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2021 수능 방향에 대한 논평

보도자료

[보도자료] 2021 수능 방향에 대한 논평

좋은교사 0 13660

2021 수능 체제를 결정해야 하는 결정적 시기가 되었다. 수능은 어디로 가야 할 것인가? 

 

○ 통합사회, 통합과학은 바칼로레아식 논술형 수능으로 적용되어야 한다

창의융합교육은 단순히 여러 과목을 통합적으로 배우는 것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한 과목이라도 깊이 배우면서 연계된 지식을 유기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 능력이 통합적 사고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깊이 배우기 위해서는 내용 요소는 축소되어야 하고, 고차원적 사고를 요구하는 의미 있는 질문을 가지고 통합적 사고를 하는 프로젝트형 수업이 이루어져야 한다. 수능을 설계할 때 이와 같은 목적을 두고 설계하여야 한다.

현재의 객관식 시험으로 통합사회, 통합과학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 바칼로레아식 논술형 수능이 도입되어야 한다.

현재의 대학별 논술은 난이도가 너무 높거나, 유형이 너무 복잡하거나 다양해서 학교교육으로 대비하기가 쉽지 않다. 무엇보다 일부 학생만 응시하는 유형으로 정상적인 수업에서 교육되지 않는다.

바칼로레아식 논술형 문제는 통합적 사고와 토론과 글쓰기 훈련을 요구함으로 인해 학교교육의 질적 변화를 견인할 수 있다. 거꾸로 말하면 현재의 수능은 학교교육의 질적 변화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고 있다. 이것이 수능이 개혁되어야 할 가장 큰 이유다.

사교육 유발 우려를 제기하는 주장에 대해 다음과 같이 답변할 수 있다. 첫째, 정상적인 교육으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난이도로 출제하여야 한다. 둘째, 학교에서 정식으로 교육을 하면 사교육보다 경쟁 우위에 있다. 이는 수업의 방식이 혁신되어야 함을 전제한다. 일제식 강의로는 어렵다. 개인맞춤형 지도를 해야 한다. 논술형 고사는 필연적으로 그 방향을 요구하게 될 것이고, 수업을 변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미 공교육에서는 수 년 동안 서술형 논술형 평가와 프로젝트형 수업이 발전해왔다. 교사의 역량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요구하지 않는 현행 시험 체제, 그 정점에 있는 수능의 형태가 문제다.

채점의 곤란성을 제기하는 주장에 대해 다음과 같이 답변할 수 있다. 첫째, 공정성 문제는 이미 공무원 시험 등에서도 논술시험을 시행하는 바 절차적 공정성을 확보함으로 해결 가능하다. 바칼로레아는 3명의 교차 채점을 통해 평균치를 낸다. 편차가 크면 재채점을 한다. 채점자의 평가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사전에 채점된 표준답안지를 무작위로 섞어서 편차를 확인할 수도 있다. 기술적으로 얼마든지 해결 가능하다. 둘째, 채점 비용이 증가할 수 있으나 이를 통해 교육의 질이 향상된다면 투자 가치가 있다. 교사들을 평가단으로 구성함으로써 교사들의 평가 전문성도 향상시킬 수 있다. 셋째, 논술형 시험에 대해서 등급은 3단계 혹은 5단계 정도로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 지나치게 세분화된 등급을 요구하게 되면 객관적 근거에 집착하게 되고 그렇게 하다보면 창의적 사고를 평가하자는 논술의 원래 취지를 살리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 절대평가가 의미 있으려면 1등급의 숫자가 늘어나야 한다

최근 수능의 절대평가에 대해서 상당히 긍정적인 입장이 늘어났다.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러나 여기서 주의해야 할 지점이 있다. 수능이 절대평가가 된다고 하여 자동적으로 경쟁이 완화된다고 볼 수 없다. 약간의 착시 효과가 있다. 수능의 절대평가로 인해 경쟁의 강도가 완화될 수 있는 학생은 더 이상 노력하지 않아도 확실히 1등급에 해당하는 학생들에게 적용되는 것이고, 나머지 학생에게는 상대평가와 다를 바가 없다. 한날 한시에 치름으로 인해 상대적 비교가 되고, 2등급 이하 수준의 학생들은 등급을 올리기 위한 경쟁이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2등급에 포함된다고 해서 공부를 덜해도 된다고 생각할 학생은 없기 때문이다. 1등급 수준의 학생들도 완전히 안심할 수 없는 것이고 보면 그 경쟁 강도의 완화 효과가 제한적이다.

요컨대 절대평가로 인해 경쟁의 강도가 확실하게 완화되는 효과를 가지게 되려면 1등급의 비율이 의미 있게 늘어나야 한다. 가장 확실한 효과를 지니려면 합격과 불합격으로 나뉘어지고 합격의 수준이 정상적인 공교육을 받으면 합격할 수 있는 수준이 되어야 한다. 만약 이것이 너무 급진적이라면 최대한 양보해서 5등급까지 허용되어야 한다. 이것은 현재 5등급으로 운영되는 성취평가제와도 어울린다.

