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교사운동은 서울시의회가 발표한 ‘심야교습시간 밤 12시 연장 조례안’을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합니다!
                                                   
                                                   서울시의회는 지난 10월 28일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학원 등의 교습시간을 밤 12시까지로 연장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서울특별시교육청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입법예고했습니다. 과도한 경쟁교육 고통을 해소하고, 수면권·건강권·여가권 등 아동·청소년의 기본권을 보장하며, 매년 폭증하는 사교육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국가적 차원은 물론이고 UN아동권리위원회의 권고를 수차례 받고 있는 상황에서 서울시의회가 이러한 조례안을 발표했다는 것은 경악을 금치 못할 일입니다.
                                                   
                                                   대한민국이 처한 교육 현실에 대해 눈을 감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이러한 조례안이 나올 수 없습니다. 우리가 처한 현실은 너무도 참담합니다. 과도한 입시경쟁 고통으로 대학생의 81%가 고등학교 시절을 사활을 건 전쟁터로 생각하고(‘4개국 대학생들의 가치관에 대한 조사’, KDI, 2017.), 입시 및 학업 부담으로 초중고생 4명 중 1명이 자해와 자살을 떠올리고 있습니다(‘경쟁교육 고통 지표 조사’, 유기홍 국회의원·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조사, 2022.). 실제로 최근 5년 동안 7~18세 아동청소년 중 우울증 진료 인원은 2018년 약 3만 명에서 2023년 5만 3천 명으로 급증했으며, 같은 기간 불안장애로 병원을 찾은 학생 수도 2만 8천 명으로 두 배 이상 증가(자료:국민건강보험공단)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초중고생 자살 사망자 수는 2015년 93명에서 2020년 148명, 2021년 197명, 2022년 194명, 2023년 214명, 2024년 221명으로 매년 수치 증가하고 있습니다(교육청·교육부 집계).
                                                   
                                                   이러한 상황에서 대한민국 아동·청소년은 헌법이 보장한 행복을 추구할 권리는 물론이고 인간다운 삶을 살 권리마저 빼앗기고 있습니다. 2021년 ‘국제 아동 삶의 질 조사’ 35개국 중 31위. OECD의 어린이·청소년 행복 지수에 따르면 한국의 아동·청소년 행복지수 중 ‘주관적 행복’, 22개국 중 꼴찌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아동 청소년의 삶의 질을 들여다보면 초1부터 고2 학생 5명 중 1명이 과소 수면 상태이며(‘2024년 아동행복지수’, 초록우산어린이재단/조사대상:1만 140명), 아침식사 결식률은 매년 증가해 2024년 기준 남학생 40.2%, 여학생 44.7%나 됩니다. 게다가 WHO의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소년의 신체활동 부족률은 94.2%로 조사대상인 146개국 중 최하위였습니다. 과도한 경쟁교육 고통이 청소년의 기본권을 무참히 짓밟고 있는 현실에서 과도한 사교육에 참여하지 않도록 하는 환경을 조성해도 시원찮을 판에 학원의 심야교습시간을 연장하자는 조례는 과연 어느 나라 사람의 발상입니까?
                                                   
                                                   이번 조례안이 도저히 납득이 안 가는 것은 정권의 성향과 무관하게 경쟁교육 고통을 완화하고 사교육 부담을 경감시키자는 대국민 메시지를 내고 관련 정책을 쏟아내고 있는데 서울시의회가 여기에 비수를 꼽고 있다는 점입니다. 지난 정부에서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교육의 과도한 경쟁 완화’를 교육 분야 해결 과제로 설정했으며, 사교육 부담 경감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메시지를 수차례 내놓았습니다. 이재명 정부도 마찬가지입니다. 과도한 사교육비 부담과 부모의 경제력에 의해 사교육 참여의 규모가 달라지고 이것이 교육격차로 이어지는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정책 기조를 펴고 있습니다. 그런데 전국에서 사교육 참여율이 가장 높고 사교육비 지출이 가장 많은 서울시가 학원 교습시간을 연장한다는 것은 자연스레 사교육비 증가로 이어질 것입니다. 즉 이번 조례안은 사교육비 증가가 자명해 정부 정책에 정면으로 배치될 뿐만 아니라 서울 시민의 민생고를 외면하는 대표적인 발상인 것입니다.
                                                   
                                                   이번 조례안에서는 밤 12시까지로 고등학생의 학원 등 교습시간을 연장하는 이유를 타 시·도와 교육형평성을 맞추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타 시·도와 교육형평성을 맞추는 것이 목적이라면 서울시의 학원 등 교습시간은 현재의 밤 10시보다 더 단축해야 합니다. 통계청이 매년 조사해 발표하는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시·도별로 살펴보면 서울시의 사교육 참여율 및 참여 시간은 타 시·도 대비 압도적으로 수치가 높기 때문입니다. 서울시의 주당 사교육 참여 시간은 9.3시간으로 대도시(8.3), 광역시(7.6), 중소도시(7.5), 읍면지역(6.1)의 사교육 참여 시간을 모두 상회하고 있습니다. 고교생(일반고)의 사교육 참여 시간도 10.1시간으로 대도시(8.6), 광역시(7.6), 중소도시(7.6), 읍면지역(5.7)의 사교육 참여 시간보다 훨씬 많습니다(2024년 기준). 서울시의 초중고 사교육 참여율 역시 86.1%로 전국 평균 80%보다 6.1% 높고 광역시 평균 78.8%보다 7.3%나 높습니다(2024년 기준). 고등학생(일반고) 사교육 참여율도 80.1%로 전국 평균 73.4%보다 6.7% 높고 광역시 평균인 74.7%보다 5.4%가 높습니다(2024년 기준). 현재 고교생 학원 등 교습시간을 24:00로 운영하는 곳의 사교육 참여율은 대전 72.5%, 울산 71.1%, 강원 62.4%, 충북 67.9%, 충남 64.2%, 경북 67.3%, 경남 68.2%, 제주 66.6%입니다. 이 지역과 비교할 때 서울의 경우 고등학생 학원 교습시간을 22:00로 하고 있지만 위의 지역보다 최소 7.6%, 최대 17.7%가 높은 상황입니다. 따라서 서울시의회의 주장대로 교육 형평성을 맞추려면 사교육 참여율을 타 시·도 수준으로 낮추기 위해 교습시간을 단축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교육적으로나 사회적 형평성 측면에서 온당한 것입니다.
                                                   
                                                   이상에서 언급한 것처럼 서울시의 학원 등의 심야교습시간을 연장한다는 서울시의회의 조례안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며 모순투성이 안건에 불과합니다. 이에 좋은교사운동은 이번 조례안을 서울시의회가 즉시 자발적으로 폐기할 것을 촉구합니다.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좋은교사운동은 대다수의 서울 시민의 뜻을 규합해 아동·청소년의 행복과 인간답게 살 권리를 지키기 위한 총력을 다한 행동에 나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