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온종일 돌봄체계 운영・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에 대한 좋은교사운동의 입장

보도자료

[논평] 온종일 돌봄체계 운영・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에 대한 좋은교사운동의 입장

좋은교사 0 4105
지난 6월 10일 권칠승 의원 등 11인에 의해 ‘온종일 돌봄체계 운영·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이 발의되어, 논의가 진행되는 가운데 교원단체의 반대 여론도 높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좋은교사운동은 사회적 돌봄 시스템 구축을 위해 이번 법안과 같은 특별법 형태의 돌봄 체계 운영·지원 법안이 조속히 마련되어야 한다는 점에 적극 공감합니다. 뿐만 아니라 이번 발의된 법안의 일부는 교육부가 지난번 발의하였다 여러 교원단체로부터 비판을 받았던 돌봄 및 방과후학교를 학교의 기본 사무로 규정한 초・중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보다 진일보한 측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법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돌봄 문제를 둘러싼 학교 현장의 혼란을 해결하기에는 부족한 부분들이 있어 추가적으로 수정·보완될 필요가 있습니다. 

권칠승 의원 등의 법안에서 지역에서의 온종일 돌봄 시행 계획의 수립과 시행의 주체를 지방자치단체의 장으로 규정하여 돌봄 사무가 지방자치단체의 장으로 명시한 점(안 6조 2항, 안 7조, 안 8조)은 돌봄 사무의 안정적 운영에 기여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 조항을 근거로 정부 돌봄 사무의 핵심인 시설 확보와 인력 채용 및 운용의 주체를 지방자치단체가 맡고, 보다 체계화된 돌봄 행정체계를 마련해 가야 할 것입니다. 그동안 법적 근거 없이 학교가 돌봄교실을 운영하면서 학교의 본 업무인 교육과정과 수업 운영에 지장을 초래했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학교행정과 분리된 돌봄 행정체계를 조속히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이 법안에 따라 각 지방자치단체가 돌봄 업무 추진을 위한 기구 설치, 인력 채용, 시설 마련을 위해 책임 주체로 나서도록 하고, 그 과정에서 현실적인 문제가 되는 돌봄 공간의 확보를 위해 교육 당국 또는 학교 현장과의 협력도 가능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번 법안이 책임 돌봄에 대한 학부모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학교 현장의 혼란을 해결하기에는 여러 부족한 점이 있습니다.

첫째, 법안이 만들어진다 해도 믿고 맡길 수 있는 돌봄의 제공을 위해 필요한 일원화된 관리 체계가 만들어지기 어렵습니다. 온종일 돌봄 시행 계획 수립 및 시행의 주체를 교육부장관 및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으로 표현함으로써, 교육부,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에 흩어져 있는 현행 돌봄 사무를 그대로 존치시켰기 때문입니다. 현재 온종일 돌봄 논란의 핵심은 국가적 과제인 돌봄 사무가 3개 부서에 분산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그러다 보니 부서 관할 범위 내에서만 돌봄 업무가 추진되고 그 과정에서 돌봄 제공 시간, 장소, 대상의 공백이 발생하여 실제 돌봄 서비스를 제공받아야 할 학령기 아동과 양육자들이 언제 어느 때고 믿고 맡길 수 있는 시스템이 없다는 점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일화 된 돌봄 행정 체계를 마련하여 빈틈없는 돌봄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둘째, 계획 수립 시행 주체를 교육부장관인 것으로 밝힘으로써 학교 행정사무와 돌봄행정 사무의 분리를 기대하기 어렵게 되어 있습니다.(6조) 교육부총리가 사회부총리를 겸임하기 때문에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들의 계획을 제출받아 종합적인 계획을 수립해야 하는 점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돌봄 업무가 분산되어 있는 관계로 주체가 여럿이다 보니 최종적인 업무 추진의 책임자가 교육부장관이 되어, 결국 현행과 같이 학교가 돌봄 행정의 최종적인 책임을 갖게 되고, 돌봄의 질과 학교 교육의 질을 모두 담보할 수 없는 지금의 현실을 지속하는 법안이 될 것입니다. 정부조직법 상 교육부,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의 사무를 비교해 보더라도 교육부장관이 돌봄 사무의 주관 부서가 될 수는 없습니다. 
정부조직법 제28조(교육부) ① 교육부장관은 인적자원개발정책, 학교교육ㆍ평생교육, 학술에 관한 사무를 관장한다. 제38조(보건복지부) ①보건복지부장관은 보건위생ㆍ방역ㆍ의정(醫政)ㆍ약정(藥政)ㆍ생활보호ㆍ자활지원ㆍ사회보장ㆍ아동(영ㆍ유아 보육을 포함한다)ㆍ노인 및 장애인에 관한 사무를 관장한다. 제41조(여성가족부) 여성가족부장관은 여성정책의 기획ㆍ종합, 여성의 권익증진 등 지위향상, 청소년 및 가족(다문화가족과 건강가정사업을 위한 아동업무를 포함한다)에 관한 사무를 관장한다.
온종일 돌봄체계가 제대로 마련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원칙이 필요합니다.

