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상산고/동산고의 재지정취소는 합당한 결정입니다.
좋은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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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24 18:00
- 모든 학교의 환경과 교육의 수준을 높여야 합니다-
▲ 자사고 재지정 평가의 핵심은 학교의 좋고 나쁨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행사하는 한시적인 특례조항을 지속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
▲ 초중등교육법 61조에 따라 교육제도의 개선과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될 경우 한시적으로 허용된 자사고 제도는 그 기한이 끝나거나 제도의 목적을 이룰 수 없을 경우 더 이상 운영하지 않는 것이 합당한 결정임.
▲ 자사고로 운영되지 않는다 해서 학교가 폐쇄되거나 다른 불이익을 주는 것이 아니므로, 이를 학생들의 피해로 매도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음.
▲ 자사고가 처음 도입된 2002년 이후 17년간 운영된 자사고 제도는 고교서열화, 일반고의 황폐화, 사교육 팽창, 교사의 소진 등 다양한 부작용을 만들어 내고 있으므로, 교육제도의 개선과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고 볼 수 없고, 자사고를 재지정해야 할 이유는 없는 것임.
▲ 교육부의 자사고, 특목고의 일반고 전환에 대한 소극적 태도를 비판함.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의 가장 명확하고 간결한 해법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91조의 3을 삭제하는 것임.
▲ 자사고 재지정 평가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는 서울시교육청도 원칙대로 평가하고, 평가 결과를 가감없이 있는 그대로 발표해야 할 것임. 뿐만 아니라 조희연 교육감의 공약대로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을 일관성 있게 추진하기를 촉구함.
▲ 교육부는 자사고 제도를 계속 운영하기보다 모든 학교의 환경과 질을 높이는 정책을 펼쳐야 하고, 이에 따라 일반고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여러 개혁 조치들을 서둘러야 함. 고교학점제를 통해 학생의 진로와 적성에 따라 교과목을 선택하고 평가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고교학점제 안착을 위해 필요한 입시제도, 평가제도 등의 개혁을 서둘러야 함.
전북교육청에서 상산고의 자사고 재지정을 취소한 것과 경기교육청의 경기 동산고의 자사고 재지정을 취소한 것은 합당하고 환영할만한 결정입니다.
자사고 재지정 평가의 핵심은 현재의 자사고에게 부여한 초중등교육법 61조에 따른 한시적인 특례조항을 지속적으로 부여할 것인가를 평가하는 것입니다. 자사고 제도를 운영의 법적 근거는 초중등교육법 61조에 있습니다.
<초중등교육법> 제61조(학교 및 교육과정 운영의 특례) ① 학교교육제도를 포함한 교육제도의 개선과 발전을 위하여 특히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제21조제1항ㆍ제24조제1항ㆍ제26조제1항ㆍ제29조제1항ㆍ제31조ㆍ제39조ㆍ제42조 및 제46조를 한시적으로 적용하지 아니하는 학교 또는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다. |
초중등교육법 61조에 따라 교육제도의 개선과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해 한시적으로 동법 24조 1항(수업일수), 26조 1항(학년제), 29조 1항(교과용 도서), 31조(학운위 운영), 39조, 42조, 46조(수업연한)를 한시적으로 적용받지 않는 학교를 운영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동법 시행령 제91조의 3에 의해 교육감이 지정 고시할 수 있다고 되어 있습니다. 교육제도의 개선과 발전이라는 목적을 위해 일반고에게 주지 않는 학생 선발의 권한을 비롯한 몇가지 자율권을 한시적으로 준 것이지 영구히 보장한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5년마다 자사고 재지정 여부를 평가하기로 되어 있고, 이번에 평가 결과에 따라 재지정 여부를 결정한 것입니다. 자사고 재지정 취소는 일반고에는 없고 자사고에만 있던 특별한 예외를 주지 않기로 결정한 것 일뿐, 학교 자체를 폐쇄한다거나 학교 자체에 불이익을 주는 결정이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그러므로 자사고 재지정을 취소한 것이 마치 학생들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불이익을 주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 말입니다.
