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수행평가만으로도 성적을 산출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교육부의 방침을 환영한다

보도자료

[성명서]수행평가만으로도 성적을 산출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교육부의 방침을 환영한다

좋은교사 0 14660


교육부가 수행평가만으로도 성적을 산출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는 방침을 밝힌 것에 대하여 좋은교사운동은 환영한다.

객관식 시험은 변별을 위해서는 편리하지만 학생들의 다양한 역량을 평가하기에는 한계가 많다. 예를 들어 미래핵심역량으로 중요한 의사소통능력과 같은 것은 시험에서 평가되지 못하기 때문에 가르치는 것도 소홀하게 된다. 수업의 혁신을 추구하는 많은 교사들은 가급적 객관식 시험의 비중을 줄이고 수행평가의 비중을 높이는 실천을 하고 있다. 그런데 학교 현실은 객관식 시험을 상당 비중으로 실시하도록 하고 있어, 새로운 수업과 평가를 시도하는 교사들이 제약을 받는 사례들이 있었다.

교육부에서 지필고사 없이 수행평가만으로도 성적을 산출할 수 있도록 학교와 교사에게 자율성을 부여한다는 정책은 이런 현장의 흐름을 반영한 것으로 바람직하다. 다만 허용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수행평가가 제대로 정착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하는 일에도 노력을 기울여주기를 당부한다.

학교 현장에는 수행평가를 둘러싼 다양한 어려움들이 존재한다. 우선 학생과 학부모 입장의 어려움이다. 수행평가 과제가 특정 기간에 집중되어 부담이 큰 경우가 있다. 부모가 대신 해 주는 과제도 있고, 심지어 대행업체에서 해 주는 경우도 있다.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일정한 가이드라인을 통해 수행평가 과제가 일정 기간에 집중되지 않도록 조정해주어야 한다. 가급적 수행평가는 일상 수업시간에 수행하는 것이 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보다 어려운 문제는 교사 요인이다. 성취기준이나 학생들의 역량과 무관하게 학생들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오용하는 경우가 있다. 무엇을 평가할 것인지에 대한 개념 정립이 필요하다. 다음 문제는 평가의 기준이다. 같은 학생을 두고도 A교사는 A라고 평가했는데 B교사는 C라고 평가한다면 문제가 있다. 이런 기준들을 일치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사실 이것이 핵심적 과제다. IB국제학교의 사례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모더레이션이라고 하여 교사들의 평가 기준을 일치시키기 위해 본부에서 교사들의 평가물을 샘플링하여 검증하는 작업을 통해 신뢰도를 높여왔다. 우리는 지금까지 이러한 노력을 하지 않고 교사 개인에게만 맡겨 두었다. 교사들의 평가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

전문성과 별도로 평가 업무 부담도 문제다. 수행평가는 사실상 개인 맞춤형 평가와 지도를 뜻한다. 한 명 한 명에 대한 개별평가를 하여야 하고, 평가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피드백을 통해 학생들의 성장을 돕는 것이 중요하다. 그만큼 많은 시간과 정성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교사로 하여금 수업과 평가에 집중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학생이나 학부모의 시비도 문제다. 특히 입시와 관련된 성적의 경우 더욱 예민하기 때문에 수행평가의 공정성에 대한 시비가 커질 수 있다. 교사 개인에게 맡겨서 해결하라고 할 것이 아니라 공정하고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구조와 절차를 마련하여야 한다.

보다 본질적인 문제는 변별을 요구하는 시스템이다. 평가의 목적이 엄밀한 변별이 될 때 교육의 본질이 왜곡된다. 엄밀한 변별에 대한 요구의 귀착점은 객관식 평가다. 교육적 목적의 평가는 학생의 수준을 진단하고 도움을 제공하여 마침내 모두가 완전한 성취에 이르도록 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것은 근본적으로 변별을 목적으로 하는 상대평가와 양립하기 어렵다. 고로 핵심은 어떻게 하면 변별과 무관한 평가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가이다. 현실 여건에서 고등학교는 대입선발 과정이기 때문에 변별의 압력을 피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압력 속에서도 수행평가의 기준을 정확하게 수립함으로써 돌파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고등학교는 그렇다 치더라도 초중학교의 경우 변별을 위한 시험에 너무 얽매이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중학교다. 성적으로 선발하는 고입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급선무다. 비평준화 지역이나, 특목고 등 성적으로 선발하는 고입제도가 존재하는 한 중학교에서도 수행평가가 제대로 정착하기가 어렵다. 고입제도를 수행평가와 절대평가와 조응하는 구조로 바꾸어야 한다.

교사들의 인식 전환도 필요하다. 대입 경쟁이 지배하는 학교 현실에서 변별을 위한 객관식 상대평가에 너무 익숙하여서 모든 학생의 성취를 지향하는 수행평가 위주의 절대평가가 오히려 어색한 면이 있다. 학생의 실패를 당연시하지 않고 모두가 완전학습에 이를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요컨대 위에서 언급한 어려움들은 극복해야 할 어려움들이지 수행평가를 축소해야 할 이유는 아니다. 입시경쟁을 위한 변별을 목적으로 하는 객관식 지필고사의 틀을 벗어나서 인간의 온전한 성장을 위한 수업과 평가로 전환을 하는 것이 교육의 지향점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교사들의 전문성을 높이고, 잡무를 제거하고, 수업과 평가에 집중하도록 하는 것은 우리 교육의 핵심 개혁 과제다. 현재 수행평가 전면화에 대한 논란의 이면에는 우리 교육이 선진화로 갈 것인지, 퇴행적으로 갈 것인지에 대한 힘겨루기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좋은교사운동은 교육부의 방침을 환영하며 취지를 제대로 살릴 수 있는 여건 마련에 나서주기를 요구한다
. 동시에 현장에서 수행평가의 본질을 살릴 수 있는 실천을 적극적으로 할 것을 다짐한다.

 

2016년 3월 23
(사)좋은교사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