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는 14일 ‘2024학년도 교육활동 침해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였습니다. 실태조사 결과 교권보호위원회 개최 건수는 2023학년도에 비해 소폭 줄었으나, 2022년 이전 대비 증가 추세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교육부는 이러한 증가 추세의 주요 원인으로 현장에서 교육활동 침해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진 점과 교권보호위원회 개최의 의무화를 들었습니다.
하지만 날로 증가하는 교육활동 침해들이 교사들이 교단에 안전하게 설 수 없는 명백한 이유라는 것이 현실입니다. 서이초 이후 교육부의 교육활동 보호 조치들은 여전히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습니다. 이러한 학교 현장의 고통에 대한 책임감 없이 단순히 실태조사가 나타내는 통계 숫자만을 나열한 교육부의 발언들은 대단히 무책임한 처사입니다.
실제, 교육부는 2024년 7월 교권보호 5법 시행 10개월에 대한 평가를 내놓으며 학교 민원대응팀 99.8% 설치, 학교 내 민원상담실 조성과 지정 90% 이상, 통화 녹음 전화기 95.4% 조치 완료 등을 발표하였습니다. 교육부의 작년 7월 성과 발표와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단순히 견주어 봐도 교육부의 조치들이 실제적 교육활동 보호로 이어지고 있지 못함을 알 수 있습니다.
교육부의 교육활동 보호 조치들이 현장의 변화와 맞물리고 있지 않음은 이미 예견된 결과입니다. 2024년 서이초 1주기를 즈음해 강경숙 의원실과 교사단체들이 함께 진행한 설문 결과에서도 불일치 상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학교 내 민원대응팀 99.8% 설치는 문서상의 조직일 뿐, 52.6%의 현장 선생님들은 민원대응팀을 모른다 응답하였습니다. 민원상담실 조성과 지정 역시 교육부는 90% 완료하였다 하였지만, 정작 현장 교사들의 94.8%는 민원상담실을 사용한 경험이 없다고 응답하였습니다.
이번 실태조사 결과 발표의 주안점은 교육활동 침해 사례가 증감함에도 교육부의 조치들이 현장에 실효적인 방안이 되고 있지 못한 점에 대한 성찰과 개선 방안이 되었어야 합니다. 그러나 이번에 교육부가 밝힌 ‘향후 정책 대응 방안’에서는 교육부 차원의 철저한 성찰과 구체적 지원 방안을 여전히 찾아볼 수 없습니다.
우선, 교육부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에 따른 교육활동 방해 학생 개별 지원에 관한 세부적인 사항을 2026학년도 시작 전까지 마련하겠다 하였습니다. 학교 현장은 서이초 이후 학생생활지도 고시가 이뤄진 후 분리 지도 대상 학생에 대한 전문적 지도를 위한 인력과 예산, 지원 체계 마련을 요청하였지만, 교육부는 관련 법령이 통과된 이후에나 세부 사항 마련에 나서고 있습니다.
또한 교육부는 ‘학교민원 처리계획’은 올 하반기까지, ‘학부모 소통 시스템’ 마련은 올 9월에 개통할 것이라 밝혔습니다. 교육부는 학교 민원에 대해 개인이 아닌 기관 차원에서 대응하겠다 공언했으나 학교 내 민원대응팀은 문서상에서만 존재할 뿐 학교는 여전히 개인 차원에서 민원 대응을 하고 있습니다. 교육부의 민원 대응 조치가 서류상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모를 리 없는 교육부가 이제야 관련 법률 통과를 근거로 학교민원 처리계획 수립에 나선 것은 늦어도 한참을 늦은 조치입니다. 또한 지금껏 교육부의 무책임한 태도를 보면 학교민원 처리계획 역시 문서상으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닐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둘 수 없습니다. 9월 개통 예정이라고 밝힌 ‘학부모 소통 시스템’ 역시 학교 현장에 얼마나 안착할 수 있을지 모를 일입니다. 교육부가 그동안 개발해 발표했던 차세대 나이스, 고교학점제 출결 처리 조치 등이 현장에 도움이 되기보다 수많은 오류와 문제를 야기했던 선례가 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교육부는 교육활동 보호 정책의 체감도 제고를 위해 정책 안내와 홍보를 강화하겠다 밝혔습니다. 안내와 홍보 강화는 물론 필요한 일이지만 중요한 것은 홍보 부족보다 교육부가 제시한 교육활동 보호 정책이 과연 실효적인 것이었느냐에 대한 판단입니다. 실효성이 부족한 정책에 대해 홍보를 강화한다고 해서 실효성이 높은 정책이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좋은교사운동은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제도들이 현장에 제대로 안착하기를 기대하며 다음과 같이 제안합니다.
첫째, 교육활동을 방해하는 학생들을 위한 개별 교육 지원 체계 마련은 국가 차원의 정서행동 위기학생 지원 체계 수립 과정의 일환으로 추진되어야 합니다. 정서행동 위기학생은 분리 지도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은 학생들로 학교폭력 발생과 교육활동 침해 문제와 연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학교는 이들 학생을 전담해서 지도할 전문교사가 한 명도 없습니다. 또한 교육부는 이 학생들의 정확한 실태조차 파악하고 있지 않으며, 그저 WEE 프로젝트를 리뉴얼하거나 학생맞춤통합지원 사업의 일부로 이 문제를 풀어가고 있습니다. 교육활동 방해 학생들의 개별 교육 지원이 그저 문서상으로만 존재하지 않고 실제적인 문제 해결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정서행동 위기학생에 대한 실태 파악, 학교 안팎을 아우르는 종합 지원 체계 구축, 정서행동 위기학생 지도를 위한 전문교사 양성과 인력 배치 등의 내용을 담은 종합 방안 마련이 필요합니다.
둘째, 개인 차원이 아닌 기관 차원의 민원 대응을 위해서는 학부모 소통 시스템이 필요하며, 학부모 소통 시스템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다양한 민원 창구가 ‘학부모 소통 시스템’으로 단일화 되는 것이 필요합니다. 교육부가 올해까지 마련하기로 한 학교민원 처리계획 역시 학부모 소통 시스템을 중심으로 한 민원 처리 방법과 절차에 대한 내용을 담아야 할 것입니다. 지금처럼 개별 학교와 교육청마다 각기 다른 민원 처리 방식이 정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오는 9월에 학부모 소통 시스템이 개통된다면 학교는 처리해야 할 민원 창구가 복잡해지는 결과만 가져올 것입니다. 아울러 9월 개통 예정인 학부모 소통 시스템은 사전에 충분한 현장 테스트 과정을 거쳐 현장 적합도를 높여야 할 것입니다.
셋째, 정서적 아동학대 기준의 모호함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에 교육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모호한 정서적 아동학대 기준에 대한 재정립이 되지 않으면 교사들은 정당한 교육활동을 펼치고도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에 노출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미 몇몇 의원들에 의해 발의된 법률 개정안들이 있습니다. 관련한 토론회도 국회 차원에서 진행된 바 있습니다. 교육부는 그간의 논의를 모아 정서적 아동학대 기준 재정립을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서이초 이후 안전한 교단을 만들기 위해 교육부나 시도교육청, 제 교사단체들은 같은 마음으로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학교를 안전한 배움터로 만드는 일에는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스승의 날을 맞이한 오늘, 2025년의 교단은 여전히 안전하지 못합니다. 대한민국 모든 교사들이 당당하게 가르침을 이어갈 수 있도록 교육부는 그간의 교육활동 보호 정책의 한계를 명확히 인식하고 실효적인 보호 방안을 강구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