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서울시 ‘스마트교육 실험 학교’에 대한 논평
▲ 각 시도별로 진행하고 있는 스마트교육 사업과 큰 차이 없음
▲ 스마트교육 실험학교 설립 계획은 홍보성, 전시성, 예산 낭비성 교육정보화 사업 계획
▲ 스마트교육 실험학교는 향후 유지 보수 문제로 애물단지로 전락할 가능성 큼
지난 12월 29일, 서울시교육청은 2014학년도 주요 업무계획을 확정·발표했다. 서울교육청은 이 업무계획에서 (가칭)스마트교육실험학교를 설립할 계획이 있음을 밝혔다. 서울시교육청은 스마트교육을 2년간 준비하여 2016년에 스마트교육 실험학교를 개교하겠다고 한다.
이 계획은 2011년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스마트교육추진 전략에서 파생된 것으로, 각 시도별로 분담되어 진행하고 있는 스마트교육 사업들과 큰 차이가 없다. 굳이 차이를 찾자면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2년 간 준비 과정을 거치겠다는 것과 다른 시도 교육청이 기존 학교에 스마트교육 인프라를 얹은 것과 달리 세종시 스마트 스쿨처럼 스마트교육 인프라 구축을 주목적으로 한 학교를 새로 짓겠다는 것이다. 이런 계획에 『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꿀 미래 학교 모델』이라는 치장을 얹는 것은 교수학습 교육정보화 사업에서 항상 나타나는 홍보성, 전시성 문구 작업으로 보인다. 서울시교육청이 발표한 스마트교육실험학교 계획은 새로운 내용을 담은 것이 아니다.
스마트교육 실험학교는 사실상 일반 학교로의 전면화를 염두에 둔 시도일 것이다. 그러나 스마트교육은 전면화 자체가 불가능하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은 2007년부터 디지털교과서 사업을 추진하면서 매번 전면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2013년이 된 지금까지도 전망이 불투명한 연구학교 사업만 추진한 상황이고 디지털교과서 사업 계획도 일부 교과 일부 학년으로 한정하여 추진하고 있다. 이는 2015년까지 2조 2280억원을 투자하여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전면화를 이루어 내겠다는 당초 계획과는 상당히 동떨어진 것이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이 7년간 무수한 예산과 인력을 투입하고도 크게 진전시키지 못한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교육적 효과성과 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때 의미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스마트교육 전면화를 교육청이 해낼 수는 없다. 그럼에도 서울시 교육청은 스마트교육 실험학교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무엇을 위한 실험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스마트교육 사업은 겉모양은 좋다. 서울시교육청 스마트교육실험학교 계획은 『세종시 스마트 스쿨』을 흉내 내는 듯하다. 그러나 그 속을 들여다보면 문제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서울시 교육청의 향후 스마트교육 계획이 궁금하다. 다음의 질문에 어떤 대답을 가지고 있는가?
⦁ 1인 1태블릿 PC 방침을 따라할 것인가?
⦁ 태블릿 PC는 시교육청이 구입하여 지급할 것인가?
⦁ 개인 태블릿PC 유지 보수 비용은 어떻게 할 것인가?
⦁ 교육 콘텐츠는 준비되어 있는가? 준비되어 있지 않다면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 스마트 교육 콘텐츠와 기존 ICT 교육 콘텐츠와 차별점은 무엇인가? 차별화된 스마트 교육콘텐츠는 보편화, 일반화 할 만큼 충분히 준비될 수 있는가?
⦁ 2008년부터 지금까지 시행하고 있는 디지털교과서 연구학교 성과가 시원치 않다. 집단 교육 환경인 교실에서 개인 기기로 적합한 태블릿PC 활용 교육은 정말로 효과적인가? 비용에 걸맞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가?
⦁ 스마트교육추진 전략이 표방했던 클라우드 교육기반 서비스를 흉내 낼 것인가?
⦁ 오픈 마켓을 준비할 것인가?
⦁ 과금 체계를 마련할 것인가?
⦁ 스마트스쿨 교육과정 개발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지금도 학교별로 특성화된 교육과정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이를 뛰어넘는 특화된 교육과정 개발을 시도하겠다는 것인가?
스마트교육은 정책 마케팅 용어에 불과하다. 지난 정부 스마트 교육 사업이 가장 큰 치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것은 홍보와 전시에 그친다. 대부분의 사업 계획은 취소되거나 적정화 수순을 밟았다. 서울시 교육청 사업도 결국 이와 같은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업무 계획에 명기되어 있는 교육행정정보화 추진 계획도 문제다. 『학교 컴퓨터실 및 공공도서관 디지털 자료실 클라우드 구축 사업』은 서버 구입 사업으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크고, 『스마트 기기를 활용한 종이 없는 회의 문화 조성 사업』은 교원들이 갖고 있는 스마트폰으로 회의문건을 전송하라는 공문 발송 사업으로 정리될 가능성이 크다. 속빈 강정이다.
스마트교육 인프라 사업은 시작할 땐 그럴싸하게 보인다. 그러나 뒷감당이 어렵다. 기기는 노후화될 것이고 유지 보수 비용과 관리 문제는 학교 일상의 암초로 작동할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의 스마트교육실험학교는 두고두고 후회할 애물단지로 전락할 것이다. 무모한 도전이자 실패가 기다리는 사업이다. 2016년 이후 서울시교육청은 스마트교육실험학교가 성공하고 있다고 거짓말을 꾸며대야 할 것이고 그 과정에서 무수한 잡음에 시달릴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스마트교육 실험학교 계획을 중단해야 한다.
2013년 1월 2일
(사) 좋은교사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