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개인 학생부 불법 공개 규탄 및 ‘대입제도 전반 재검토’에 대한 좋은교사운동 성명서

보도자료

[성명서] 개인 학생부 불법 공개 규탄 및 ‘대입제도 전반 재검토’에 대한 좋은교사운동 성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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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학교생활기록부를 불법으로 유출하고 공개한 행위는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범죄행위임. 사과와 법적 처벌 등을 통해 책임을 져야 함.


교육부와 교육청은 유출 경위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통해 관련자를 엄중 처벌해야 함.


대입제도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는 학교 현장에 또다른 혼란을 초래할 수 있음. 미진한 개선책에 대한 보완 측면에서 다음과 같이 접근되어야 함.

첫째, 수상기록을 대입전형 자료로 제공하는 것을 금지할 것.

둘째, 학교밖 활동(개인별 독서활동, 개인별 봉사활동)을 학생부에 기록하지 않도록 할 것.

셋째, 학생부종합전형을 교과활동 중심으로 바꾸되 교과세부능력 특기사항 기록방식의 객관성을 높이는 방식을 강구할 것.  


성적 중심의 선발 과정을 통해 학생을 모집하고 있는 특목고는 입학하는 것만으로 특권을 누리게 되는 학교임. 특목고를 계속 유지할 것인가에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함.


1. 법무부 장관 후보자 논란의 과정에서 한 개인의 정보와 사생활이 담겨있는 학교생활기록부(이하 학생부)가 만천하에 공개되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본인이나 보호자의 동의 없이는 어떤 경우도 공개될 수 없습니다. 졸업생의 경우에는 해당 학교의 교사라도 열람할 수 없는 자료입니다. 개인의 의료기록을 불법으로 유출하고 공개하는 행위가 심각한 불법행위인것처럼 개인의 학교생활기록부를 불법으로 유출하고 공개하는 행위도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할 수 없습니다. 이는 현행법을 위반한 범죄이자, 도덕적으로도 지탄받아야 합니다. 불법 행위를 저지른 정치인은 이에 상응하여 사과와 사법적 처벌 등의 책임을 져야 할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교육청과 교육부는 유출경위를 철저하게 파악하고, 검찰 수사를 통해 유출한 범인을 찾아내어 엄중 처벌해야 할 것입니다.


2. 법무부 장관 후보자 자녀 문제로 입시 공정성 문제가 다시 대두되었습니다. 대통령의 대입 제도 전반 재검토발언으로 대입제도 개혁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문제가 있는 것을 개선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자칫 사회적인 이슈에 떠밀려 잘못된 방향으로 대입정책이 바뀔 수 있다는 우려가 생기고 있습니다. 원인진단부터 해법까지 제대로 방향을 잡아야 할 것입니다. 이에 좋은교사운동은 대입제도 개선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주장합니다.


첫째, 문제가 된 입학사정관제도는 도입 초기부터 학생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는 명분에도 불구하고 지나친 스펙경쟁의 문제점을 지적받아왔습니다. 이후 입학사정관제도는 학생부종합전형으로 바뀌면서도 같은 문제가 반복되어, 지속적인 개선조치를 한 결과 2018년 학교생활기록부(이하 학생부) 기재 개선 조치를 통해 소논문 금지, 수상경력 대입자료 제공 1회로 제한, 각종 특기사항 기록 글자수 축소 등의 조치들이 이루어진 것입니다. 현재 법무부 장관 후보자 청문 과정에서 대입의 공정성을 문제 삼으며 대입제도 전반을 재검토한다는 것은 과거 입시 방식이 지금도 여전한 것처럼 왜곡시킬 우려가 있으므로 과거 입시와 현재의 입시를 구분해서 접근해야 할 것입니다. 대통령의 대입제도 전반 재검토발언에 따라 교육부가 대입의 개선점을 찾는다면 학생부 기재 방식 개선에서 미진했던 부분에 대한 보완책을 찾는 것이 우선 급한대로 검토되어야 할 것입니다.


