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고교학점제」에 대한 좋은교사운동의 논평
최근 고교학점제가 이슈가 되고 있다.
좋은교사운동도 고교학점제를 환영하는 바이다.
고교학점제는 현 교육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미래교육을 대비하기 위한 방안으로 등장하게 되었다. 현재의 과도한 국영수 중심의 전통교과목체제에서는 학생들의 다양한 흥미와 적성을 만족시킬 수 없고 창의성을 기르는데 한계가 있다. 현재도 수학은 최소 10단위만 들으면 된다. 하지만 학생들에게 다양한 교과에 대한 선택권이 없다보니 학교에서 제공한 시간표대로 원치 않는 수업을 듣고 있다. 그러니 수많은 수포자를 양산하고 공부에 흥미가 없어져 수업 중 잠을 자는 일이 일상의 교실 풍경이 되었다. 이런 현재의 교육체제로는 미래사회를 대비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과 공감대가 형성된 결과 다양한 흥미와 적성, 교양을 배울 수 있는 고교학점제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중요한 것은 고교학점제 자체가 아니라 어떤 고교학점제를 할 것인가의 문제로 교육전반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고교학점제여야 한다. 하지만 학교현장의 혼란과 교사들의 부담이 가중되는 등 풀어야 할 과제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 다양한 교과목이 개설된다면 교사수급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 학생들의 다양한 요구를 반영한 교과목을 개설할 때 누가 가르칠 것인가의 문제다. 예를 들면 영화, 연극, 사진 등 교과목을 개설한 경우 기존 교사들이 소화하기가 힘든 전문 영역이라 교사 수급의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마을 공동체’와 같은 교육생태계가 필요하다. 지역의 전문인력들을 충분히 강사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교양과목같은 경우 수업시수가 적은 선생님들이 담당을 해주고 있고 심화과목은 순회교사나 인근 학교를 묶어 다양한 교과를 해결하는 캠퍼스형 고교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 고교학점제를 할 경우 교사들이 여러 과목을 담당해야 하는 부담이 생길 수 있다고 한다.
- 아무리 좋은 교육제도나 교육정책도 학교현장에서 실현하는 것은 교사이다. 고교학점제는 새로운 교육시스템이고 교사들에게 더 많은 노력과 수고를 요구하게 되어 있다. 본인의 교과 외에 심화교과나 교양교과를 가르쳐야 하는 것이다. 이는 교사들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이러한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는 교사수급문제를 해결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교사들도 변화하는 교육환경 속에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이는 유연성이 필요하다. 원치 않는 과목을 듣느라 무기력한 아이들의 모습을 그대로 보고만 있을 순 없다. 교사의 수고로 변화하는 아이들을 보게 되면 그에 따른 보람이 더 클 것이다. 실제 학생중심 선택교육과정을 실시하는 학교의 수업풍경이 달라졌고 달라진 아이들을 보며 교사들이 보람을 느끼고 있다. 이런 학교의 교사들은 학교에서 시키지도 않았는데 자발적으로 아이들을 위한 교육활동을 더 하고 있었다.
고교학점제는 기존 ‘수업’과 ‘교사’의 인식도 바꾸게 할 것이다. 기존 수업은 교사가 학생을 지식으로 가르치고 학생은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었다면 이제는 프로젝트 수업 형태로 교사와 학생이 문제의식을 가지고 탐구하며 깨닫고 알아가는 과정이 수업이 될 것이고 이때 교사는 안내자, 조력자로서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전공과목이 아니어도 학생들과 함께 배움의 기쁨을 누릴 수 있다는 인식의 전환은 교사의 짐을 덜어낼 수 있을 것이다. 이에 교육부와 교육청은 고교학점제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교사들에게 잘 설명하여 동참을 유도해야 하고 학교와 교사가 고교학점제를 준비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연수를 통해 도와야 한다.
○ 고교학점제를 시행하면 많은 교실이 필요할 것이다.
- 고교학점제를 시행하려면 많은 수의 교과교실, 홈베이스, 공강시간 활용가능한 도서관, 학생들의 휴게공간 등 많은 교실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는 학생수 감소에 따라 여유분의 교실이 생기고 있어서 큰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오히려 다양한 크기의 교실을 확보하여 다양한 수업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면 입시과목 위주로 신청할 우려가 있다.
