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는 지난 22일 2022 개정 교육과정을 확정·발표하였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포용성과 창의성을 갖춘 주도적인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목표를 담아 새 교육과정을 발표하였습니다.
2022 개정 교육과정으로 학교는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우선, 이번 교육과정 개정으로 인해 학교급마다 ‘학교자율시간’을 도입해 지역 연계 및 학생의 필요를 고려한 선택 과목을 개발‧운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로써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 운영에 기초해 지역별, 학교별 교육과정 운영의 자율성이 더욱 확대될 토대가 마련되었습니다. 초등학교에서는 저학년 단계에서 기초 문해력 강화 및 한글 해득 교육을 위해 국어 시간이 늘어나고, 실내외 놀이 및 신체활동이 강화되기도 하였습니다. 중학교에서는 자유학년제가 자유학기제로 1학기 축소되어 운영되고, 대신 진로연계교육이 도입되어 자유학기와 연계하여 운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학교스포츠클럽 의무 편성 시간도 적정화되었습니다. 고등학교는 2022 개정 교육과정으로 가장 큰 변화를 맞이합니다. 2025년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과 이번 교육과정 개정이 맞물리면서 고등학교는 학점 기반 선택 교육과정으로 운영하게 되었으며, 한 학기에 과목 이수와 학점 취득을 완결할 수 있도록 재구조화되었습니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의 개정 과정이 지난 교육과정 개정과 크게 달랐던 점은 바로 ‘국민과 함께하는 교육과정’을 표방하였다는 데 있습니다. 실제 현장에 있는 교사들뿐 아니라 각계각층의 국민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국가교육회의(현 국가교육위원회)에서 주관한 국가 교육과정 개발에 관한 대국민 설문조사,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주관하는 교육과정현장네트워크, 개발이 진행되는 중간 과정에서의 의견 수렴(국민소통참여채널 등) 등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교육 현장에서도 현장의 의견을 수렴해 상향식으로 교육과정을 개정하려는 노력에 많은 지지를 보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국민과 함께하는 교육과정이라는 의미는 새 정부 출범 이후 크게 후퇴하였습니다. 지난 정부에서 발표하였던 총론 주요 사항들이 정권이 바뀌면서 총론 내용이 달라지고, 몇몇 표현들은 교육이 아닌 정치적 논리에 따라 결정되기도 하였습니다. 국가교육위원회가 2022 개정 교육과정을 심의하는 과정에서도 같은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국가교육위원회의 출범 목적인 사회적 합의에 기초한 결정은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결과적으로 국민과 함께하는 교육과정이 아닌, 정권의 요구와 긴급히 함께하는 교육과정이 되어 버렸다는 점에서 비판받아 마땅합니다.
국민과 함께하는 교육과정이 되기 위해서는 이번 교육과정 개정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를 정확히 성찰해야 합니다.
첫째, 총론 취지가 반영되지 않는 각론 개발 문제가 이번 개정 과정에서도 반복되었습니다. ‘총론 확정-총론에 따른 각론 개발’, 이 절차가 지켜지지 않으면서 이번 개정 과정에서도 총론 취지에 맞지 않는 분과주의 교육과정 개발이 이뤄졌습니다. 향후 개정 과정에서는 총론 취지에 부합하는 각론 개발이 이뤄지도록 교육당국의 책임 있는 조정이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시의적절한 총론이 만들어져도 각론 수준에서는 큰 변화가 없을 것입니다. 또한 총론 취지를 무시하고 특정 학연 위주로 구성되는 교수 개발진 문제 개선을 위해 각론 연구 책임자를 공모해 현직 교사들을 선발하고, 현직 교사들이 각론 개발에 좀 더 책임 있는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둘째, 국민 의견을 수렴한 총론에 대해서는 일관성 견지가 필요합니다. 국민 의견 수렴을 통해 총론 주요사항(2021.11.24. 발표)에 포함되었던 ‘환경·생태교육, 민주시민교육 및 일과 노동에 포함된 의미와 가치 등을 교육목표에 반영하는 방안 검토’ 등의 내용이 총론 공청회 시안(2022.10.08. 발표)에서는 빠져 있었습니다. 일정 기간 국민 의견을 수렴한 주요 내용을 정권이 바뀌었다고 총론에 반영하지 않는 것은 2022 교육과정 개정이 내건 ‘국민과 함께하는 교육과정 개정’이라는 취지를 무색하게 했습니다. 향후 국가교육위원회가 중심이 되어 이뤄질 교육과정 개정은 정권 교체와 별개로 국민적 합의에 의해 중장기적으로 일관성 있게 추진되어야 할 것입니다.
셋째, 집단 지성과 표현의 자유 허용 범위에 대한 개선이 필요합니다. 이번 2022 개정 교육과정은 ‘국민과 함께하는 미래형 교육과정’이라는 슬로건 아래, 다양한 교육 주체의 의견을 포함하여 일반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는 점에서 기존의 국가 교육과정 개발 절차와 차별화되었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한 일부의 의사 표현 방식은 비판적으로 성찰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총론 및 각론 교육과정 공청회(지난 9월 말~10월 중순 개최)에는 표현의 자유를 넘어서는 비민주적이고 비윤리적인 의사 표현으로 인해, 행사 자체를 진행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었습니다. 토론장에서 제기된 의견이 의미 없다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공적 토론 장소에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규칙이 지켜지지 않은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 할 것입니다. 필수 참여자(교육부, 연구진, 토론자 등)를 제외한 일반인 및 유관기관의 참여는 온라인 방식을 택하는 등의 방법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은 국민과 함께하는 교육과정을 표방했으나, 결과적으로는 여느 교육과정 개정 절차에 드러났던 문제점들이 고스란히 반복되었습니다. 향후 교육과정 개정은 이제 국가교육위원회가 주도할 것입니다. 국가교육위원회는 “교육정책이 사회적 합의에 기반하여 안정적이고 일관되게 추진되도록 함으로써 교육의 자주성‧전문성 및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고 교육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설립되었습니다. 국가교육위원회는 향후 교육과정 개정을 추진함에 있어 이번 교육과정 개정 절차의 한계를 성찰하고, 설립 목적에 맞게 일부의 국민과만 함께하는 것이 아닌, 모두의 국민과 함께하는 교육과정 개정 절차를 밟아 가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