등급제가 아닌 점수제로 한다고 해서 반드시 경쟁이 강화되는 것도 아니다. 점수제로 해도 기준선을 제대로 설정하면 효과는 마찬가지다. 마치 운전면허시험에서 필기가 70점 이상이면 된다든지 하는 기준선이 중요한 것이다. 그렇게 되면 100점을 받으려고 과잉 노력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지금의 점수제의 문제는 99점 받는 학생도 100점을 받기 위해 과잉 경쟁을 하도록 하는 것에 있다. 점수제이건 등급제이건 상위 1% 학생을 선발하고자 하는 체제 속에서는 학생들이 노력하면 할수록 시험문제는 어려워진다. 희망고문과 비슷하다. 저 고지만 올라가면 끝인 줄 알았는데 힘들게 올라갔더니 더 높은 고지를 가리키며 올라가라고 한다. 마지막 1명이 남을 때까지 계속되는 헝거게임과 같다. 상대평가로 인한 무한경쟁체제를 이제는 종식시켜야 한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말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정도면 충분하니 나머지 시간은 소설도 읽고, 운동도 하고, 여행도 가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요컨대 절대평가 그리고 등급제를 말하는 이유는 더 이상 과잉 경쟁하지 않아도 되는 일정한 기준선을 마련해주는 의미가 있고, 그 기준선이 의미가 있으려면 1등급 학생의 비율이 중요하다.

변별력을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대한 답변은 다음과 같다. 모든 과목에 1등급을 받는 학생의 비율이 약 10%가 나온다면 어떤가? 그 학생들을 다시 세분화하여야 할 것인가? 그 학생들의 교과 지식의 능력은 비슷하다고 간주하여도 무방하지 않겠는가? 성적 상위 10% 학생들 가운데서 1% 혹은 0.1%가 되기 위한 경쟁은 다소 무의미한 경쟁이다. 앨빈 토플러는 대한민국 학생들이 미래에 불필요한 공부에 하루 15시간을 소비하고 있다고 비판하였다. 10% 수준 안에 드는 학생은 더 이상 문제풀이에 몰두하기보다는 인문교양과 예체능에 시간을 쏟는 편이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 유익하다. 사실 10%도 너무 좁게 잡은 것이다. 우리는 합격의 기준을 너무 높게 잡아서 교사의 에너지, 학생의 시간, 부모의 사교육비를 불필요한 공부에 과잉 투자하도록 만들고 있다. 한편 상위권 학생을 더 세밀하게 변별하기 위한 체제 속에서 다수의 정상적인 학생들(공교육에 충실한 학생들)이 열등생으로 전락하고 있다.

5등급 정도의 구분이면 족하다. 과목별로 약 20%의 학생들이 1등급을 받는다면 전체적으로 1등급을 받는 학생의 숫자는 그보다 줄어들고 내신을 조합해서 보면 더욱 줄어들 것이다. 소위 상위권 대학의 비율을 10% 정도로 본다면 그 대학들은 성적 상위 10%20% 정도 되는 학생들 가운데서 더 이상의 세밀한 변별을 요구하지 말고 주어진 정보에 기초하여 선발하겠다는 의식을 가져야 한다. 그렇게 해야 과잉 변별에 따른 과잉 경쟁을 완화할 수 있다.

추첨도 생각할 수 있다. 일정한 자격을 갖춘 사람을 대상으로 더 이상의 과잉 변별을 하기보다는 추첨으로 하는 것은 과잉 변별에 따른 불필요한 경쟁의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도 별 차이가 없음으로 인해 합리적이다.

이와 관련하여 결과적으로 대학체제도 변화될 수 있다. 선발체제의 변화를 통해 결과적으로 상위권 대학 내부의 서열화를 완화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요컨대 상위권 대학의 과잉 변별 요구에 의해 학생들이 불필요한 과잉 경쟁에 휘둘리는 문제를 해결하여야 한다. 수능의 목적이 무엇인가? 세밀한 변별인가? 학교교육의 정상화와 과열경쟁의 완화에 둘 것인가를 선택해야 한다 

 

○ 과목의 선택과 비중 문제

수능 과목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도 중요하다.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을 필수로 할 것인가? 또 다른 선택과목을 추가해야 할 것인가? 과목의 비중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새로운 수능은 현재 수학 과잉 문제를 해소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그리고 2015 교육과정이 목표한 창의융합인재 양성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사회와 과학은 기본적 인문 교양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적어도 통합사회는 민주시민교육의 차원에서 공통필수로 해야 할 것이다. 특히 통합사회가 논술형 수능과 연결되어 토론과 글쓰기를 중심으로 하는 교육이라고 한다면 이것은 현재 학교교육이 국영수 중심의 도구교과로 편중된 현상을 해소하고 미래핵심역량을 기르고 민주시민을 양성한다는 취지에 비추어 공통 필수로 강조되어야 한다.

