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보도자료] 교육부 고교학점제 추진계획 관련

보도자료

[논평 보도자료] 교육부 고교학점제 추진계획 관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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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교학점제는 의미없이 고등학교 생활을 하고 있는 학생들도 자신에게 의미있는 배움과 성장을 선택할 기회를 줄 수 있는 필요한 개혁 조치로 환영함.
▶ 고교학점제는 무조건 다양한 과목을 개설하려는 것이 아닌 수업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제도를 설계해야 함. 생소한 교과 개설에 힘쓰기보다 기존의 교과들을 수준이나 주제에 따라 세분화하고 융합해서 개설하는 전략을 쓸 필요가 있음. 
▶ 학생들이 여유와 책임감을 가지고 과목을 선택할 수 있도록 졸업최소학점을 192학점이 아닌 180학점 이하로 하고, 미이수와 재수강 제도를 도입해야 함. 
▶ 수업의 질을 담보하는 고교학점제를 위해 충분한 교원 수를 확보하고, 교사들에게 12시간 정도의 적정 수업시간을 부여해야 함. 
▶ 입시와 상관없이 고등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에게 의미있는 교육과정을 통해 다양한 진로를 준비할 수 있도록 교육청 차원의 전략이 추가적으로 고민되어야 함. 
▶ 박사급 시간 강사의 강사비를 현실화하고, 교사들이 다양한 과목을 개설할 수 있도록 상치과목에 대한 규제를 완화시킬 필요가 있음. 
▶ 학생들이 중3과정에서 다양한 진로탐색 활동을 통해 고등학교 생활을 미리 준비할 수 있도록 중학교 자유학년제 실행 시기를 3학년 시기로 옮길 필요가 있음. 
▶ 고교학점제에 걸맞게 대입 수학능력시험을 교과형 논술 체계로의 전환을 검토해야 함.
 2월 17일, 교육부는 192학점을 취득하면 졸업할 수 있게 하는 고교학점제를 발표하였습니다. 학생들이 자기 진로에 맞게 다양한 선택과목을 학습할 수 있게 하였고, 출석일수만 채우면 졸업할 수 있던 것에서 출석과 함께 40% 이상의 학업성취를 충족해야 학점을 취득할 수 있고, 192학점을 취득해야 졸업할 수 있게 한 것입니다. 이 제도에 맞게 2025학년도부터는 선택과목은 5등급 성취평가를 하도록 하였고, 학생들의 진로에 따른 교과 이수를 지원하기 위해 소인수 담임제를 실시하도록 하여 평가와 담임제도에도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고교학점제가 단순히 다양한 선택과목 이수를 허용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수업의 질을 높여서 학생의 배움의 질을 높이고, 굳이 입시를 목표로 하지 않아도 의미있는 고등학교 생활이 되도록 하는 것에 그 목표를 두고 제도를 만들어 가야 고교학점제의 도입 취지에 합당하다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이번에 교육부가 발표한 추진계획에 몇 가지 보완조치가 필요합니다. 