둘째, 지금의 학생부 기록을 더 간소화시켜서 부모의 영향력 아래 이루어지는 학교밖 개인 활동과 비교과 활동에 대한 학생부 기록을 금지해야 합니다. 지금의 학생부종합전형이 과거와는 다르다 하더라도 현재 학생부종합전형에 가정 배경이 영향력을 끼칠 우려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수상기록, 개인별독서활동, 봉사활동 등 여전히 학부모와 외부 기관에 도움을 받아 실적을 만들게 되고, 이로 인해 학생 간에 차이가 날 우려는 여전히 있게 됩니다. 학교 밖에서 이루어지는 개인별 독서활동이나 봉사활동 등도 굳이 학생부에 기재될 필요가 없습니다. 오직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활동만 학생부에 기록하는 것이 학교 생활 기록이라는 그 취지에 부합하다 할 것입니다.


셋째, 수상기록은 학생부에 기재하되, 대입전형 자료로 사용되는 것은 금지되어야 합니다. 수상 기록을 만들기 위해 학교마다 각종 교과 대회를 만들어내는 것이 학생들의 학습을 충실하게 하는 것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불필요한 스펙경쟁을 위해 학생들의 에너지가 소진되고 있습니다. 2018년 학생부 기재 개선 조치에서 수상기록을 학년별 1회로 남겨두었지만, 소위 1개의 똘똘한 수상기록을 남기기 위해 학생들은 계속해서 대회에 참여하도록 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습니다.


넷째, 학종은 학교 안에서만 이루어지는 교과활동 중심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교과별세부능력 특기사항 기록에 체크리스트 방식을 도입하여 교과 활동 시간에 어떻게 참여해서 어떤 결과를 얻었는지를 중심으로 기록하는 방식을 검토하길 바랍니다. 교과활동이 중심이 되고 동아리활동, 자치활동 등 창의적체험활동 기록은 참고자료 정도로 활용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다섯째, 특목고 문제가 핵심입니다. 특목고는 입학하는 순간 큰 특권을 누리게 됩니다. 좋은 수업환경, 교실환경 뿐만 아니라 언제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학부모네트워크가 형성됩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추첨을 통해 학교 배정을 받을 때에 선발 제도를 유지하면서 성적 좋은 학생들로만 학생이 구성됩니다. 매년 9,700여명의 학생들이 과학고, 영재고, 외국어고, 국제고를 졸업해서 대부분 상위권 대학으로 진학합니다. 전체 학생 수의 1.6% 정도 밖에 되지 않은 학생들은 관료 사회와 법조계를 장악하고 과학, 의료계로 진출하여 우리나라 곳곳의 사회 요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자사고를 포함하면 약 4만명의 특권층을 계속해서 배출하고 있는 것입니다. 머지않아 우리 사회는 특목고 사회가 될 것입니다. 출신대학으로 차별하고, 출신고교로 차별하는 사회 구조를 방치하는 이상 어떤 대입제도를 만들어도 무용지물일 수밖에 없습니다.


뛰어난 인재들이 사회에 기여하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그런데 뛰어난 인재들이 하나의 집단이 되어 서로 끌어주고 밀어주며 계층을 재생산하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면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됩니다. 서로의 가정 배경을 통해 남들이 누리기 어려운 좋은 교육 환경을 너무 쉽게 만날 수 있게 되어있고, 이는 다른 이들이 들어오기 어려운 높은 장벽으로 연결될 것이며, 이는 사회 계층을 공고화하면서 사회적 건강성을 해치게 될 것입니다. 이런 우려가 있는 학교제도를 만들어 놓고, 일반고에는 없는 '선발'을 통해 그 제도를 유지하게 하고 있다면, 이를 우리 사회가 지속할 것인가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는 것입니다. 특목고를 일반고로 전환하고 고교학점제 등을 통해 모든 학생들이 특목고와 같은 교육과정 속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전체 교육의 질을 높이는 정책을 실시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여섯째, 대통령의 대입제도 전반 재검토가 정시 확대 논의로만 흐르지 않기를 바랍니다. 사회경제적 배경이 좋을수록 수능성적이 높다는 것은 여러 연구를 통해 밝혀진 사실입니다. 서로 다른 교육환경에서 태어나고, 서로 다른 능력을 가진 학생들에게 수능 중심의 정시 자체가 불공정한 제도인 것입니다. 정말 공정한 대입제도를 원한다면 지역균형선발을 확대하고, 소득균형선발 등을 추가로 실시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평등 정책을 통해서 다양한 교육환경 속에 있는 모든 학생들이 대학교육의 기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나아가 직종간의 임금격차를 줄이고, 출신대학차별금지법 등을 통해 학벌 때문에 차별받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등 보다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 데 힘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2019. 9.4 

좋은교사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