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인수위 110대 국정 과제 발표에 대한 좋은교사운동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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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인수위 110대 국정 과제 발표에 대한 좋은교사운동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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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 고통을 유발하는 근본적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커녕 해결 의지조차 찾기 어려움.
▶ AI의, AI에 의한, AI를 위한 교육?
▶ 균형적인 대입 전형? 학생에게 입시 부담을 가중시키는 전형이 될 것임.
▶ 다양한 고교 체제의 실체는 서열화된 고교 체제임을 우리는 이명박 정부에서 충분히 확인하였음. 다양하고 자율적인 교육과정 운영은 2022 개정 교육과정과 고교학점제로 이미 제도화를 눈앞에 두고 있음.
▶ 한 줄로 언급된 교원정책, 미래교육을 책임질 교사의 질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의문임.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지난 3일 110대 국정과제를 발표하였습니다. “창의적 교육으로 미래 인재를 키워내겠다.”라는 약속 아래 교육 관련 5개의 국정 과제를 선정하였습니다. 그러나 해당 국정 과제 속에서는 이 시대 학생, 학부모, 교사들이 신음하고 있는 교육 고통의 문제를 해소하려는 새 정부의 의지도 능력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우리 교육계의 오랜 숙제인 대학 서열 해소와 입시 경쟁 완화 정책, 사교육비 경감 종합 대책, 교원의 전문성과 학교 자율성을 높이는 새로운 교원정책, 학생 수 감소에 따른 대책 등, 교육 고통의 근본이 되는 문제들에 대한 그 어떤 해결 방법도, 해결 의지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교육계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창의적인 교육으로 미래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것인지 대단히 우려스럽습니다.

인수위는 100만 디지털인재 양성(81번 과제)과 모두를 인재로 양성하는 학습혁명(82번 과제)에서 AI 교육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특히 AI 기반 기초학력 제고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AI를 활용한 학습진단과 보정 프로그램은 활용할 가치가 있습니다. 학생과 학부모에게 유용한 정보를 전달할 수 있고, 일부 학생의 학력 향상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AI 활용 프로그램이 학습격차 해소에 도움이 되려면, 보다 세심한 지원이 필요합니다. 기초학습의 부진은 단순히 학습진단과 보정 프로그램이 없어서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라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얽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빈곤 가정, 다문화 가정, 조손 가정 등 아동기에 가정환경이 열악하고 보호자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 노출되어 있거나, 학습장애 등의 불리한 조건을 가진 학생들에게는 AI 컴퓨터 앞에 앉게 하는 것부터 쉽지 않고, 혼자서 프로그램 등을 활용하면서 학습까지 연결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과제입니다. 개별적인 지원체제가 학교 안에 마련되어 있지 못하고, 초등학교 저학년 단계에서 기초학력 문제를 해결해 주지 못한다면 결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AI는 활용할 만한 하나의 도구일 뿐, 결코 만병통치약이 될 수 없습니다. 

