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교육감협의회의 초등학원일요휴무제 입법 촉구에 부쳐

보도자료

시도교육감협의회의 초등학원일요휴무제 입법 촉구에 부쳐

좋은교사 0 12430


안녕하세요? 저는 미래초등학교 6학년 노휴식이라고 합니다. 전국의 교육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유초등학원일요휴무제 도입을 한 목소리로 촉구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그대로 입법이 된다면 일요일에도 학원을 다니는 극소수의 학생들이 한숨 돌릴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그 숫자가 1%도 안 되긴 하겠지만 일요일에도 학원을 다니는 수많은 언니 오빠들에 비하면 얼마나 다행인지요? 중고등학생이 되어 일요일에도 학원을 다니는 시절이 오기 전에 마음껏 자유를 누려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중학생 올라가면서부터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만 죽었다 생각하면 되지요. 중고등학생이 일요일이라고 쉬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는 것은 얼마나 가당치 않은 일입니까? 감히 핀란드와 비교하다니요? 그 나라 학생들은 우리보다 절반만 공부하고도 1등을 하는 천재들이잖아요? 우리는 그들보다 2배 이상 공부해야 간신히 수준을 맞출 수 있잖아요. 이런 주제에 밤 10시에 학원을 마치게 해달라는 이야기는 터무니없잖아요? 밤 12시까지는 해줘야 겨우 따라갈 수 있잖아요? 밤 12시가 뭐에요? 새벽까지 할 수 있도록 무제한으로 열어주셔야죠. 그래야 대한민국이 세계 1등을 할 수 있잖아요? 행복지수가 꼴찌라고 하는데 그깟 행복지수가 뭐가 중요하겠어요? 성적은 행복순이 아니잖아요? 그런데도 밤 10시에 학원영업을 마치는 지역이 있다니 이해가 안돼요. 서울, 경기, 대구, 광주, 세종의 교육감님들께서는 정말 아이들을 이렇게 풀어놓으시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아예 우리들 머리에서 쉼이라는 단어를 지워주세요. 일요일이라는 단어도 사라졌으면 좋겠어요. 괜히 마음만 흐트러지잖아요. 그리고 정말 대통령님께 건의 드리고 싶어요. 어른들도 우리와 똑같이 해주세요. 고등학교 언니 오빠들은 주당 70시간, 80시간 공부한다는데 어른들 일하는 시간을 주당 52시간으로 줄인다는 말씀을 하신 게 정말이신가요? 엄마 아빠가 괜히 일요일이다 공휴일이다 해서 놀러가자고 할까봐 걱정돼요. 그건 좋은 대학 들어간 다음 아니 좋은 직장에 취직한 다음에나 꿈을 꿔야 되잖아요? 학생 주제에 심야가 어디 있고 일요일이 어디 있겠어요? 기계도 쉬어야 한다지만 우리는 기계가 아니잖아요? 밥만 주면 365일 공부할 수 있어요. 공부하다 죽은 사람 없다잖아요. 공부하고 싶어도 못했다는 부모님의 한은 풀어드려야죠. 한번 죽을 때까지 공부해볼게요. 느낌 아니까... 잘 할 수 있어요.

그런데 딱 한 가지 걱정되는 것이 있어요. 이렇게 공부하면 좋은 날이 오겠죠? 세월호 언니 오빠들이 생각나요. 지금 아껴둔 행복이 나중에 분명히 돌아오겠죠? 그것 하나만 약속해주세요. 그럼 더 이상 놀러가자고 떼쓰지 않고 친구가 놀자는 것도 뿌리치고 죽을 각오로 열심히 해볼게요. 엄마 아빠 사랑해요. 그리고 교육감님들. 너무 고맙습니다. 우리를 위해서 밤 12시까지도 학원을 갈 수 있게 허용을 해 주시고 휴일에도 학원을 다닐 수 있는 자유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교육감님들의 뜻 받들어 학력향상 반드시 이루고 좋은 대학에 들어갈게요. 그런데 한 가지 더 궁금한 것이 있어요. 이렇게 다들 열심히 하면 제 성적이 오를 수 있을까요? 저는 잘 모르겠어요. 교육감님들만 믿을게요. 참, 내년에 교육감 선거가 있다고 하는데 꼭 다시 나오실 거죠? 저는 학원심야영업과 휴일영업을 무제한으로 보장하는 교육감님들이 꼭 당선되길 빌어요. 어떤 사람들은 교육감님들께서 학원집단 눈치를 본다고 한다는데 큰 오해라고 생각해요. 우리를 위해 날마다 걱정하시는 교육감님들께서 그럴 리가 없잖아요? 교육감님. 흔들리지 마시고 밤 12시에도, 휴일에도 학원 갈 자유를 지켜주세요. 파이팅! 

 

위의 글은 5월 26일 열린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유초등학원일요휴무제 입법 촉구 결의안에 대해 현재 초등학생의 입장에서 상상하여 쓴 편지글입니다. 

밤 12시 학원심야영업에 대한 논의는 제외되고, 학원휴일휴무제에 대해서도 중고등학생은 제외시킨 채 유초등학원일요휴무제를 입법 건의했다는 것은 목이 말라 애타게 물을 찾는 사람에게 겨우 물 한 방울 내려준 격입니다. 유초등학원휴일휴무제 입법 건의 결정을 전폭적으로 환영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교육시민단체들이 한 목소리로 요구하고, 국민들의 절대 다수가 지지하고, 헌법재판소도 지지해주고, 실제적인 효과가 있는 학원심야영업제한과 학원휴일휴무제에 대해 입법 건의조차 이렇게 합의가 어렵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입니까? 유일한 반대세력인 학원집단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것이라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국민들의 요구와 학생들의 고통을 외면하고 이렇게 숨막히는 현실 속에 아이들을 ‘그대로 있으라’고 하는 결정을 내린 교육감협의회에 실망을 금할 수 없습니다. 물론 심야영업금지와 학원휴일휴무제를 지지하는 교육감님들이 계시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교육감들로 인해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면 우리는 누가 찬성하고 누가 반대하는지를 분명히 파악하여 국민들에게 널리 알리고 판단을 구하겠습니다.
그리고 상황이 이러하다면 이제 정부와 국회가 전면에 나서 입법을 추진하여야 합니다. 문재인 정부가 교육계의 적폐를 해소하는 데 앞장 서 주시기 바랍니다.

 

2017년 5월 29일

쉼이있는교육 시민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