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2021 수능개편안에 대한 좋은교사의 입장

보도자료

[성명서] 2021 수능개편안에 대한 좋은교사의 입장

좋은교사 0 11561


오늘 발표한 2021 수능개편안은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교육개혁과 과도한 변별력 경쟁 때문에 겪는 학생들의 고통에 눈 감은 교육개혁 포기안이라 할 것임.


1안은 창의융합형 인재를 양성하겠다고 약속한 2015교육과정의 목표를 포기하고 오랫동안 지속돼 온 지식 암기식 교육을 되풀이하겠다는 것이며, 통합사회통합과학 시험에 탐구과목을 하나 더 추가하면서 학생들의 학습부담을 늘리는 안이며, 자발적인 선택과 참여식 수업과 발표 및 프로젝트형 수업으로 완성될 고교학점제를 어렵게 만드는 안이며, 절대평가와 상대평가가 합쳐진 기형적인 평가체제를 앞으로도 지속하겠다는 최악의 안이라 할 수 있음.

 

2안은 전 과목 절대평가를 도입하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나, 2015교육과정의 창의융합형 인재양성을 위해 새롭게 통합사회통합과학 과목를 개설한 취지를 살릴 수 있는 시험으로는 여전히 부족하며, 탐구 과목을 추가해서 학생들의 학습부담을 늘리는 측면에서는 1안과 차이가 없음. 뿐만 아니라 내신절대평가 실시에 대한 계획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어, 수능절대평가 이후에 가중될 내신경쟁의 고통을 외면하는 안이라 할 수 있음. 


단순 지식을 반복적으로 학습하게 하고 그 결과를 묻는 현재와 같은 평가의 질을 개선하지 않고서는 절대평가든 상대평가든 근본적인 교육개혁은 어려운 문제임.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능 절대평가와 내신절대평가는 개선된 평가를 실시할 수 있는 기본적인 조건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의미가 있음. 교육부는 평가의 질 개선을 위한 대안 마련에 착수함과 동시에 수능절대평가를 즉시 도입하고, 내신 절대평가 도입 로드맵을 발표하고, 현재의 내신상대평가의 어려움을 개선하기 위해 완화된 내신 상대평가 도입을 촉구함.


 또한, 2015 교육과정 도입 취지를 살리기 위해 통합사회통합과학만이라도 논서술형 평가를 도입할 것과 탐구과목을 추가하는 안을 철회할 것을 요구함. 


 교육부가 2021 대입 수능 개편안을 발표하였습니다. 이번에 교육부에서 발표한 2012학년도 수능 개편안은 한마디로 누더기안이며, 학생부담가중형이며, 교육개혁후퇴안이라 할 것입니다.


교육부는 수능개편안을 1안과 2안으로 제시하며, 여론 수렴을 통해 그 중 1개 안을 선택해서 확정하겠다고 하였습니다. 1안은 국어, 수학, 탐구(사회, 과학, 직업탐구 영역 중 택1)을 상대평가로 유지하고 영어와 한국사, 통합사회통합과학, 2외국어(선택)을 절대평가 과목으로 하여 총 7개 과목으로 시험보겠다는 것이고, 2안은 7개 과목 전체를 절대평가로 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수능개편안을 통해 융복합형 인재를 길러내겠다고 하는 것은 유통기한이 지난 상품을 팔면서 신선한 상품이라 속이는 것과 같은 일이라 할 것입니다. 차라리 정직하게 우리 교육부는 새로운 교육을 감당할 자신이 없다고 말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처음 수능개편 논의가 시작된 것은 문제풀이 위주의 단편적 정답찾기, 실수 줄이기 위주의 비교육적 수능의 문제를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고 하는 국민적 요구와, 4차산업혁명 시대의 미래형 인재를 키우기 위해서는 지금과 같은 교육과정과 수능체제를 개혁해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교육부도 2015 교육과정을 발표하면서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역량 함양을 위한 교육과정과 교실수업의 개선, 복합적 사고력과 통찰력을 겸비한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을 위해 교육과정을 개편해야 한다고 하고, 2015교육과정에 적합한 수능개편안을 만들겠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번 수능개편안을 보면 사고력을 키우고, 제대로 배울 수 있게 해달라는 수많은 사람들의 요구에 눈감았을 뿐만 아니라, 교육부 스스로 밝힌 2015 교육과정의 목표를 부정하면서, 오직 대학 입시의 변별력을 만들라는 대학과 사교육 기관의 요구에만 충실하게 반응했다 할 것입니다.


 1안이 갖고 있는 문제는 이렇습니다.

첫째, 1안과 같은 수능체제는 2015 교육과정에서 밝힌 목표와 취지에 맞지 않습니다. 1안을 선택한다는 것은 당분간 암기식 문제 풀이의 현재 교육을 지속하겠다는 것입니다. 이를 감수하고 대입의 변별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손을 들어준 것이며, 누가 덜 실수하는가를 가리는 상대평가 체제에서 같은 내용을 반복적으로 공부하면서 정답인 것과 정답 아닌 것을 가려내는 연습을 무한반복하라는 메시지를 학생들에게 주고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좋은 점수를 획득한 학생을 융복합형 인재라 할 수는 없습니다.


