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성명서 - 아동 노동 반대의 날을 맞아 쉼이 있는 교육을 촉구합니다
▲ 더불어민주당과 서울시의회에 학원 심야영업과 휴일영업에 대한 입장을 질의함
▲ 20대 국회에 대하여 학원 심야영업 22시 제한과 학원휴일휴무제 법제화를 촉구함
6.12일은 국제노동기구(ILO)가 제정한 세계 아동 노동 반대의 날입니다.
1841년 프랑스에서 8세 미만 아동의 노동을 금지했던 것을 떠올립니다. 보호받아야 할 아동들이 이윤을 위한 무한경쟁에 노출되어 기본적 인권마저 유린당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일요일은 쉬게 하라!’고 외치며 자신에 몸에 질렀던 1970년의 대한민국을 기억합니다.
역사가 발전하여 지금은 15세 미만의 아동 노동을 금지하고, 주5일제가 시행되고 노동자들의 휴무를 보장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아동·청소년들은 과거보다 더욱 가혹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주당평균노동시간이 41.5시간으로 OECD 2위라고 하는데 대한민국 학생들의 주당 평균 학습시간은 70시간(일반고)~80시간(특목고)에 이르고 있습니다. 육체노동보다 가혹한 학습노동에 짓눌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학습은 자발적으로 하는 것이라는 허울 좋은 명분으로 정당화되고 있습니다. <피로사회>의 저자 한병철씨는 타율적 노동보다 더욱 가혹한 것이 ‘자기 착취’라고 역설하였습니다. ‘뒤처지면 죽는다’는 선착순 경쟁의 구조를 만들어 놓고 그 안에서 자발적으로 뛰고 있다고 포장하는 것은 기만입니다. 평균 수면 시간 5시간 27분을 견디면서 새벽부터 심야까지 월화수목금금금의 삶을 살아가는 것을 과연 자발적인 선택이라고 정당화할 수 있겠습니까? 이것은 탐욕과 불안에 기초한 사회의 구조적 강요에 의한 것입니다. 학습노동이라는 신조어가 그것을 잘 말해주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가 스스로 멈추지 못하는 다람쥐쳇바퀴의 희생물이 되고 있습니다. 2016년의 대한민국의 아동·청소년의 인권은 그 어느 때보다 열악한 상황입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서울시의회에서는 서울의 학원심야영업시간 제한을 밤 10시에서 밤 11시로 연장하는 조례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타시도와 형평을 맞춘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형평을 맞추려면 타시도의 심야영업시간을 앞으로 당겨야 합니다. 국민 10명 중 8명은 밤 10시를 마지노선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교육부도 2009년 10시를 권고한 바 있습니다. 앞서 2007년에는 국가청소년위원회에서 밤 10시를 권고하였습니다. 이러한 여론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17개 시도중 5개 시도만 10시로 제한하고 있고 대부분은 밤 12시까지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는 학원업계의 이익이 지나치게 많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시민포럼은 특별히 더불어민주당과 서울시의회에 질의하고자 합니다. 이번 심야영업시간 연장 조례를 추진한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호근 의원입니다. 과연 박호근 의원의 입장이 더불어민주당의 가치와 정책에 부합하는 것인지 묻고자 합니다. 비록 시의원의 입장이지만 더불어민주당에 대해 국민들은 의구심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에 심야영업 연장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의 분명한 입장을 밝혀주기를 요구합니다.(질의서 제출)
아울러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 위원과 위원장 및 서울시의회 의장에게 이 조례안에 대한 입장이 무엇인지 질의합니다.(질의서 제출)
마지막으로 20대 국회를 향하여 요구합니다. 현재의 문제는 정부와 국회가 책임을 지자체로 떠넘김으로 인해 발생한 것입니다. 2009년 정부는 심야영업시간을 10시로 하는 것을 권고하면서도 학원업계의 반발에 밀려 입법 책임을 지자체로 넘겨버렸습니다. 그 결과 밤 10시를 지키는 지역은 5개에 불과하게 되었습니다. 정부와 국회에 원천적 책임이 있습니다.
서울의 학생과 부산의 학생이 다르지 않습니다. 동일한 입시 체계의 적용을 받고 있습니다. 형평성 시비에 휘말릴 수밖에 없습니다.
학부모들의 95%가 학원휴일휴무제를 지지합니다. 그들 중 상당수의 자녀들은 학원을 다니고 있습니다. 이는 학원을 자발적으로 보내는 것이 아니라 마지못해 보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전 사회적으로 동시에 스톱을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국민적 바람을 사회적 합의로 만들어내는 정치 과정이 부재합니다. 20대 국회는 이 문제를 꼭 해결해 주시기 바랍니다.
우리는 차후 학원 심야영업 10시 제한과 학원휴일휴무제에 대한 의원님들의 의견이 무엇인지 공개적으로 질의하고자 합니다. 그 답변을 공개하여 국민들의 판단을 구하도록 하겠습니다.
지금 우리는 청소년들의 건강과 행복을 위한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야 할 때입니다. 마침 헌법재판소는 학원심야영업 10시 제한이 합헌이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2016.6.2.) 국민들 10명 중 8명은 밤 10시를 심야영업의 마지노선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학부모들의 95%는 학원휴일휴무제를 찬성합니다. 학원업계도 학교의 강제적 야자만 없다면 밤 9시도 수용할 수 있고, 학원휴일휴무제도 수용할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천명하였습니다.(EBS생방송 교육대토론(2015.12.4.), KBS공감토론(2016.6.3.) 발언) 더 이상 어떤 것이 더 필요합니까? 이와 같은 국민적 여론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사회적 합의로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우리는 더 이상 정치에 기댈 수 없습니다.
가장 약동해야 할 시기에 저녁도 없고, 주말도 없이 고단한 삶을 사는 아이들에게 미세먼지로 인한 답답한 공기보다 더 답답한 교육 현실에서 숨 쉴 수 있는 최소한의 환경을 만들어주시기 바랍니다.
2016. 6. 12
쉼이 있는 교육 시민포럼, 좋은교사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