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학업성취도평가 표집 전환에 대한 논평
○ 표집평가 전환의 의미와 향후 과제
교육부가 학업성취도 평가를 표집평가로 전환하기로 했다. 전수평가로 시행되는 과정에서 학교 간, 교육청 간 비교 경쟁이 유발되어 비교육적 부작용이 발생했던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에서 적절한 조치다. 사실상 현재는 그 문제가 심각하지는 않다. 초등학교 학업성취도는 폐지되었고, 중고등학교의 경우 학생들이 큰 부담을 느끼지는 않으며, 특히 학업성취도평가 결과를 반영했던 학교 단위 성과급이 폐지됨으로 인해 학교가 느끼는 부담감은 많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청 간 비교를 통한 압박이 여전히 존재하는 가운데 일부 시도교육청에서는 학교 간 비교 경쟁을 통한 압박이 있었다. 이런 상황 가운데서 표집 평가로 전환하게 되면 학교 간 비교는 원천적으로 하지 않게 됨으로 인해 학교가 받는 압박은 줄어들게 될 것이다. 그런데 학업성취도 평가를 표집으로 전환하게 되는 것으로 문제가 다 해결되는 것인가? 원래 학업성취도 전수평가를 실시하면서 내걸었던 기초학력의 보장과 학교의 책무성이라는 과제는 여전히 남는다. 이 문제를 앞으로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하는 점이 중요하다.
○ 학업성취도 평가 방법을 개선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학업성취도 평가 자체가 폐지되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국가 단위에서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서 학생의 학력 실태를 파악하는 것은 필요하다. 문제는 현재의 학업성취도 평가가 그러한 목적에 적합한가 하는 점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현재 학업성취도 평가는 학생들의 기초학력을 평가한다는 취지와 맞지 않다.(좋은교사운동 2016년 12월 8일 논평 참조) 학업성취도 평가의 문항 구성을 보면 기초학력 도달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대표문항의 비율이 매우 부족하다. 근본적으로는 지필평가로 학력을 평가한다는 것이 한계가 있다.
학력은 학생의 종합적인 능력을 의미한다. 학습에 대한 흥미도 중요한 요소다. 지필평가로 평가되는 것 말고도 중요한 능력이 많다. 학업성취도를 평가한다고 한다면 이 모든 종합적인 능력이 제대로 파악될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하자면 우선적으로 무엇을 평가할 것인가를 치밀하게 연구해야 한다. 단순히 지필평가 문항 몇 개로 학력을 측정하겠다는 안일한 접근을 버려야 한다. 학생의 종합적인 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평가 방법을 개발하여야 한다. 예를 들어 발표력을 평가하기 위한 구술시험도 시행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전수평가가 아니라 표집 평가로 전환하는 것은 평가의 내실화를 위해 바람직하다. 물론 모든 능력을 평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고로 한 날 한 시에 다 평가할 수 없고, 연중 상시 관찰도 필요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학생의 종합적인 능력 발달에 대한 종합적인 실태를 파악한다는 목표를 수립하는 것이다.
또 중요한 것은 학업성취도 평가를 통해 기본적인 학력을 갖추지 못한 학생들을 지원하겠다는 것이 중요한 목표라고 한다면 기본적인 학력 수준에 초점을 맞추어 평가해야 한다. 기본적인 수준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아직 교육계에 합의가 없다고 할 수 있다. 현재의 학업성취도평가의 기초학력미도달 수준으로 본다면 너무도 낮은 수준이다. 교육과정의 핵심성취기준으로 보는 것에 대해서도 혼란이 존재한다. 향후 이 부분에 대해 교사들 사이에 합의된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 그렇게 해야 교육 목표의 초점이 분명해진다.
○ 기본학력보장지원체제를 수립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학업성취도 평가를 표집으로 함으로써 학교와 교사의 책무성이 약화되지 않을 것인가 하는 우려가 있다. 사실상 학교가 지금까지 공부를 못하는 학생에 대해 충분한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점은 인정해야 한다. 교사 개인의 문제도 있고 학교 시스템의 문제도 있다.
학업성취도 평가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공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학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 명분으로 전수 평가를 실시하면서 학습부진학생을 위한 보조교사 투입을 실시했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 중앙정부 차원의 예산은 거의 사라져버렸다. 시도교육청 차원에서 한다고 하지만 미흡하다. 현재 두드림학교 사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예산이나 담당교사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평가보다 중요한 것은 지원체제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현재 대통령 공약으로 일대일 맞춤형 교육을 위한 체제 구축이 제시되어 있다. 학부모 학생 교사의 3자 면담과 개인별 학습계획 수립을 의무화한다는 것이다. 국회에는 기초학력보장법이 발의되어 있다. 향후 이 부분을 제대로 추진해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학부모 입장에서 매우 안심이 되는 일이고, 이로 인해 학교 수업을 따라가지 못해서 발생하는 사교육 수요는 상당 부분 줄어들 것이다.
모범적으로 평가되는 핀란드형 3단계 학습안전망을 갖추기 위해서는 전문성과 권한을 갖춘 학습지원전문교사를 배치해야 한다. 대학생 등의 보조교사 투입으로 해결되기는 어렵다. 기존의 정규교사 가운데서 열정을 지닌 교사를 훈련시켜 학습지원에 전념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어야 한다. 또 담임교사나 교과교사가 학생을 중심에 두고 학부모와 만나고 개인별 맞춤형 학습계획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를 위한 제반 여건을 갖추어야 한다.
○ 결론
학업성취도 평가를 표집으로 전환함으로써 성취도 평가의 부작용을 줄이는 효과는 긍정적이다. 그러나 학생들의 기본적인 학력 보장이라는 목표가 약화되어서는 안 된다. 학업성취도 평가는 학생들의 종합적이고 기본적인 능력을 평가하기 위해 보다 더 내실화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기본적 학력을 갖추지 못한 학생들을 지원하기 위한 체제를 갖추어야 한다. 대통령 공약인 한 아이도 놓치지 않도록 일대일 맞춤형 교육을 추진하겠다는 목표가 공염불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교육부와 국회가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핵심은 전문성과 권한을 갖춘 교사를 중심으로 협력 체제를 학교 내에 구축하는 것이다. 이를 위한 예산 확보와 법적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조속히 기본학력보장지원법이 제정되어야 한다.
2017년 6월 15일
(사)좋은교사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