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국회 본회의에서 정서행동 지원과 학생 분리 지도 지원을 담은 초중등교육법 일부 개정안이 통과되었습니다. 꾸준히 증가하는 정서행동 위기학생들과 이로 인해 지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교 상황 속에서, 효과적인 학생 지원을 위해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입니다. 특히 물리적 제지와 분리 조치에 대한 인적, 물적 지원을 명시한 부분은 학교 현장에 유의미한 변화를 기대하게 합니다.
다만 좋은교사운동은 이번 개정안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학교 현장에 실효적인 변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법률 개정의 후속 조치를 다음과 같이 제안합니다.
첫째, 학교 내 지원 체계 구축 방안과 전문 인력 지원 방안을 마련할 것을 제안합니다. ‘초중등교육법 제18조의5’ 신설을 통해 정서행동 위기학생 지원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은 의미 있는 일이고, 특히 교육감, 교육장, 학교장의 지원 역할을 강화하고, 일부 사항에 한해 보호자의 책무를 강조한 것은 아주 중요합니다.
하지만 이 조항만으로 정서행동 위기학생을 온전히 지원하는 데는 한계도 뚜렷합니다. 해당 학생들의 실태를 종합적으로 파악할 수 없고, 진단을 위한 체계를 구축하는 데도 제약이 뒤따릅니다. 무엇보다 정신건강 전문가의 의견과 권고로 학교 밖 기관에서 상담 및 치료를 받는다 해도, 학생이 학교 내에 머무를 때 어떻게 지도하고 지원할지는 여전히 미지수입니다. 그러므로 보완 입법을 통해 학교 내 지원 체계 구축과 전문 인력 지원 방안도 반드시 수립되어야 합니다.
둘째, 물리적 제지 조치에 관해서는 현장과의 추가 논의가 필요합니다. 물리적 제지에서 핵심 쟁점은 누가, 언제, 어떻게 할 수 있느냐입니다. 하지만 개정안은 전반적인 사안을 시행령에 위임하였습니다. 물리적 제지는 긴급 상황 종료 시까지 최소 범위에서 사용되어야 하고, 필요시 주변 동료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고 하지만, 최소한도의 기준은 어디까지며, 주변 동료에게 어떻게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지, 어떤 교사가 어떤 방법으로 도움을 주어야 하는지도 모호하기만 합니다. 이러한 모호함은 교사들을 법적 분쟁으로 몰아갈 여지가 큽니다. 물리적 제지는 사전에 훈련된 방식과 약속된 절차대로 사용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시행령과 지침을 만들어갈 때 국내외 사례 조사를 기반으로 전문가 그룹과 현장 교사들의 충분한 숙의 과정이 이뤄져야 합니다. 해당 법안의 적합성은 여기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셋째, 분리 지도에 관한 후속 조치 과정 역시 충분한 논의를 통한 의사 결정이 이뤄져야 합니다. 학교는 서이초 사건 이후에도 누가 해당 학생을 분리하여, 어디로 보낼지를 두고 갈등과 혼란을 겪어야만 했습니다. 분리 장소와 지도의 주체를 둔 학교 구성원들 사이의 갈등을 반복적으로 경험해 오면서도, 분리 지도의 내용과 방법에 대하여 교육계의 심도 깊은 논의가 이어지지 못했습니다. 이제 해당 논의를 진전시켜 가야 합니다.
분리한 학생을 어떻게 전문적으로 지도해 나갈 것인가는 핵심적인 부분입니다. 분리된 장소에서 적합한 지도를 받지 못한다면 해당 학생이 다시 교실로 돌아왔을 때도 아무런 변화가 뒤따르지 못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분리 횟수가 잦은 학생일수록 전문적인 지도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분리 지도의 교육적 의미는 퇴색되고 학교는 또 다른 형태의 업무 과부하에 노출될 뿐입니다.
이번 개정안에서는 개별학생교육지원을 위한 공간과 인력, 학습 방안 전반의 계획 마련을 학교장 역할로 규정하였습니다. 또한 개별학생지원의 적용 기준과 방법 등에 대해서는 시행령으로 위임하였습니다. 비로소 분리 지도 대상 학생에 대한 인력과 학습지원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된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가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긍정적이고 구체적 발전으로 이어지려면 해당 학생들을 위한 전문적 지도 방안에 대해 지속적 논의가 뒤따라야만 합니다. 지도의 전문성은 임시 인력, 보조 인력으로는 확보가 어렵고, 학교 안 전문교사를 넘어 학교 밖 전문가와의 연결도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을 때, 개별학생교육지원계획은 문서상으로만 존재하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학교장의 책임 아래 예산과 인력, 개별학생교육지원계획 논의는 분리 대상 학생을 위한 전문적 지도 내용과 방법을 중심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개정된 초중등교육법 안에는 서이초 사건을 겪고도 달라진 것 없는 학교 현장의 아픔이 이제는 개선되어야 한다는 현장의 엄중한 목소리가 투영되어 있습니다. 부디 이번 개정안이 활자의 틀을 넘어 현장의 생생한 변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좋은교사운동이 제안한 후속 조치들이 반드시 실현되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