- 국영수 중심의 교과에서 벗어나 학생의 흥미와 적성을 반영한 다양한 교과목이 개설되어야 한다. 국영수 중심의 전통교과목 위주로 학점제가 운영되면 입시과목 위주로 신청이 이루어질 것이 불 보듯 뻔하다. 현재 시범실시하고 있는 학교에서도 입시위주의 과목을 몰아서 듣는 폐단이 발생하고 있다. 이는 학점제를 시행하는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 하지만 생각했던 것만큼 국영수 교과로의 쏠림현상이 심하지 않을거라는 의견도 있다. 현재는 작가가 되고 싶은 학생도 듣고 싶지 않은 미적분 수업을 들어야 하지만 고교학점제가 되어 다양한 과목을 들을 수 있다면 굳이 미적분을 선택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 의견도 타당하지만 여전히 입시에서 국영수가 중요한 상태라면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국영수 과목의 상한선을 둘 필요가 있다. 예로, 전체 교과목에서 국영수 교과 비율이 50%를 넘지 못하게 하는 식이다. 더 나아가 수능에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 수능의 절대평가나 자격고사화, 사고력 중심의 논술형 평가 등 수능체제가 바뀌어야 다양한 교과목이 개설되고 운영되는 고교학점제가 성공할 수 있다.
○ 고교학점제를 시행하면 사교육이 늘어날 거란 지적이 있다.
- 이는 고교학점제로 인해 학생들이 국영수 과목을 적게 듣게 되면 이 필요를 채우기 위해 사교육을 들을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다. 이는 현재의 교육시스템 속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이다. 고교학점제는 미래교육과정이다. 그래서 고교학점제가 성공하려면 국영수 중심의 교육과정에서 벗어나 학생중심 선택교육과정으로 바뀌어야 하고 교사별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 교사별 평가가 이루어지면 사교육이 들어올 여지가 많이 줄어들게 된다. 또한, 앞서 밝힌대로 수능도 절대평가, 자격고사화, 사고력중심의 논술형 수능으로 바뀌어야 하는 것이다.
○ 적은 인원이 신청한 과목의 개설여부와 평가문제가 거론될 수 있다.
- 적은 인원이 수강신청을 해도 개설될 수 있도록 허용해야 다양한 교과목을 통해 학생들의 흥미와 적성, 창의성을 기르고자 하는 고교학점제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적은 인원이 수강신청을 하면 기존의 상대평가로는 평가가 어렵기 때문에 절대평가가 도입되어야 하고 가르친 교사가 가르친 학생을 평가하는 교사별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는 동일교과에 여러 교사가 가르치고 지필평가를 통해 동일한 문항으로 평가가 이루어지고 있다. 교사별 평가가 이루어지면 1, 2차 지필평가와 같은 일제식 평가도 바뀌어 교사의 필요에 따라 상시평가체제가 이루어지게 된다.
○ 농어촌의 작은 학교들은 고교학점제를 시행하는데 어려움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 농어촌의 작은 학교들은 고교학점제만이 아니라 늘 불리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 어떠한 정책을 펼치더라도 농어촌 학교에 대한 지원방안이 강구되어야 한다. 농어촌의 작은 학교들은 교사 수가 적다보니 다양한 교과목을 개설해야 하는 고교학점제를 시행하는데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 이에 학생당 교사 수를 도시학교에 비해 대폭 늘려 고교학점제가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시도교육청은 지역인력풀을 확충하여 필요한 학교에 강사를 파견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K-MOOK와 같은 인터넷 방송을 활용하여 학생들의 다양한 배움의 욕구를 충족시켜주어야 한다.
예전의 대선 교육공약을 보면, 무상급식, 반값등록금, 누리과정 등 돈으로 할 수 있는 이른바 복지공약에 해당하는 내용이었다. 즉, 교육의 본질을 다루는 교육공약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하지만 이번 대선의 교육공약은 교육의 문제를 해결하고 교육의 본질을 회복하려는 움직임이 있어 희망적이라 할 수 있다. 교육의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수많은 이해당사자가 얽힌 문제라 결코 쉽지가 않다. 그러기에 더 세밀하게 준비해야 하고 어떠한 저항에도 흔들리지 않는 교육철학이 있어야 하며 그 교육방향에 동의하는 국민적 공감대로 저항을 이겨내야 한다.
고교학점제도 마찬가지다. 앞서 밝혔듯이 단지 고교학점제만 해서 될 문제가 아니다. 국영수 위주의 교과에서 벗어나 다양한 선택과목이 보장되어야 하고 적은 인원이 수강신청해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하며 절대평가와 교사별 평가, 수능의 변화로까지 이어져야 고교학점제를 통한 고교교육의 정상화가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방향으로 고교학점제가 시행되길 기대한다.
2017. 5. 26
(사)좋은교사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