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문재인 캠프의 기초학력보장제 방향성을 바로 잡아야 한다

보도자료

[논평] 문재인 캠프의 기초학력보장제 방향성을 바로 잡아야 한다

좋은교사 0 13908

더불어민주당 대선 공약으로 1수업 2교사제를 골자로 하는 기초학력보장정책 공약이 발표되었다. 기초학력보장이라는 과제를 중요하게 받아들이고 대안을 제시하고자 노력한 점은 높이 평가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 방법이 타당한 것인가에 대해서는 보다 깊은 검토가 필요하다. 

 

 1수업 2교사제의 타당성은 충분한가? 

1수업 2교사제의 효과성은 충분히 검증되었는가? 일부 시도에서 ‘협력교사제’와 같은 형태의 정책이 실행된 바 있다. 그러나 그 효과성이 어떠한가에 대해서 실증적 검토가 충분히 이루어졌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 제대로 된 연구도 찾아보기 어렵다.

학습부진학생을 위한 학습안전망을 가장 제대로 갖추고 있다고 평가되는 핀란드의 경우를 보면 협력교사제와 같은 팀티칭은 일반화되어 있지 않다. 좋은 학교에는 팀티칭도 이루어지고 있지만 보편적인 것은 아니다. 보편적으로는 특별지원교사가 배치되어 있다. 특별지원교사는 일반교사 중 대학원 수준의 전문적 훈련을 통해 학습부진학생을 전문적으로 도울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춘 교사다. 일반교사와 특수교사의 중간쯤 되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그리고 특별지원교사를 중심으로 학생을 종합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다양한 인적 자원이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있다.

3단계 학습지원시스템이 작동된다. 어떤 학생이 학습의 곤란을 겪고 있으면 이 학생이 특별지원의 대상인지를 검토하게 된다. 1차적으로는 일반 수업을 통해 충분히 개별적인 지원을 받도록 노력한다. 담임교사와 교과담임교사의 역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려움이 지속될 경우 2차적으로 집중지원을 실시한다. 그것을 진단하고 처방하고 다양한 자원을 연결하는 역할을 특별지원교사를 중심으로 하는 학생복지그룹이 담당한다. 학생은 과외적인 지도를 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려움이 지속될 경우 3차 단계인 특수교육지원을 받도록 한다.

핵심은 전문성과 권한을 갖춘 교사의 존재다. 이 구조가 우선적으로 갖추어져야 한다.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협력교사부터 배치하는 것은 고비용 저효율을 낳을 수 있다. 물론 학생들을 위해서는 고비용이라 하더라도 우선적으로 투입하는 것은 합당하다. 하지만 정책의 우선순위를 바로 설정해야 한다.

1수업 2교사제에 필요한 비용이 얼마로 추산이 될 것인가? 공약을 보면 1,000명을 배치하는 데 62억으로 추산하고 있다. 시범 실시라는 전제를 달고 있는데 만약 전체적으로 적용하자면 얼마나 필요한가? 현재 협력교사제를 시행한 경우를 보면 예를 들어 서울시 교육청의 시범실시의 경우 대체로 1개 학년(초등 2학년) 2개 학급 당 1명을 배치하여 국어, 수학 수업을 위주로 배치하였다. 이것을 기준으로 생각할 때 전국에 약 6천개 초등학교 중에서 1개 학년에만 2개 학급 당 1명을 배치한다고 보면 어림잡아 계산하면 12만 개의 학급 중에 약 2만개 학급이 대상이 되고 1만 명이 배치되어야 한다. 예산으로 보면 10배인 620억 정도가 소요된다. 이 정도면 큰 무리가 따르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커버되는 범위가 1개 학년에 불과하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학습부진은 전체 학년에 걸쳐 발생하는 문제다. 그리고 국어 수학에만 국한되는 것도 아니다. 초등교실에만 배치를 해도 620억의 6배인 3600억 이상이 소요된다. 그렇게 보면 협력교사제를 보편적으로 적용하기는 상당한 무리가 따른다. 

