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2022대입전형시행계획 발표에 대해

보도자료

[논평] 2022대입전형시행계획 발표에 대해

좋은교사 0 4215
4 29,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2022학년도 대학 입학 전형 시행 계획을 발표하였습니다. 전체적으로는 수시 모집 75.7% 대 정시 모집 24.3%로 전년도와 크게 달라진 것이 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서울 주요 대학들의 모집 전형 비율이 한국 고교 교육의 형태를 지배하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이번 정시 40% 확대 선택은 지금까지 이루어져 온 고등학교 혁신의 방향을 완전히 뒤집을 수 있을 만큼의 엄청난 후퇴를 가져 올 것입니다.
 
 서울 소재 4년제 16개 대학의 정시 비율은 29%에서 37.6%로 증가했습니다. 특히,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을 통해 많은 학생을 선발하던 고려대의 경우 수능 위주 비율을 18.4%에서 40.1% 21.7% 증가하였고, 경희대와 한양대도 각각 11.8%, 10.5%씩이나 증가하여 16개 대학 대부분이 40% 선에 수능 위주 비율을 맞추었습니다.
 
 2022학년도 서울 소재 16개 대학의 모집 전형을 평균적으로 보면 수능 위주 37.6%, 학생부(교과) 11.3%, 학생부(종합) 35.8%가 되었습니다. 여기에 수시 모집에서 이월되는 인원이 평균 7~8%가 되는 점을 고려하고, 수시 수능최저학력 기준을 고려한다면 수능의 입시 영향력은 50%를 상회하게 되는 셈입니다.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 입장에서는 수능과 학교 내신, 그리고 과목별 세부능력까지 고려할 때 입시가 끝날 때까지 어느 한 방향의 입시를 정해서 준비하기는 더욱 힘들어졌습니다. 학생들은 여전히 수능 시험을 기본으로 준비하면서 수시를 준비해야 합니다. 수시 수능최저학력 기준이라도 폐지해야 수능의 영향력을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교육부의 결단이 필요합니다.

 각 대학이 발표한 수능 시험 선택 과목 지정도 큰 문제입니다. 56개 대학이 미적분과 기하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하면서 기하와 확률과 통계 선택을 기준으로 이미 없어진 문과와 이과가 나누어지는 형국입니다. 고등학교 학생들의 과목 선택을 왜곡시키는 것입니다.
 
 분명 정시 강화는 수능을 위한 선행학습 및 사교육비를 증가시켰습니다. 2015년 이후 3천억, 6천억씩 증가하던 사교육비 총 규모가 지난해 1 5천억 증가한(2020 3 11일 교육부 보도 자료) 원인은 정시 강화 외에는 없습니다. 이명박 정부 이후 사교육비 감소를 위한 노력을 지속해 왔던 것은 사교육비 증가로 인한 출산율 저하와도 깊은 관련이 있었습니다. 현 정부의 정책은 교육정책이 가져올 사회문화적 파장을 고려하지 않고 특정 사건으로 발생한 공정성에 민감해진 감정에 기대어 만들어진 단말마적 대책이며, 장기적 관점에서 교육의 흐름을 이어가지 못한 채 목소리 큰 이들의 입장에 국가 교육이 휘둘린 꼴입니다.
 
 오늘 발표된 대학 모집 전형 계획은 초중고 모든 학생들에게 대학 입학을 위해서는 입시를 위한 사교육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습니다. 2018년에 수능 위주 비율 30% 이상, 2019 40% 이상을 대학에 강요하면서 학교 현장은 이미 수능 대비 교육과정을 강화하고 있고, 수능을 대비한 사교육은 증가하고 있으며, 초등학생과 중학생도 입시를 염두에 둔 학습을 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지식 전달과 문제풀이 교육을 벗어나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한 2015 개정 교육과정은 이번 조치로 이미 내용은 다 없어지고 틀만 겨우 남아 있는 형국이 되어 버렸습니다. 또한 에에 따른 고교학점제도 성공 가능성은 더 희박해졌습니다.
 
 이 모든 책임은 청와대와 교육부에 있습니다. 청와대는 교육의 본질을 외면하며 공정 패러다임에 치우쳤고, 교육부 역시 여론에 떠밀려 대학의 자율성을 무시하고 재정 지원 사업을 무기로 삼아 정시 모집 비율 상향을 강요하였습니다. 그러면서도 교육부는 한 쪽에서는 미래 교육, 창의성 교육, 혁신 교육 등을 이야기합니다. 입시에 매몰된 교육으로는 달성할 수 없는 뒤죽박죽된 교육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제라도 정부의 교육 철학을 분명히 밝히고, 일관된 교육정책을 수립해야 합니다. 시간이 얼마 없습니다. 청와대와 교육부가 전향적 입장을 가지고 교육을 살리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기를 촉구합니다.
 
 첫째, 단기적으로 3가지 모두를 준비해야 하는 학생들의 고통을 줄이기 위한 대책으로서 수시 수능최저등급 기준을 완전 폐지 또는 대폭 완화해야 합니다.
 둘째, 융합형, 선택형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취지에 맞는 수능 정착 방안을 다시 마련해야 합니다.
 셋째, 미래 교육의 가치와 역량을 키우는 교육을 할 수 있도록 새로운 대입 제도 패러다임을 제시해야 합니다.
 
 이 시기를 놓친다면 학교 현장의 혼란은 피할 수 없고, 미래 교육으로의 전환은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게 될 것입니다
2020년 4월 29일
(사)좋은교사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