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교육부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강행을 철회하십시오.
교육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강행할 뜻을 밝혔습니다. 좋은교사운동 교사들은 일찍이 2015년 10월 23일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수용하지 않을 것임을 밝혔습니다. 다시금 그 결의를 되새기며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합니다.
헌법 31조는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 및 대학의 자율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라고 규정하고, 교육기본법 6조 1항은 “교육은 교육 본래의 목적에 따라 그 기능을 다하도록 운영되어야 하며, 정치적·파당적 또는 개인적 편견을 전파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용되어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정치 세력이 교육에 과도하게 개입하고 있는 대표적 사례입니다. 현장 교사의 대다수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좋은교사운동 설문조사 결과 90.4%가 반대. 2015.11.13.), 정치권의 강압에 의해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추진되어 왔습니다. 이는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고 있는 것입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추진 과정 자체도 매우 비정상적이었습니다. 20I8년 적용 예정인 2015교육과정에 근거함에도 불구하고 역사교과서만 1년을 앞당겨 2017년에 적용하겠다고 한 것부터가 모순적이고 무리한 절차였습니다. 그리고 개발 과정도 마치 비밀 작전을 하듯이 숨겨왔습니다. 이제 와서 검토본을 공개하겠다고 하나 지금까지의 태도와 적용 시점을 생각하면 결국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이 문제는 교과서 내용의 오류 여부보다 국정교과서라는 틀 자체가 문제의 본질입니다. 국정교과서 자체는 훌륭하게 만들어질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어떻게 만들어지든 그것이 학자와 교사들의 평가와 선택을 받아 각 학교에서 자유롭게 채택될 수 있도록 열려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학문과 교육은 자유와 다양성이 보장되는 틀 안에서 더욱 발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른 선택의 가능성을 봉쇄하고 유일하게 하나의 교과서만 채택하도록 하는 것은 민주사회와 미래교육에 비추어볼 때 타당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작금의 국정 혼란은 권력자의 오판과 집착 그리고 이를 바로잡는 국정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은 데서 기인합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도 마찬가지입니다. 잘못된 의도와 잘못된 절차를 통해 밀어부치기식으로 진행되는 역사교과서 국정화로 인해 교육계는 심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이 상황에서 교육부장관은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교육계 수장으로서의 책임을 지고 지금이라도 이 문제를 바로잡아야 합니다.
현재 서울교육감을 비롯한 교육감들이 문제를 제기하며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노력을 지지하며 전국시도교육감들이 함께 이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를 바랍니다.
우리 현장 교사들은 다시금 결의를 다집니다. 우리는 권력의 횡포로부터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고 우리 아이들을 올바로 교육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낍니다. 이에 우리는 분명히 밝힙니다. 우리는 특정 정치 세력의 입장을 획일적으로 강요하는 교육과정을 수용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헌법에 기초하여 교권을 지킬 것입니다. 우리의 교육권은 특정 정치세력에 복무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지키기 위해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설혹 역사국정교과서가 학교 안으로 들어온다 하더라도 우리는 그것에 의존하지 않고 올바른 교육적 관점에 기초하여 가르칠 것입니다. 교과서를 율법처럼 떠받들고 주입하는 수업이 아니라 다양한 관점을 소개하고 토론하며 학생들이 주체적으로 사고할 수 있도록 하는 수업을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그리고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둘러싼 역사 자체를 교육의 소재로 삼아 역사적 교훈으로 삼겠습니다.
이제 이 사건 자체가 하나의 역사가 되고 있는 시점에 교육부 장관을 비롯한 모든 정부 관료와 정치인들은 역사에 부끄럽지 않은 선택을 해 주시길 간곡하게 촉구합니다.
2016년 11월 24일
(사)좋은교사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