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7일, 기재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인구구조 변화 영향과 대응 방향에서 3기 인구정책 TF의 주요 추진과제를 제시했습니다. 그 중 첫 번째 추진 과제가 인구절벽 충격 완화의 방책으로서 생산인구 양적 보완을 위한 여성고용 확대입니다. 그런데 기재부가 이 여성고용 확대를 위한 방법으로 아래 두 가지를 포함한 5가지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 짧은 정규수업 시간, 불충분한 돌봄 서비스에 따른 초등 돌봄 절벽에 대응해 학부모 희망에 따른 교육시간 확대 방안 검토
- 돌봄 서비스 간 연계 강화 통해 원하는 시간대에 필요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온종일 돌봄 원스톱 서비스’ 확대 개선
(사)좋은교사운동은 사회적으로 돌봄 필요가 급증하고 있는 것에 대하여 공감하고 학교를 포함하여 사회가 함께 풀어가야 할 과제라는 것에 동의합니다. 이에 기재부의 안에 대해 다음과 같이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대안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첫째, 아동의 삶의 질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서 정책을 추진해야 합니다.
○ 아동의 삶에 대한 고려없이 노동 수급 정책을 논의하는 것은 큰 문제입니다. 노동력 확보의 관점에서 돌봄 확대, 교육시간 확대를 이야기할 뿐 아동의 삶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아침 8시 30분부터 온종일 돌봄으로 저녁 6시 또는 7시까지 한 공간에서 9시간에서 10시간 이상 머물러야 하는 일은 아동의 입장에서 심리 정서적 폭력과도 같습니다. 아동의 삶의 질의 관점에서 어떻게 사회적 돌봄을 구성하는 것이 최선인지에 대해 깊이 고민해야 합니다.
둘째, 교육시간을 확대하려면 그에 걸맞은 교육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매번 땜질식 인력수급으로는 우리 아이들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할 수 없습니다.
○ 새로운 학교 정책이 시행될 때마다 학교에는 땜질식으로 인력을 배치하곤 하였습니다. 2008년 영어 몰입교육을 하기 위해 영어교사나 초등 정교사를 더 확보하지 않고 영어교육 전문강사 제도를 만들어 교육현장에 혼란을 가중시켰었습니다. 또한 그 외에도 돌봄 전담사, 방과 후 코디네이터 등등 새로운 정책이 시행될 때마다 정규 교원을 늘이지 않고 그때그때 인력을 수급하기에 급급했습니다. 이번에도 정규수업인지 방과후 돌봄 프로그램인지 애매한 교육시간(자유놀이 활동, 기초학력 보정 프로그램, 방과 후 체육·예술 활동 등)을 확대하겠다고 하였습니다. 이 정책이 또다시 땜질식으로 학교에 인력을 배치하고 돌봄을 위해 필요한 활동을 늘렸을 때, 교육현장을 더욱 어지럽히지 않을지 우려됩니다.
○ 기재부가 진정 교육 시간을 확대하고자 한다면, 그에 걸맞은 교육환경 조성이 선결되어야 합니다. 아이가 안전하고 행복하게 학교생활을 할 때 학부모는 본연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부모들은 단순히 아이들이 학교에 오래 머무는 것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양질의 교육과 돌봄을 원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늘어난 교육시간에 대한 교육의 질 확보가 고려되어야 합니다. 교육의 질은 교육환경의 질과 교사의 질을 통해서 확보될 수 있습니다. 사실 수년 동안 많은 교원단체와 현장교사들은 변화된 시대와 늘어가는 학부모·학생의 요구, 그리고 다양한 교육적 필요에 부응하기 위해 학급당 인원수 적정화와 교원 정원 확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계속해서 주장해 왔습니다. 그러나 기재부는 여러 해 동안 이러한 현장의 요구를 묵살해 왔습니다. 기재부가 정말 교육시간을 늘리고 싶다면, 교원 수를 더 확보하여 초등학교 저학년에도 교과 전담교사를 적극 배치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래야만 늘어난 시간만큼의 교육의 질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기재부는 이를 위한 예산확보를 위해 노력해 주십시오.
셋째, 기재부는 코로나 팬데믹 시대에 단체 돌봄 환경에 아이들을 내몰아 집단감염의 위험을 높이기보다, 노동환경의 변화를 통해 가정에서 아이가 행복하게 부모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늘려나갈 수 있는 가정친화적 노동정책을 만드는데 더욱 노력해야 합니다.
○ 코로나19는 변이 바이러스 등으로 언제 종식될지 알 수 없고,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언제 이러한 방역 상황이 다시 일어날지 모르는 불확실성의 시대입니다. 학교에서의 집단적인 돌봄 환경은 결코 방역에 좋은 환경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기재부의 안은 면역에 취약한 아이들이 보다 오랜 시간 집단 시설에서 시간에 머물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핀란드는 하루 7~8시간 이상 업무를 하면서도 탄력적인 근무시간 운영으로 대부분 오후 4시 30분 이전에 퇴근해서 가정에서 아이를 돌보는 노동환경이 정착되어 있습니다. 기재부는 학교 교육시간을 어떻게 하면 늘릴까를 고민할 것이 아니라 부모들의 근무시간을 어떻게 하면 줄이고, 그럼에도 업무 효율을 높여 나라 경제를 발전시킬지 고민하셔야 합니다.
○ 이미 아동과 학습에 대한 많은 연구에서 밝혀졌듯이 자녀가 부모 함께 식사하고 대화하는 시간이 많을수록 아동에게 꼭 필요한 인지 능력, 의사소통 능력 등이 향상됨은 더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기재부가 근시안적으로 몇 년 후의 노동력을 확보하려고 하다가 10여 년 후에 우리나라의 진짜 인재 들을 키워내지 못하는 실수를 범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기재부는 이러한 현장의 의견을 적극 수용하여 학생들의 배움의 질을 높이고, 학부모들은 안심하고 업무에 집중하며, 가정에서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대한민국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