둘째, 국어와 수학에서 높은 등급을 받기 위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고, 통합사회와 통합과학 시험까지 더해져 학생들의 학습부담을 더욱 가중시킬 것입니다. 이로 인해 국어와 수학과목, 특히 수학과목의 사교육 열풍을 불러 올 것입니다. 지금 학생들이 겪고 있는 과도한 학습고통도 대입 변별력이 중요하니 당분간 참으라는 것과 같은 힘없는 교육부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셋째, 새 정부가 추진하겠다고 밝힌 고교학점제를 발목 잡는 수능이 될 것입니다. 2015 교육과정의 일반선택과목은 학생들의 자발적인 선택과 참여식 수업, 발표, 프로젝트형 수업으로 진행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수능과목으로 된 이상 수능 문제풀이를 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선택과목 교실에서 수능 선택으로 준비하는 아이들과 수능선택으로 준비하지 않는 학생들이 섞여 있어 수업을 진행하는 교사는 수능 문제풀이와 창의적 수업을 함께 진행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되었습니다. 당장 학교는 학생들의 다양한 선택을 확대하기보다 수능에서 유리한 과목으로 선택을 집중하려 할 것입니다. 이런 마당에서 진로선택과목을 개설할 학교는 얼마나 되겠습니까? 이는 2안으로 선택해도 마찬가지의 문제점을 갖고 있습니다.


넷째, 하나의 시험에 절대평가와 상대평가가 공존하는 평가체제를 앞으로도 계속 유지하겠다는 것으로, 이는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기형적인 형태의 평가입니다. 각종 이해관계자들의 눈치를 보느라 교육개혁의 큰 그림을 그리지 못하고 기형적 평가체제를 지속하는 교육부의 무능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2안으로 선택해도 문제는 있습니다.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을 지금과 같은 객관식 형태로 수능을 실시하면, 2015 교육과정의 융복합형 인재양성은 포기하겠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탐구과목을 하나 더 치르는 것은 교사들에게는 자유롭고 창의적인 수업이 아니라 수능을 위한 수업을 하게 만들고, 학생들에게는 수능 시험을 위한 과목 선택을 하게 만들 것입니다.


또한 2안으로 가더라도 여전히 내신 상대평가의 문제가 남아 있는 한 학생들은 내신 경쟁 속에서 고통받게 될 것입니다. 그럼에도 정부는 내신 절대평가 도입은 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의 경쟁에 따른 고통을 외면한 무책임한 처사라 할 것입니다.


 지금 획일화된 사람을 길러내는 우리 교육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수능 절대평가와 내신 절대평가는 출발점과 같은 것입니다. 더 큰 핵심문제는 평가의 질입니다. 지금과 같은 객관식 형태의 정답찾기 시험을 그대로 유지하는 한 절대평가든 상대평가든 문제는 해결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창의적인 생각, 융복합적 사고를 촉진하는 활동을 하고, 이를 통해 길러진 사고력을 측정하는 시험을 치르기 위해서는 절대평가가 기본이 되어야 합니다.

 모든 것을 수능으로만 평가하기보다 수능은 기본적 학력 수준을 평가하는 정도로 역할을 한정하고, 통합사회와 통합과학만이라도 3년간 학습한 결과를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논서술형 평가를 도입해야 합니다.

 수능절대평가를 기본으로 내신절대평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당장 내신 절대평가 도입이 어려운 것을 감안하여 9등급 상대평가보다 완화된 5등급 상대평가만이라도 당장 시행해야 합니다. 그래야 학생들이 내신 경쟁의 고통에서 조금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완화된 내신상대평가를 시행하고, 내신절대평가 도입을 위한 제도적 준비를 지금부터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


 이에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합니다.


 첫째, 학생들의 학습고통을 줄이고, 새로운 시대에 맞는 교육을 만들어갈 출발점으로서 전 과목 절대평가 체제의 수능을 도입하십시오. 교육부가 발표한 1안을 선택하는 것은 새 정부의 교육공약을 포기하겠다는 것이고,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교육개혁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것입니다.


 둘째, 수능절대평가와 함께 내신절대평가를 도입할 구체적인 로드맵을 만들어 발표하십시오. 당장 내신절대평가 전면 도입이 준비되기까지는 최소한 지금의 9등급 상대평가 대신에 완화된 5등급 상대평가라도 도입하고, 내신절대평가를 도입할 제도적 준비를 지금부터 시작하십시오.


 셋째, 통합사회.통합과학만이라도 현행 객관식 형태에서 벗어나 논서술형 형태의 평가를 실시하고, 탐구과목 추가를 철회하십시오. 이는 학생들의 학습부담을 늘리고, 자유롭게 탐구하고 토론하는 수업을 방해만 할 뿐입니다. 일반 선택과목은 학생부 기록을 통해 내신 전형에 활용될 수 있도록 하면 될 것입니다. 


 우리는 앞으로도 교육개혁이 후퇴하지 않도록 전과목 수능절대평가와 내신절대평가 시행을 지속적으로 요구할 것이며, 평가의 질을 높이기 위한 방법을 찾고 실천하는 활동을 계속할 것입니다.


                                                                2017. 8. 10

(사)좋은교사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