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사립학교법 개정안에 대한 좋은교사운동의 입장

보도자료

[성명서] 사립학교법 개정안에 대한 좋은교사운동의 입장

좋은교사 0 1566
사립학교가 인사권을 제한당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부당합니다. 사립학교는 건학이념에 따라 교육을 하고, 교육은 교사를 통해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교사를 선발하는 권한은 사립학교 자율성의 핵심입니다. 이번 사립학교법 개정안은 분명 사립학교의 인사권을 제한하는 것이고, 투명한 절차에 따라 건학이념을 실현할 교사를 채용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자정 노력을 해온 사학 법인의 입장에서, 이번 사학법 개정이 부당하게 여겨질 수 있습니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 이른 것에 깊은 유감을 표합니다.

그러나 이번 사립학교법 개정에는 분명 그럴만한 이유와 명분이 있습니다. 오랜 시간 반복해서 발생해 온 사립학교 교원 채용 과정의 비리와 불공정성, 불투명성 문제는 이제 국민들이 사립학교 채용 과정에 대한 공적 관리를 요구하는 수준에 이를 만큼 위중한 상황이 되었습니다. 채용 비리 없이 투명한 방식으로 건학이념을 추구할 양질의 교사를 선발하는 전통을 가진 학교도 많이 있지만 사립학교의 불공정한 채용 행태는 이미 많은 국민의 인식에 자리 잡고 있을 만큼 엄연한 사실입니다. 얼마 전 한 사립학교에서 발생한 억대의 채용 비리 역시 과거에 일어난 사립학교의 채용 비리의 반복으로 인식될 뿐입니다. 게다가 일부 사립학교 법인은 임원이나 직원들이 비리나 비위에 대한 교육부나 교육청으로부터 징계 요구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흐지부지되는 등 공적 정의 기준에서 부족한 모습을 보여 왔습니다. 사립학교 교원 채용 과정과 인사 관리에서 부패를 막고 불공정하고 불투명한 과정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은 이제 국민적 요구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국민적 요구는 감사원에서 2018년 발표한 감사보고서를 통해 확인되고 있습니다. 감사원은 ‘교원 양성 및 임용 제도 운영 실태’ 감사 결과에서 2007년부터 2016년까지 10년 동안 사립학교 법인 269곳에서 867명이 불공정 채용 사례로 적발되었고, 실효성 있는 경쟁 과정이 생략되어 있다며 채용제도를 개선할 것을 통보하였습니다. 이와 같이 사립학교 교원 채용의 공정성과 투명성 확보는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공적 과제가 되었고, 이를 위해 채용 과정을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는 공적 관리 제도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생겼다 할 것입니다. 8월 31일 통과된 사립학교법 개정안은 공적 과제 해결의 일환으로서 그 의미를 가진다 할 것입니다.

이번 개정안은 교원 채용 시 1차 필기시험을 강제하고, 시험 관리를 교육감에게 위탁하도록 하였습니다. 그러면서도 사학의 인사권 침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를 고려하여 교육감의 승인을 받은 경우, 필기시험을 보지 않거나 위탁하지 않을 수 있는 예외 조항이 담겼습니다. 우리는 시도교육감의 승인 하에 위탁하지 않아도 되는 예외 조항이 추가된 것은 사립학교의 채용 과정에 대한 공적 관리 강화의 필요성과 사립학교의 자율적 인사권을 절충한 방안으로 의미 있게 평가하며, 이 조항의 취지를 사립학교 법인과 시도교육청이 충실히 이행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1차 필기시험 시행과 교육감 위탁은 의무로 만들어 놓고, 이를 면제할 수 있는 권한을 교육감에게 부여한 것은 사립학교의 교원 채용 과정에 대한 공적 감시 장치가 만들어진 것입니다. 채용 비리 전력이 있거나, 공정하고 투명한 채용 관리 의지가 없는 사립학교는 예외 없이 교육감 위탁 하에 1차 필기시험을 시행해야 합니다.
그러나, 채용 비리 전력이 없고, 공정하고 투명한 채용을 실시할 의지가 있는 사립학교는 채용 관리 계획을 교육감이 심사하여 예외를 인정해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전북교육청의 경우 전북사립학교법인협의회는 법인 간 공동전형을 계획하고 주관하고, 교육청은 출제위원과 감독요원도 추천하고 예산도 지원하는 등을 통해 사립학교의 자율성을 존중하면서 채용 과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절차를 시행령이나 교육부의 지침 사항으로 구성하면 자율적인 인사채용을 희망하는 건강한 사학의 뜻을 존중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교육부와 교육청이 이를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사학 운영의 자율권 침해를 우려하는 목소리와 법의 취지를 따르는 길이 될 것입니다.
반대로 사립학교의 입장에서 채용 계획을 교육감에게 심사받고 관리받는 것이 부당하고 불편하다 할 수 있지만, 일부 사학에서라 할지라도 지금껏 벌어진 사학의 채용 비리와 채용 과정의 불공정성, 불투명성에 대한 국민적 비판을 고려한다면, 이와 같은 공적 관리를 수용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봅니다. 기독교 사립학교 법인의 경우에도, 기독교 사립학교 법인 간 공동전형을 실시하는(비리 전력을 가진 사학법인 제외) 방안을 제안하고 실행함으로써 기독교 사학의 정신을 유지하면서도 사학 교원 채용과정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확보하는 계기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사립학교의 건학이념은 존중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건학이념을 실현하기 위한 사립학교의 노력과 권한 역시 존중되어야 합니다. 반면, 오랫동안 반복되어 온 사립학교 채용 비리와 채용의 불공정성, 불투명성은 개선되어야 할 과제임도 분명합니다. 이번에 통과된 사립학교법 개정안은 서로 충돌하는 두 과제를 부족하나마 절충한 방안입니다. 이번 사립학교법 개정이 사립학교의 자율성이 존중받으면서도 교원 채용 비리와 불공정성, 불투명성이 해소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이를 통해 사립학교가 건학이념의 충실한 구현과 신뢰받는 좋은학교로 더 발전해 가기를 기대합니다.
2021. 9. 2.
좋은교사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