첫째, 돌봄 서비스를 제공받는 아동과 양육 책임자에게 보다 질 높은 서비스가 제공되어야 합니다. 질 높은 서비스라 함은 아동의 안전하고 안정적인 보육 환경, 시간의 공백 없는 보육 서비스, 아동의 정서적 안정과 휴식의 보장 등입니다. 

둘째, 돌봄 서비스를 담당하는 기관은 학교의 본 사무 추진 체계와 분리되어야 합니다. 학교 교육을 담당하는 교무부에서 돌봄 인력을 관리하고, 수업을 담당하는 교사에게 돌봄 업무를 부과하는 것은 학교 교육도 약화시키고, 돌봄 서비스의 질도 떨어뜨리게 됩니다. 

셋째, 돌봄을 전담할 일원화된 행정 체계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현재와 같이 돌봄의 일부를 각 부서에서 나누어 분담하는 것으로는 촘촘한 돌봄 서비스망을 만들 수 없습니다. 

넷째, 지속가능하고 종합적인 온종일 돌봄체계가 필요합니다. 코로나-19와 같은 재난상황이 되더라도 안정적으로 돌봄 서비스를 체계적으로 제공할 상시적이고 정규적인 돌봄 체계가 필요합니다. 

질 높은 온종일 돌봄체계 운영·지원, 이렇게 해야 합니다. 

첫째, 돌봄 정책, 방과후 정책, 청소년 활동 정책을 총괄할 일원화된 행정체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좋은교사운동은 2018년에 진행된 돌봄 관련 토론회를 통해 해당 지역의 아동 청소년의 돌봄과 방과후를 총괄할 학교방과후 공단(가칭)과 같은 중간 기구의 필요성을 제기하였었습니다. 이와 같은 형태의 일원화된 행정체계를 통해 시설 설치, 인력 채용 및 관리, 프로그램 운영이 이루어져야, 아동과 양육자들이 예측 가능한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습니다. 

둘째, 법률로서, 지속가능하고 안정적인 온종일 돌봄체계의 청사진을 제시해야 합니다. 우리 사회의 돌봄 서비스가 어떤 체계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지가 법안을 통해 제시되어야 할 것입니다. 지금과 같이 학교가 교육과 보육을 동시에 떠맡고 있는 구조에서는 교육과 보육의 질 모두를 낮추는 결과가 만들어집니다. 

셋째, 학교 옆에 돌봄과 방과후 센터를 연결해 건립함으로써, 아동과 보호자들이 믿고 맡길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합니다. 학교 옆에 돌봄과 방과후 센터가 존재한다면, 하교 후에 보호자들이 특별히 신경 쓰지 않아도 아동들 스스로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게 됩니다. 안전을 지도할 인원만 배치된다면 큰 문제없이 이동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교육활동 시설과 보육 시설의 분리는 아동의 정서적 안정에도 도움이 됩니다. 시설이 분리되지 않을 경우에 하루 종일 학교 건물에서 보내야 하는 아동의 스트레스가 매우 높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학교 시설 복합화 사업 시행 시 교육 시설과 분리된 보육 시설을 포함시킬 것도 고려될 수 있을 것입니다. 

넷째, 돌봄 문제 해결을 위해 단기, 중장기, 장기적인 관점에 따른 각각의 대책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 단기적으로는 학교 돌봄 업무 추진을 위한 충분한 재정적 지원과 별도의 인력 배치가 필요합니다. 교사를 돌봄 업무로부터 분리시킬 대책이 제시되어야 할 것입니다. 
 - 중기적으로는 학교의 시설 일부를 활용하더라도 별도로 운영되는 돌봄센터가 만들어져야 합니다. 학교 안에 존재하는 병설 유치원은 유아교육법과 초중등교육법 등 적용되는 법체계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큰 부작용 없이 학교에서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는 시설을 분리하고 운영 체계와 인력의 분리가 이루어졌기 때문입니다. 병설 유치원 운영 체계와 같은 병설 돌봄센터 구성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 장기적으로는, 기존 학교 주변에 교육 시설과 분리된 별도의 시설을 학교 주변이나 복합 건물에 만드는 것입니다. 향후 학교를 신설할 때, 바로 옆에 방과후돌봄센터 설치를 의무화하고 독립된 운영 주체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이것이 아동의 정서적 안정과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돌봄 서비스 제공, 학교 교육의 정상화를 모두 충족할 수 있는 종합적인 대책이 될 것입니다. 

질 높고 안정적인 돌봄체계 마련은 우리 모두가 함께 해결해야 할 사회적 과제입니다. 믿고 맡길 수 있는 돌봄 체계의 구축은 우리 사회의 안정성과 영속성을 위한 중차대한 사회적 과제입니다. 마을마다 경로당이 있듯이, 돌봄센터 또한 그렇게 운영되어야 합니다. 지금껏 학교에 맡겨 임시방편으로 운영한 대책을 벗어나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돌봄 시스템 마련에 정부 당국과 국회가 나서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여러 교원단체, 학생, 학부모 단체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야 할 것입니다. 이번 권칠승 의원 등 11인의 법률안 제출을 계기로 무엇이 질 높고 안정적인 돌봄이 가능하도록 하는 돌봄체계인지에 대한 균형 잡힌 논의가 진행되기를 바랍니다.
2020년 6월 19일
(사)좋은교사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