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작은학교 통폐합, 다른 길은 없는가?’ 토론회 결과 및 예고
좋은교사운동은 4/10(월)에 교육대통령을 위한 대토론회(12차)를 열고 ‘작은학교 통폐합, 다른 길은 없는가?’라는 주제로 토론하였다. 패널은 고원형(아름다운 배움 대표), 이원규( 주)공유 공동대표), 홍후조(고려대 교육학과 교수), 사회는 김영식(좋은교사운동 정책위원장)이 맡았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발제문 참조)
○ 고원형(아름다운 배움 대표)
- 농산어촌 작은학교 아이들은 학생수가 적어 학생들간의 관계의 역동성이 생기지 않고, 관계가 고착화되며, 학교 자체 체육대회도 할 수 없는 어려움이 있음. 또한 자기 지역으로부터 정서적 지지를 받지 못한 아이들은 중학생만 되어도 고향을 떠나고 싶을 정도로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지역을 싫어하는 경향성을 보임. 덧붙여, 고흥 지역 사례를 보면, 3년 전 신생아 수가 34명인데, 그 중 29명이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이고, 이 아이들의 정서적․학습적 부분에서 많은 결핍을 보이는 문제들이 나타남.
- 농산어촌의 학교는 학교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짐. 지역 경제의 중심이며, 지역아동센터이자 복지관의 역할도 감당하고 있음. 청년들에게 농촌으로 돌아갈 것을 이야기하지만, 자신이 돌아가려는 지역에 학교가 없으면 청년이 돌아가기 쉽지 않고, 고령화 되어버린 농산어촌 현실에서 학교가 사라지는 것은 마을의 지속 가능성이 사라진다는 것임. 귀향하려 해도 귀향할 수 없게 만듦.
- 농산어촌 학교를 살리기 위해 많은 예산을 쏟아 붓고 있지만, 예산만으로는 결코 학교를 살릴 수 없음. 아산 송남초의 경우 교사가 중심이 되어 학교와 지역사회를 연결시키고, 주변 중학교의 학부모회를 활성화시키면서 학교 중심의 교육 생태계를 회복시켜, 충남 면 단위에서 유일하게 학생 수가 늘도록 만들었음. 교사가 지식전달자를 넘어 학교와 지역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거간꾼의 역할을 담당해야 함. 농산어촌 학교 문제는 지역사회와 어떻게 연결되고 협력할 것인가가 중요함.
- 농산어촌 문제는 지역의 인구감소와 직결되어 있으므로, 지방자치단체에서 어떻게 인구가 들어오게 할 것인가를 깊이 고민해야 함. 교육청과의 협력이 중요함. 전라남도에서는 농산어촌 아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대학생을 청년학습 도우미로 고용하여 주당 4시간 정도 지역아동센터에서 일을 하면 70-80만원 정도의 수당을 지급하도록 했는데, 만약 이들이 학교의 방과후 학습도우미로 들어왔다면 아이들에게 좀 더 효과적인 지원이 가능했을텐데 지자체와 교육청이 함께 협력하지 않아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함.
- 선생님들 중에 고향으로 돌아와 뿌리를 내리려는 분이 있는데, 교사순환근무제 때문에 그렇지 못한 사례도 있음. 교사순환근무제가 현 시대에 맞는지에 대해 공론의 자리에서 재검토가 필요함.
- 농산어촌 지역의 문제를 이야기하다보면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전문가를 찾지만, 도시만큼 그런 전문가를 찾기 어렵고, 교사가 가장 수준 높은 전문가라 할 수 있음. 시골 아이들의 삶이 무너지는 것을 보면, 전문성의 문제라기보다는 아이들의 삶을 보듬을 수 있는 따뜻한 관계망이 부족해서이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기 위해 좀 더 다른 상상력을 발휘할 필요가 있음. 가령, 농번기인 4-5월에 지역 국립대학의 학생들이 시골로 내려와 3주 정도 활동하고, 방학을 3주 늦게 하는 방안.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 수준의 이야기지만, 농산어촌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상상이 필요하다는 차원에서 제안함. 아름다운 배움에서 청년학교 프로그램을 하면서 자꾸 고향에 봉사하고, 내려가보도록 하고 있는데, 이는 내려가봐야 고향이 갖고 있는 잠재력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임. 청년들이 농산어촌으로 돌아갈 수 있는 과감한 정책적 상상력을 동원하지 않으면 청년들이 돌아가지 않을 것이고, 농산어촌 학교들은 결국 사라질 것임.