자사고 운영의 목적이 ‘교육제도의 개선과 발전’이므로 자사고 운영이 교육제도의 개선과 발전에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가가 중요한 판단의 요소일 것입니다. 교육제도의 개선과 발전, 고교교육의 다양성 확대를 명분으로 자사고를 17년 운영한 결과 국민들이 받아든 성적표는 고교 서열화 및 일반고의 황폐화입니다. 자사고 제도의 운영으로 일부 학생들이 선발 집단 내에서 좋은 교육환경을 누렸던 반면, 선발의 권한을 가지면서 고교 서열화라는 결과를 만들어냈습니다. 기존에 있었던 특목고에 더해 자사고 입시가 시행되면서, 특목고나 자사고는 선발 집단으로 구성되고, 일반고는 선발에 끼지 못하는 나머지 학생이 들어가는 곳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고교서열화는 사교육 팽창의 주범이 되었습니다. 교육제도의 개선과 발전에 기여하기는커녕 이렇게 교육제도를 파행시키고 교육개혁을 가로막고 있다면 자사고를 유지할 이유는 없는 것입니다. 지금도 사교육 시장에서는 자사고, 특목고의 자기주도학습 전형을 준비시키기 위한 상품이 판매되고 있습니다. 중학교에서 학생부를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진로활동, 동아리활동, 독서활동 등을 어떻게 학생부에 기록하도록 해야 자사고, 특목고 입시에 유리한지 학부모 설명회를 개최하고 관련 상품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의 다양성과 창의성을 키울 목적으로 장려되고 동아리활동, 독서활동 등이 정해진 틀 안에서 학생부 한 줄 기록을 목표로 활동에 참여하게 함으로써 교육 생태계 자체를 왜곡시키는 실정입니다. 자사고 제도가 교육개혁을 가로막는 한 축임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자사고에게 일반고와는 다른 예외를 허용할 명분이었던 교육제도 개선, 학교교육의 다양성을 실현하지는 못하는 대신 학생 구성원을 선발해서 구성하고, 가르치기 힘든 형태의 학생은 배제하는 권한을 행사함으로써 학교의 특별함을 유지하고자 합니다. 이는 다른 일반고등학교에 가르치기 힘든 학생들을 한 곳에 몰아넣게 하는 효과를 만들어 일반고 자체의 수업을 파행시키는 현실 위에서 유지됩니다. 자사고 운영이 우리 교육제도 개선에 기여하는 것은 찾아볼 수 없고, 퇴행에 기여하는 증거들만 보인다면 한시적 특혜를 추가로 줄 이유는 없는 것입니다. 자사고가 17년간 운영되면서 좋은 제도를 만들었다면 이제 일반고로 전환해서 좋은 제도 계속 운영하면 될 것입니다. 선발 집단에 기대어 학교 명성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학교에 큰 힘이 없음을 스스로 자인하는 것입니다. 정말 좋은 학교라면 어떤 학생도 가르칠 수 있는 학교임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교육부의 자사고, 특목고의 일반고 전환에 대한 소극적 태도도 비판받아야 합니다.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의 가장 명확하고 간결한 해법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91조의 3을 삭제하는 것입니다. 자사고 재지정 평가 결과 70점을 넘었다고 해서 자사고를 지속적으로 운영해도 좋다고 말할 수는 없는 일인데, 70점을 넘게 되면 자사고 운영의 정당성만 부여해 주는 꼴입니다. 정부가 소극적인 태도로 대응하니, 교육 일선에서 혼란만 가중시킵니다. 소극적 대응의 결과 남는 것은 고교서열화 체제 유지와 대입제도의 왜곡, 일반고에 다니는 다수 학생들의 열패감들일 뿐입니다. 교육부의 결단을 촉구합니다.
가장 많은 자사고가 운영되고 있는 서울시교육청도 자사고 재지정 평가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습니다. 원칙대로 평가하고, 평가 결과를 가감없이 있는 그대로 발표해야 할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조희연 교육감의 공약대로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을 일관성 있게 추진하기를 촉구합니다.
자사고 제도를 지속하기보다 모든 학교의 교육의 환경과 질을 높이는 정책을 펼쳐야 합니다. 일반고의 혁신에 더욱 속도를 내어야 합니다. 현재 일반고에서도 자사고 수준의 교육과정들이 운영되고 있지만, 일부에 그치고 있습니다. 모든 학교의 환경과 교육의 수준을 높여야 합니다. 현재 준비되고 있는 고교학점제를 통해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와 적성에 따라 교과목을 선택하고 수강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고교학점제가 고교 일선에 정착할 수 있도록 평가제도와 입시제도의 개혁에 더욱 속도를 내야 할 것입니다.
2019.6.21.
좋은교사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