또한 AI 교육 필수화를 위해 정보교육 시수를 확대하고, 적정 규모의 정보 교과 교원 수급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체계적 디지털 기반 교육을 위한 교육과정 전면 개정”도 하겠다 밝혔습니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 시대 디지털 교육 기반 조성을 위한 사회적 요구는 이미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반영하여 총론 주요 사항으로 발표하였습니다. 더욱이 2022 개정 교육과정은 ‘국민과 함께하는 교육과정’ ‘협력적 거버넌스를 통한 체계적 개정’이라는 추진 체계를 마련해 이미 각론 작업 마무리 단계까지 와 있습니다. 새 정부는 이미 개발 완료 시점에 다다른 2022 개정 교육과정을 다시 또 개정하겠다는 것인지 묻고 싶습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과정이 너무 자주 바뀌어 일관성 있는 교육과정 운영이 어려웠던 현장을 생각한다면, 이번 국정 과제에 담긴 교육과정 전면 개정은 국민과 함께하지도, 협력적 거버넌스도 없는 정권의 입맛에 맞는 교육과정 개정이 될 것입니다. 더욱이 AI 교육 필수화는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 주요 사항에서 밝힌 정보 시수 확대 권장과도 상충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대입 제도 개편 관련해서는 “균형적인 전형 운영”을 하겠다 밝혔습니다. 균형적인 전형이라는 것이 정시 50%, 수시 50%를 의미하는 것이라면, 이는 숫자적인 균형일 뿐이지 대입을 준비하는 수험생 입장에서는 수시도 정시도 모두 준비해야 하는 입시 부담을 가중시키는 전형 운영일 뿐입니다. 또한 정시 40% 확대 정책으로 인해 현재도 수시에서 이월되는 학생 비율을 감안하면 이미 50%에 육박하는 비율로 정시가 확대된 상태입니다. 
수능 비중을 높이는 정시 확대 정책은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황폐화시켜 문제 풀이 교실을 양산하고 사교육 폭증을 불러올 것입니다. 또한 정시를 확대하면서 어떻게 85번 국정 과제인 “이제는 지방대학 시대”를 만들 수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정시가 확대되면 지방 소재 고등학생들의 수도권 대학 진학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고, 수도권 중심의 대학 서열화는 더욱 견고해질 것입니다. 지자체 권한을 강화하고 지역 인재 투자협약제도를 운영해 지역 인재를 육성하고 지역 발전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정책이 정시 확대 정책과 어떻게 같은 국정운영 철학 기조 아래 공존할 수 있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번 국정 과제에는 “다양한 학교 유형을 마련하는 고교체제 개편을 검토”하겠다 밝히고 있습니다. 사실상 자사고·외고·국제고를 존속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동안 다수의 교원단체가 자사고·외고·국제고의 일반고 전환을 예정대로 추진할 것을 한목소리로 요구하였으나 인수위는 끝내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하였습니다. 자사고·외고·국제고 존속은 미래교육도, 인성교육도 모두 외면하고 오직 교육 불평등만 증폭시키는 정책입니다. 다양한 학교 유형이 아닌 서열화된 고등학교 체제만을 가져와 결국 다수의 일반고를 황폐화하고 공교육을 경쟁교육으로 더욱 몰아넣게 될 것입니다. 학교의 자율적이고 다양한 교육과정 운영은 2022 개정 교육과정과 고교학점제 도입으로 이미 제도화 단계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고교체제를 명분으로 자사고·외고·국제고를 존속시키는 것은 특권층을 위한 학교를 남겨두어 교육 불평등 체제를 남겨두겠다는 의미 외에는 없다 할 것입니다. 다양한 고교 체제의 실체는 서열화된 고교 체제임을 우리는 이명박 정부에서 충분히, 그리고 아프게 경험하였습니다. 이미 현장에 초중고 교육과정 왜곡, 경쟁교육 강화, 사교육 폭증 등을 가져왔던 정책을 다시 되풀이할 필요는 없습니다.
또한 고교학점제 정책에 대해서도 이번 국정 과제 발표에서는 “고교학점제 추진 점검 및 보완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하였습니다. 자사고·외고·국제고 일반고 전환은 고교학점제와도 함께 추진되어야 할 정책입니다. 고교학점제를 위해 성취평가제를 전면적으로 시행해야 하지만, 자사고·외고·국제고의 일반고 전환 없이 성취평가제를 시행한다면 자사고·외고·국제고에 대한 쏠림과 일반고의 몰락은 불 보듯 뻔한 막을 수 없는 재앙이 될 것입니다. 현장에서 요구하는 고교학점제의 보완 방안을 적극적으로 의견 수렴해 자사고·외고·국제고의 일반고 전환 체계 안에서 계획대로 고교학점제도 추진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번 국정 과제 발표에서 교원정책 관련 언급은 ‘교원 업무부담 경감’ 차원에서 중장기 교원수급계획을 마련하겠다는 한 줄에 그치고 있습니다. 중장기 교원수급계획 마련은 이미 2022년 상반기에 발표가 예정된 정책입니다. 교원정책은 단지 교원수급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지역 소멸과 학령인구 급감, 교원양성 체제, 교원 연수 및 자격제도, 교장 승진제도 등 교원정책 전반을 아울러야 하는 중대한 교육 과제입니다. 그런데 이런 교원정책에 대한 전반적인 방향 제시도 없이 교원 업무부담 경감 차원에서 한 줄로 언급하고 있습니다. 교사의 질은 곧 교육의 질입니다. 한 줄로 언급된 교원정책을 보며 미래 교육을 책임질 교사의 질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의문스럽습니다. 

윤석열 정부 5년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준비해야 하는 중차대한 시기입니다. 또한 국가교육위원회 출범, 중장기 교원수급 정책 마련, 2022 개정 교육과정 시행,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 미래형 대입제도 개선안 마련 등 눈앞에 직면한 교육 과제들도 산적해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110대 국정 과제에는 산적한 교육 과제를 풀어갈 새 정부의 새로운 교육정책 방향도 문제 해결을 위한 의지도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새 정부는 교육 고통에 신음하는 현장의 아픔을 외면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또한 교육계의 오랜 숙제들에 대해서 눈을 감아서도 안 될 것입니다. 새 정부가 국정운영의 원칙으로 제시한 국익과 실용, 공정과 상식을 교육정책에도 반영할 것을 촉구합니다. 
2022. 5. 4.
좋은교사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