○ 이원규( 주)공유 공동대표)
- 작은학교를 살려보겠다는 교육청 차원에서 연구를 진행했고, 작은학교를 살려야 한다는 입장으로 발제함. 인구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학교 학생수가 적어지는 것은 필연적이고, 농산어촌은 더욱 심각한 상황에서 정부가 인센티브를 주면서 작은학교를 통폐합 하려는 정책을 일면 이해할 수 있음.
- 정부는 적정 규모화로 교육과정의 운영을 정상화하고 학생의 학습권을 보장한다는 차원에서 통폐합을 추진한다고 하나, 통폐합에 따른 학교 운영비 절감, 교육투자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경제적 논리도 크게 작용하고 있음. 이런 통폐합 논리 이전에 생각해야 할 것은 초등학교 이하의 어린 아이들에게 주거를 부모와 분리시키는 것이 적절한가 등에 대한 논리도 생각해 보아야 함.
- 학교가 존재함으로써 지역사회에 발생하는 사회적 네트워크, 심리적 안정감, 없어서 생기는 사회적 박탈감 등을 고려해 봤을 때 작은학교를 살리는 것이 많은 장점을 가짐.
- 작은학교가 사라졌을 때, 학생들의 통학거리가 2~3배 증가하고, 마을의 사회적 네트워크의 구심점이 사라지며, 이는 주민들의 지역사회 활동 참여가 위축되고 아동 및 청장년층 인구 감소가 가속화되어 농산어촌 인구공동화 현상을 가속화시킬 것임. 궁극적으로는 원거리 통학이 불가능한 학생의 경우 초등교육부터 포기하게 되면서 기본권인 교육권을 보장하기 어려워짐.
- 학교는 지역성을 갖기 때문에, 지역사회와 함께 문제를 풀어야 함.
- 4차 혁명 시대의 인재상을 생각할 때, 지금의 학교 구조가 맞는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음. 대량교육은 단순한 follower만 양산할 뿐, 관계적 능력과 창의성을 갖춘 인재를 기르기에는 적합하지 않음. 오히려 작은 학교 환경에서 있는 곳에서 행복한 사람을 키우는 방향이 미래 사회 교육에 더 적합할 수 있음.
- 교원양성 체계에서 혁신적 전환이 없으면 작은학교를 살리기 어려움. 사대, 교대에서 지역사회에 자기 역량을 나눠줄 수 있는 교사를 기르고 있지 못한 현실임.
- 농산어촌 교육은 교육 안의 문제로만은 풀 수 없음. 우리 동네 살리기, 농촌교육과의 연결 프로그램, 방학 중 프로그램 등 지역에서의 노력과 학교의 노력이 함께 가야함.
- 작은학교의 장점을 볼 것인가, 단점을 볼 것인가는 가치 선택의 문제임. 작은학교가 갖는 장점을 잘 살려갈 필요가 있음.
○ 홍후조(고려대 교육학과 교수)
- 작은 학교의 통폐합이 능사는 아님. 아이들이 학교를 다니면서 익명으로 존재한다면, 좋은 교육, 좋은 학교는 아님. 아이가 1명만 있어도 학교는 학교여야 하고, 이런 관점에서 어떤 규모가 적정한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음.
- 아동, 부모, 지역에게 학교가 매우 중요한 장소인 것에 비해, 교육 당국은 이를 얼마나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지 질문해 보아야 함.
