가 체제를 교사별 평가 체제로 전환할 수는 있다. 학년별 평가 체제는 여러 교사들이 다양한 수업을 하더라도 평가는 똑같이 해야 하기 때문에 교과서 중심의 수업을 탈피할 수가 없다. 그리고 교사 개인별 창의적인 수업이 불가능하다. 교사가 자신이 가르친 반만 자신이 평가하는 체제가 마련되어야 교사 개인별 창의적 수업이 가능하고 개별 교사들의 수업에 대한 책무성을 물을 수 있다. 현재 중학교에서 교사별 평가가 교육적으로 맞다는 것을 다 알고 있으면서도 학년별 평가 체제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것은 고교 입시가 살아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교 서열 체제를 해소하고 고교 입시를 성적이 아닌 선지원 후추첨 제도로 전환할 경우 교사별 평가의 도입은 어렵지가 않다.

 

만약 교육부가 자유학기제 도입 취지와 충돌하는 중학교 교육 체제의 개선에 대한 계획과 의지가 없다면 자유학기제 전면 도입 계획은 중단되어야 할 것이다. 교육부가 이번 안에서 밝힌 2016년 전면 확대 계획을 보류하고 현재와 같이 자유학기제 시범학교나 희망학교를 체제를 계속 유지하면서 자유학기제의 도입 취지와 충돌하는 중학교 교육 체제 개선 이후에 전면 실시를 해야 할 것이다.

 

또 하나 지적할 것은자유학기제를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교육과정 안에서 실시해야 한다는 생각을 뛰어넘을 필요도 있다는 것이다. 자유학기제와 비슷한 틀을 운영하고 있는 아일랜드의전환학년제’, 덴마크의애프터스쿨’, 영국의갭이어등은 희망학생을 대상으로 기존의 교육과정 밖에서 실시하고 있다. 물론 현재 교육부의 안과 같이 모든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육과정 안에서 실시하는 것도 중학교 교육 체제 전반에 대한 혁신 노력도 그 나름의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이러한 교육부 안 외에도 유럽의 여러 나라가 실시하고 있는 것과 같은 희망학생을 대상으로 교육과정 밖에서 실시하는 방안도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해 좋은교사운동은전환학년 고등학교 시범 실시’ ‘진로 탐색 파견 학년제’ ‘진로 탐색 휴학제등을 제시한 바가 있다.

 

 

 

 

 

 

 

 

2013 5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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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교사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