수학 교과의 과잉을 해소한다면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을 위한 여력은 충분히 확보될 것이다. 수학교육도 질적으로 개혁되고 내용 요소를 축소하여 깊은 배움을 가능하게 하는 방향으로 변화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대학의 학과에서 기본적으로 필요한 수학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규정하여야 한다. 수학을 굳이 필요로 하지 않는 학과에서도 과도한 수준의 수학 점수를 요구하는 것이 시정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상황에 맞추어 학교 교육과정이 학생의 선택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개혁되어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 무학년 학점제가 도입되어야 한다.

다른 선택과목의 추가는 신중해야 한다. 모든 것을 수능으로만 평가하기보다는 수능은 기본적 학력 수준을 평가하는 정도로 역할을 정하고 깊은 배움, 다양한 배움은 평소의 학교 교육과정을 통해 구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프로젝트형 수업, 수행평가의 내실화를 통해 깊은 배움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학교 교육을 정상화하는 방향으로 풀어가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아울러 역사 과목을 현재처럼 독립적으로 수능에서 필수로 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재고해야 한다. 객관식 문제로 평가하는 것도 문제다. 필요하면 통합사회의 일부로 논술형으로 평가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 

 

○ 내신과 학종의 문제

수능과 함께 내신도 상대평가체제를 극복해야 한다. 현재의 상대평가체제는 3년 동안 입시경쟁을 하는 것이고, 동료간 경쟁을 심화시키는 것이다. 한번 등급을 받으면 끝으로 재도전을 허용하지 않는다.

향후 무학년 학점제를 기초로 절대평가로 운영되고, 재수강의 기회도 부여되어야 한다. 이 경우 재수강 여부가 표기되어 평가 과정에서 대학별로 해석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내신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절차적 공정성을 확보할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가칭 ‘평가지원센터’에서 무작위 샘플링을 통해 모니터링을 강화하여 질적 관리를 하여야 한다.

만약 과도기적으로 상대평가체제를 유지한다면 9등급(1등급 4%)을 폐지하고 5등급제로 운영하고, 1등급을 20%~30% 정도 수준으로 유지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10명이 듣는 과목도 2~3명 정도는 1등급을 받을 수 있어 소인수 선택 과목의 편성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근본적으로 과목별 총점 평가제를 탈피하여 세부능력별로 평가함으로써 수행평가를 강화하고 질적 정보를 풍부하게 하여야 한다. ‘친절한 성적표’ 체제로 운영되어야 한다. 이렇게 하면 대학이 평가결과를 활용할 수 있는 경우의 수를 더 확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지금은 국어 B 등급이나 총점만 있다면 새로운 평가체제에서는 국어 과목 아래 작문능력, 발표능력, 협업능력 등 다양한 요소에 대한 정보가 들어 있음으로 인해 필요한 부분을 강조하여 반영할 수 있다.

학종의 경우 제기되는 문제는 제도의 문제라기보다는 사람의 문제가 큰데 이는 학교민주주의의 강화와 교직문화 개선을 통해 개선해가야 한다. 불편부당한 평가나 성적 부정에 대해서는 문제제기 통로를 마련하고 확인시 엄벌해야 한다. 학종의 문제를 해결한다고 수능으로 회귀하는 것은 문제 해결이 될 수 없다. 과도한 사교육을 유발하는 비교과 스펙에 대해서는 비중을 축소하고 현재 비교과에서 평가되는 요소들이 교과 수업을 통해 평가될 수 있도록 수업을 혁신해야 한다. 

 

○ 대학별고사의 문제

수능의 변별력을 문제 삼아 대학별고사를 치르겠다는 시도는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 대학의 자율권은 학교교육의 정상화라는 대전제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의 대교협 체제를 넘어 고교와 대학이 함께 협의할 수 있는 체제가 필요하다. 교육과정평가원이 그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할 것이다. 목적은 고등학교 학생에게 기대되는 학력의 절대적인 수준을 설정하는 것이다. 대학이 필요로 하는 학력이 있다면 정상적인 학교교육을 통해서 이루어지고 평가될 수 있도록 합의하여야 한다. 

 

○ 결론

수능과 대입전형은 궁극적으로 학교교육의 질 향상에 기여하여야 한다. 프로젝트형 수업 등 학교현장에서는 뜻있는 교사들의 다양한 수업 혁신의 노력들이 일어나고 있다. 그러한 것들을 뒷받침하기 위해 무학년 학점제, 교사별평가, 절대평가 등에 대한 요구들이 분출하고 있고 상당 부분은 대선 공약으로 수렴되고 있다. 그런데 이 모든 노력들을 제압하는 하나의 거대한 힘이 있으니 그것이 곧 수능이다. 수능은 객관식 시험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휘두르며 수업혁신의 싹을 잘라버리고 만다. 선발을 위해 최적화된 객관식 시험의 한계를 이제는 벗어나야 한다. 깊은 사고를 요구하는 바칼로레아식 논술형 수능이 되어야 한다. 또 지나친 변별을 요구하지 않음으로 인해 과잉 경쟁을 지양하는 수능이 되어야 한다. 국영수보다는 민주시민교육을 촉진하는 수능이 되어야 한다.

2021년 수능체제를 개혁하지 않으면 앞으로 수년간 또 이 낡은 수능 체제를 지속해야 한다. 시간이 없다.

 

2017. 5.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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