- 우리나라 학제는 6-3-3 학제, 교원 양성 운용은 6-6제, 교육과정은 9-3제로 운영되는데, 기본 교육 제도 간에 불일치가 매우 큰 문제라 할 수 있음. 소규모에서 유-초-중등 교사의 단절된 자격으로 학교급간 협동 운영이 어렵고, 역할과 책임의 분산을 낳으며, 빈약한 학습기회 제공으로 이어짐. 학교급간 단절을 넘어 협력 운영이 용이해지고, 학습자의 계속적-성공적 학습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학제 문제보다 교사자격제 관련 법률 개정을 통해 기본제도간 불일치를 해소하는 것이 급선무임.
- 학교는 위계적 학교급으로서 유-초-중-고-대보다 교육적 기능에 초점을 맞추어 기초, 기본, 진로, 전문 학교라고 칭하는 것이 더 적절함.
- 학제는 학생을 어떻게 수용할 것인가의 문제임. 취학전 3년과 초등 저학년 3년을 포함하여 아래로 6년을 묶거나, 초등 고학년과 중학교를 묶어 중간을 6년으로 묶거나, 중고교 6년을 묶거나, 유-초를 포함해 9년을 묶거나, 초등과 중학을 포함해 9년을 묶거나 섬지역 특수한 학교처럼 15년 전체를 묶을 수 있음. 학생을 수용하는 단위로서의 학제는 지역과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음에도 교사 자격제의 엄격한 구분으로 인해 불가능한 현실임. 한 대통령 후보가 제안한 2-5-5-2로의 학제 개편은 교원자격제를 바꾸지 않으면 실효성 없을 것.
- 농산어촌의 경우 유아교육을 담당할 어린이집도 없는 실정이라 봤을 때, 학교에서 유아교육부터 담당해 주고, 초등 저학년을 묶어 6년제 기초 마을학교를 만들면 학생수가 적어도 그 존재 이유가 분명함.
- 모든 교육의 기초는 체육과 예술이고, 삶을 위한 교육이기 때문에 기초 교육은 모두 생활교육임. 교과명 자체를 건강한 생활, 즐거운 생활, 바른 생활, 슬기로운 생활처럼 생활 중심의 교육과정을 짜고, 기초 유아 단계에서는 건강한 생활과 즐거운 생활로 시작하고 점차 바른 생활과 슬기로운 생활을 편성함. 기초 초등 저학년 단계에서는 생활 국어, 생활 산수와 같은 교육과정을 편성하고, 기본 중등 단계에서 통합교과 중심으로 가게 하는 교육과정을 만들어 학제와 일치시켜야 함.
- 학년군, 학교급간의 연계와 협력을 위해 현행 유아-초등-중등의 세 유형의 자격에 학년군간의 교육을 담당할 유초교원, 초중교원과 같은 자격을 신설하고 이후 초등 저학년 교원, 초등 고학년 교원, 고등교원 등의 자격을 늘려가서 교원자격을 다양화시키는 안을 제안함. 이를 통해 유연한 학제 운영, 농산어촌 학교의 유연한 통합학교 운영을 가능하게 할 수 있을 것임. 현재 교원대와 이화여대의 경우 유초중등 교원을 통합적으로 양성할 수 있어 바로 시행 가능하고, 이후 사대와 교대 교육제도를 바꿔가야 함.
- 연령에 따라 통학거리는 늘어날 수 있음. 통학 거리가 길면 안되는 어린 아동은 마을학교(기초학교)에서 키우도록 해야 함. 유아학교와 초등학교의 연계를 강화해서 어린 아동들이 전문가에 의해 가정의 부모와 함께 ‘애착형성’이 튼실해지도록 길러질 필요가 있음. 전국 방방곡곡에 마을학교(기초학교)를 세워야 하고, 이 학교는 6개 학년에 6명이 있어도 반드시 존치시킬 필요성이 생기는 것임. 여기에 담임 연임제, 학년 전담제 등 더 나은 방식으로 교사를 양성해야 함.