첫째, 우선 고교학점제의 전체적인 방향을 다양한 선택과목을 개설하는 것에 초점을 두기보다 수업의 질을 높이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제도를 설계해야 합니다. 
 고교학점제는 학생들에게 다양한 선택과목 이수의 기회를 주는 것에 목적이 있긴 합니다. 그러나 대입 수능 시험이 여전한 상황에서 다양한 선택과목을 개설해도 학생들이 다양한 교과를 이수하기도 어렵고, 당장 가르칠 교사를 확보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다양한 과목에 대한 강조보다는 기존 교사에 맞춘 교과 개설을 기본으로 하되 교사의 수업기획권을 확장하여 과목 안에서 내용을 다양하게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내실있는 고교학점제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우선 단계별 교과인 영어, 수학 교과의 경우 내용 수준에 따라 여러 단계별 과목을 개설하게 하는 다양화 전략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최소 이수학점을 설정해서 공통으로 듣게 하되, 기초 레벨의 수업만 들어도 되는 학생은 최소이수학점만 이수하도록 하고, 고급레벨의 수업은 필요한 학생들만 들을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당장 어려운 수학을 듣지 않아도 되는 학생들은 기초수학 정도만 들어도 되게끔 해 주는 것입니다. 
 주제에 따라 분류될 수 있는 교과(예. 사회, 과학 등)의 경우 특정 주제를 깊이 있게 배울 수 있는 과목이 다수 개설되도록 방향을 잡으면 될 것입니다. 동일교과들을 기초과목과 심화과목으로 편성하고, 필요에 따라 선택해서 이수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핵심은 생소한 과목을 많이 개설하는 것보다 익숙한 과목을 주제나 수준에 따라 세분화하고 융합시켜 다양하게 개설하는 전략이 초기 고교학점제를 정착시키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둘째, 졸업최소학점을 180학점 이하로 하고, 미이수와 재수강 제도를 도입해야 합니다. 
 졸업 적정이수학점을 192학점으로 한 것은 학생들의 교과 이수나 학교의 교육과정 운영에 큰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졸업 최소학점을 창의적체험활동 18학점을 포함해서 180학점 정도로 하는 것이 고교학점제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3년 동안 192학점을 이수하려면 한 학기 32시간의 수업을 이수하려면 1일 6시간 이상의 수업을 들어야 합니다. 대학 4년간 최소졸업학점이 140학점이고, 학기당 평균 18학점씩 수강하는 것과 비교하면 많아도 너무 많습니다. 고등학교에서 다양한 선택과목을 개설하게 하려면 학생들에게 다양한 공강 시간이 필요한데, 1일 6시간/1주일 32시간의 수업을 듣게 되면 공강 시간을 확보하기 쉽지 않습니다. 
 뿐만 아니라, 미이수 제도를 운영하기 위해서라도 졸업이수학점이 180학점이 되어야 합니다. 어떤 과목에 미이수를 받았다는 것은 그 과목의 성취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의미이고, 재수강이나 대체 과목 이수를 통해 학생이 성취에 이를 수 있도록 보충하는 교육과정 운영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다음 학기의 강의를 들으면서도 이전 학기의 미이수 과목을 재수강 또는 대체수강하려면 추가로 과목을 신청할 수 있는 여유가 주어져야 합니다. 192학점으로 할 때는 결코 학생들에게 재수강의 기회를 줄 수가 없습니다. 
 교육부는 이번 추진계획 발표에서 미이수 과목은 방학 프로그램이나 과제 등을 활용한 별도의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해서 E 수준의 성취를 얻도록 해서 학점을 부여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E 수준의 성취를 목표로 출석하면 이수로 바꿔주는 것 자체가 미이수를 이수로 바꾸기 위한 요식행위라 할 수 있고, 학점제 운영을 통해 학생도 과목 선택에 대한 일정 정도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취지도 실현하지 못하는 것이며, E등급으로는 학생들에게 보충과목을 이수하도록 동기부여도 할 수가 없습니다. 유급이나 중도탈락에 대한 우려 때문에 미이수 제도를 도입하지 못한다면, 선택과 책임이라는 고교학점제 의미를 처음부터 포기하고 시작하는 일이 될 것입니다. 졸업최소학점을 180학점으로 하고, 미이수제도 뿐만 아니라 재수강 제도도 도입해서 학생들이 과목 선택에 대한 자기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단위학교들도 학생들에게 학업성취에 대한 책임있는 교육과정 운영에 나서도록 해야 합니다. 충실한 수업 운영 뿐만 아니라 미이수한 학생들에 대해 계절학기, 재수강 기회, 대체과목 편성 등 충실한 교육과정 이수를 위한 다양한 지원방안들을 실행해야 할 것입니다. 

셋째, 수업의 질을 담보하는 고교학점제를 위해 충분한 교원 수를 확보하고, 교사들에게 12시간 정도를 적정 수업시간으로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수업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교사들에게 학생들의 수업을 평가하고 피드백하는 시간과 수업을 연구할 시간이 충분히 주어져야 합니다. 교사 1명이 3개 과목 이상의 수업을 운영해야 하는 고교학점제에서는 수업실행, 수업연구, 평가, 피드백 등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매우 중요합니다. 여기에 학점화된 학생들의 진로 프로젝트나 자치 및 동아리 활동을 지도하고, 소인수 담임제에 따라 모든 교사들이 각기 맡은 학생들의 진로 상담과 교육과정 이수를 지원하는 역할까지 하게 되는 것을 고려하면, 12시간의 수업도 적지 않은 시간이 될 것입니다. 충분한 교원 수 확보없이 현 수준에서 교원이 배치된다면, 교사들이 아무리 잘하고 싶어도 잘할 수 없는 여건이 만들어집니다. 교원 정원수 확보를 위한 범정부적인 대처가 필요한 대목입니다. 