 

○ 보조교사의 양보다 전문교사의 질이 중요하다 

또 문제는 협력교사는 임시직이라는 사실이다. 학습부진학생을 돕는 것은 상당한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일이다. 그야말로 보조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보조교사에게 학습부진학생을 맡기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

보조교사가 불필요하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에 앞서 학교 차원에서 전체 학생의 학습부진의 문제를 총괄하여 관리하고 정확한 진단과 처방, 그리고 다양한 인적 자원을 결합하여 총체적인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를 갖추고 수행하는 능력을 지닌 교사가 없다면 보조교사제는 충분한 효과를 발휘하기가 어렵다. 이와 같은 구조적 체계 없이 보조교사만 양적으로 늘리는 것은 고비용저효율 구조가 될 수 있다. 양의 문제가 아니라 질의 문제다.

그런데 이번에 발표된 정책 공약에는 이와 같은 핵심 구조가 빠져 있다. 이렇게 될 경우 과거 MB정부에서 추진했던 학습보조교사의 양적 투입 정책 이상이 아닐 수 있다.

고로 1수업 2교사제에 앞서 우선적으로 투입되어야 할 부분은 전문성과 권한을 지닌 교사의 배치다. 이를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재원이 소요될 것인가? 기존의 교사 중에 지원을 받아 훈련을 해서 재배치하면 된다. 이와 같은 전문교사의 전담 업무를 위해 수업 시수를 10시간 정도 경감할 수 있다. 이를 위해 기간제 교사 채용이 추가적으로 필요할 수 있다. 이 경우 한 학교 당 0.5명의 교사를 추가로 채용하면 된다. 물론 학습부진학생의 숫자가 많은 학교는 학습지원전문교사의 지휘를 받아 집중지원을 지원할 수 있는 보조교사가 추가적으로 필요하다. 이 부분은 탄력적으로 대응하면 된다. 

 

○ 기초학력과 교육과정에 대한 근본적 재설계가 필요하다 

한편 기초학력보장을 위해서는 구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현재 수포자 문제의 원인은 상당 부분 지나치게 어려운 교육과정에 있다. 그리고 상대평가 체제 속에서 학생들이 열심히 할수록 시험문제가 어려워지는 구조적 문제에서 기인한다. 이와 같은 큰 원인을 해결하면 상당 부분 수포자 문제는 해결된다.

또 기초학력의 개념부터 제대로 정립해야 한다. 현재의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설정하는 기초학력 수준은 비현실적이다. 어느 정도의 학력을 목표로 하는지부터 제대로 정립해야 한다. 기본학력이라는 새로운 개념이 필요하다. 그래야 교사의 에너지가 적절하게 배분이 된다.

근본적으로 무엇을 기본적 학력으로 볼 것인지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읽기 능력을 우선적으로 강화할 것인지, 수학 능력을 강화할 것인지, 예체능을 강화할 것인지에 대해 치밀한 논의가 필요하다. 그러한 방향성에 따라 과연 어떤 제도가 그러한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에 적합한지 나오게 될 것이다. 현재 우리 교육과정이 현실적인지부터 자세하게 따져보아야 한다. 

 

○ 법제정이 필요하다 

MB정부에서도 초기에는 상당한 보조교사를 투입하는 정책을 펼쳤지만 후반으로 가면서 예산이 축소되고 지금은 중앙 정부 차원의 예산은 거의 편성되어 있지 않다. 이렇게 되는 것은 법적 기반이 없이 임시적인 정책과 특별교부금에 의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기본학력보장을 위한 지원체제를 법에 명시하여 안정적이고 체계적인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기본학력보장지원법(박홍근 의원 발의)에 대한 적극적 추진이 필요하다. 

 

한 학생도 버리고 갈 수 없는 상황에서 모든 학생의 기본학력을 책임진다는 것은 교육의 가장 핵심적인 과제다. 그만큼 이 부분은 현장의 경험에 기초하여 치밀한 토론을 거쳐 대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1수업 2교사제 정책에 대해 치밀한 재고를 촉구한다. 

 

2017. 4. 19

()좋은교사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