- 결론적으로, 마을학교(유아3년, 초등3년)에 이어 학생수가 적은 농산어촌 지역부터 1-2개 면을 합쳐서 통학편의를 제공하여 초등 고학년과 중학을 이은 6년제 ‘기본학교’를 설립하고, 시군구 및 도 지역 경계 지역에서도 학생들이 가급적 최단거리로 통학할 수 있게 배려하고, 기숙사가 뒷받침된 고교는 ‘진로학교’로 지역 내 학교간에 개설할 계열, 과정을 역할분담하며 양질의 학습기회를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을 제안함.
○ 토론
- 유아와 초등 저학년을 묶은 마을학교(기초학교)를 세워 아동의 학습권을 보장하고, 초등 고학년과 중학교를 묶은 기본학교의 아이디어는 현재 교원자격제도를 건드리지 않고도 시행할 수 있다고 보이고, 현재 농산어촌 소규모 학교 문제의 적절한 접근법일 수 있음. 반면, 미국의 경우에 다양한 학제가 존재할 수 있는 것이 교원자격이 다양하게 존재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사례를 통해 보듯, 다양한 교원자격 제도가 앞장서 바뀌지 않으면, 학생수에 따라 유연한 학제가 어렵다는 반론도 있음. 선의에 무조건 기대기보다 선의가 작동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드는 것이 더 효과적임.
- 현재 시행되고 준비되는 농산어촌 학교 지원책이나, 통합 정책은 인구감소의 흐름상 언젠가 학교는 소멸될 수밖에 없는 현실 속에서 추진되는 상황임. 지역사회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함께 이뤄져야 함. 지역의 출신들이, 지역의 장학금을 받고 교육을 받은 자들이 다시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함. 농산어촌이 갖는 경제적 잠재력을 키워야 함. 지금부터라도 교육, 경제적 측면이 동시에 씨앗을 뿌려놓는 일이 필요함. 지역의 특색을 살린 학교, 학교의 특색을 활용하는 지역사회가 함께 만들어져야 함.
- 농산어촌의 취학전 아동들이 축적해야 할 언어적 상호작용 등이 부족하고, 이것이 이후 성장단계에서 학습격차로 연결되는 실정을 고려할 때, 유아교육과 초등 저학년 교육이 통합된 기초학교(마을학교)는 매우 타당한 학교라는 의견 있었음.
○ 결론
- 작은학교를 학생수에 따라 획일적으로 통폐합하기보다, 지역의 상황을 고려하여 추진되어야 함. 1명의 아이가 있더라도 어린 아동이 부모와 함께 거주하며 다닐 학교는 반드시 필요하고 이를 보장하는 정책이 필요함. 유아교육과 초등 저학년 교육까지 책임질 수 있는 기초학교로의 통합 추진 등 유아교육과 초등교육이 교육과정이나 행정 측면에서 분절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함.
- 초등 고학년 이후의 학교는 지역의 여건에 따라 다른 초등학교와 통합하거나, 중학교와 통합하는 다양한 시도가 필요함. 이 경우에도 초등교육과 중등교육이 별도로 움직이지 않고 하나의 교육과정 속에서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정책적 지원과 제도 보완이 필요함.
- 농산어촌 작은 학교의 책임성 있는 운영을 위해 농산어촌 교사 임용문제, 교사순환근무제, 교원자격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함.
- 작은학교 문제는 교육적 차원 뿐만 아니라, 지방정부 차원에서 마을 살리기 정책과 함께 고민되어야 함. 이를 위해 중앙정부, 교육청, 지방자치단체, 청년 단체 등이 협력하여 청년이 지역 출신들이 지역에 정착하도록 하는 정책, 지역으로 돌아오게 하는 정책을 추진해야 함.
○ 다음 토론회는 4/24일(월) ‘대선캠프 초청 공약 점검 토론회’로 진행될 예정임.
2017년 4월 12일
좋은교사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