넷째, 입시와 상관없이 고등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에게 의미있는 교육과정을 통해 다양한 진로를 준비할 수 있게 하는 전략이 추가적으로 고민되어야 합니다. 
 입시와 무관하지만 고등학교에서 의미있는 배움을 원하는 학생들에게는 필수적으로 이수해야 하는 과목 외에 진로나 흥미에 따라 과목을 선택해서 배울 수 있도록 단위학교와 교육청이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자신이 가진 흥미에 따라 깊이 배울 수 있는 과목이나 직업에 관련된 기술을 배울 수 기회를 단위학교의 과목 개설, 지역 사회 다른 학교와의 공동 교육과정 운영, 지역사회에 있는 특성화고나 전문대학과의 협업을 통한 과목 개설 등 기관 간 협업을 통해 다양한 기회를 제공해 줄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문제는 개별 학교의 노력만으로는 이런 기회를 제공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시도교육청, 교육지원청이 적극 나서서 추진해야 할 일입니다. 
 
다섯째, 박사급 시간 강사의 강사비를 현실화하고, 교사들이 다양한 과목을 개설할 수 있도록 상치과목에 대한 규제를 완화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교육부는 고교학점제 시행을 위해 교사들의 부전공이나 복수전공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교사 자격을 발행하지 않는 분야의 과목 개설에 한해 해당 분야의 박사급 인력을 기간제 교사로 채용하겠다고도 하였습니다. 그런데, 박사급 인력을 기간제 교사로 채용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특히, 농어촌 학교에 근무할 박사 학위 소지 기간제 교사를 구하기가 어려울 것이고, 1-2과목 수업만으로 기간제 교사로 채용하기도 어렵습니다. 
 시간 강사로 채용하는 방법이 있는데, 시간당 강사비(시간당 25,000원)가 너무 낮게 책정되어 있어 강사 구하기도 어렵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박사급 시간 강사의 강사비를 대학 시간 강사 수준(평균 66,000원)으로 현실화시켜야 할 것입니다. 
 이와 함께 교사들이 자격표시 과목 이외의 과목도 개설할 수 있도록 상치 과목 규제를 완화한다면, 다양한 분야의 과목을 개설하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여섯째, 학생들이 고등학교 생활을 어떻게 해야할지 충분히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져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중학교 자유학년제 실행 시기를 3학년 시기로 옮길 필요가 있습니다. 당초 자유학기제 도입 당시 중 3 시기에 도입할 것을 적극 검토하다가, 고입 준비 등을 고려해서 중1 시기에 시행하기로 결정된 바 있습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 생활에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을 준다는 것에 의미는 있으나, 중1은 진로 탐색을 하기에는 다소 이르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마침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는 2025학년도가 외고, 자사고를 일반고로 일괄 전환되는 해임을 고려한다면, 자유학기제의 본래 취지를 살리기 위해 중3 시기에 자유학기제를 시행하는 것도 적극 검토할 수 있을 것입니다. 중 3 시기에 자유학기제를 시행하면서 자기 진로에 대해 충분히 탐색하게 하고, 고등학교에서의 과목 선택에 대한 다양한 정보 제공과 상담을 지원한다면 고등학교 진학 이후에 학생들이 학점제 환경에서 학습을 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일곱째, 고교학점제에 걸맞게 대입 수학능력시험을 교과형 논술 체계로 전환해야 합니다. 
 이번에 발표된 계획의 완성도가 떨어지는 것은 대입제도 변화에 대한 결단 없이 고교학점제를 우선 도입하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고교학점제를 통해 우리 교육에 대한 전면적인 변화가 일어나게 하려면, 교육과정과 평가의 방향이 일관성을 가져야 하는데, 현재의 수능을 그대로 두고 학생들에게 다양한 과목 선택을 이야기하니, 이것 자체가 모순입니다. 뿐만 아니라 1학년 공통과목은 상대평가를 유지하고, 2,3학년 선택과목은 성취평가제(절대평가)로 하는 것도 일관성 없는 기형적인 평가체제입니다. 
 우선은 선택과목에 대해 교육과정 내에서 학생의 선택에 따라 다르게 시행하는 교과형 논술을 도입해야 합니다. 장기적으로는 고등학교 교육과정 전체를 종합하여 자신의 생각을 서술할 수 있는 공통 논술과 선택형 교과에 따른 교과형 논술을 도입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당장 시행이 아니더라도 이와 같은 장기목표를 밝히고 고교학점제를 도입하게 되면 초등학교 교육부터 고등학교에까지 글쓰기 교육이 보편적으로 이루어지면서 평가체제의 개혁도 가능해질 것입니다. 

위와 같은 보완 조치를 통해 교육부가 발표한 고교학점제 추진계획이 학생들의 배움의 질을 높이고, 모든 학생들이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학교생활을 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제도로 정착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2021. 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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