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학교폭력 조사 업무를 위한 전직 수사관 2,000명 투입안’에 대한 입장 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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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학교폭력 조사 업무를 위한 전직 수사관 2,000명 투입안’에 대한 입장 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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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폭력 조사 업무 이관을 요청하는 현장 교사들의 요구는 충분히 존중받아야 함.
▶ 학교폭력 업무 경감의 실효성보다 조사 단계부터 법적 다툼 확장 우려가 있음.
▶ 초등 저학년 학교폭력 대상 제외, 학교폭력 전담교사 배치, 학교의 교육적 해결 역량 지원 등이 우선되어야 함.
교육부가 학교폭력 조사 업무를 위한 전직 수사관 2,000명 투입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학교폭력 사안 조사의 업무 과중, 조사 과정 중 아동학대 신고로 인한 교사의 어려움, 철저한 응보적 관점에서 처리되는 현행 처벌 중심의 학교폭력 처리 과정 등을 생각하면, 현장 교사들이 학교폭력 조사 업무 이관을 요청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특히 정순신 변호사 자녀 학교폭력 논란 이후, 교육부는 학교폭력 조치 사항을 학생부에 더 오래 기록하고 이를 다시 상급학교 진학에까지 연결하게 함으로써 이제는 학교폭력이 학교 내 사안이 아닌 학교 밖 법정 싸움으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교사들은 가해자의 반성과 피해자의 회복보다는 절차상 문제 없게 학교폭력을 처리하는 데에 모든 힘을 쏟을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또한 학교폭력 조사 과정에서 교사들은 보복성 아동학대로 신고당하기 일쑤입니다. 현장이 이러하다 보니 조사만이라도 외부 인력의 도움을 받으려는 교사들의 요구는 충분히 존중받아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전직 수사관 2,000명을 투입한다 해도 교사들이 기대하는 효과보다는 현장의 부작용이 더 클 것이 예상되는 바, 좋은교사운동은 전직 수사관 채용에 대해 우려를 표합니다.

우선, 전국 1만 2천 학교에 전직 수사관 2천 명이 채용되어 수사관이 지역교육청 소속으로 있다 해도 결국 한 명의 수사관이 6개 학교를 담당하게 되므로 학교는 여전히 학교폭력 업무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입니다. 학교전담경찰관(SPO) 제도가 있지만 한 명의 경찰이 평균 12개 학교를 담당하다 보니 그 실효성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둘째, 학교 현장과 교육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전직 수사관이 학교폭력 사안을 조사할 때 과연 갈등이 발생한 교육적 맥락과 상황을 충분히 고려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사안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이유로 학교가 갈등을 교육적으로 해결할 여지마저 줄어드는 것은 아닌지 우려됩니다. 실제 현행 학교폭력예방법 시행령에는 관계회복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고, 바뀌는 학교폭력예방법에는 관계회복 프로그램을 권유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런데 가해 관련 학생과 피해 관련 학생을 전직 수사관 앞에 세워두고 수사관이 조사를 하는 프로세스에서 과연 학부모들에게 학교가 관계회복 프로그램을 권유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오히려 조사 과정에서부터 교육주체 간의 법적 갈등이 더욱 커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습니다. 조사 단계부터의 형사적 대응은 오히려 학부모들의 저항과 민원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학교는 가해자의 진심 어린 반성과 피해자의 회복보다는 더 철저하고 엄정한 학교폭력 처리 절차에만 힘을 쏟게 될 것입니다.

좋은교사운동은 학교폭력 업무 경감과 교육적 해결을 위해 다음과 같이 제안합니다.

첫째, 전직 수사관 채용과 SPO 확대보다 더욱 시급한 조치는 초등 저학년 학생을 학교폭력 대상에서 배제하는 것입니다. 초등 저학년 학생의 학교폭력은 학생 간의 갈등이 학부모의 싸움으로 확대되기 일쑤입니다. 교육기관인 학교가 초등 저학년 학생의 학교폭력 사안에 대해서도 징계로 일관하는 것은 교육적으로도 옳지 않습니다. 또한 전직 수사관이 학교폭력을 조사한다면 초등 저학년 학생도 수사관 앞에 세워야 하는데, 이는 윤리적으로도 교육적으로도 온당하지 않습니다.

둘째, 초등의 경우 학교폭력 전담 교사(학생부장, 학년부장) 정원을 늘려, 비담임으로서 학교에서 갈등이 발생했을 때 바로 개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더욱 필요합니다. 현재 대부분의 초등학교 학생인성부장은 여전히 담임을 하면서 그 업무를 담당하고 있고, 각 학년부장도 담임을 하면서 보직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담임교사가 어려운 학생이나 악성 민원을 만날 때,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할 구조가 없는 것입니다. 사안이 벌어졌을 때 바로 개입할 수 있는 비담임 학년부장, 비담임 학생부장을 초등학교에 배치하는 변화를 만들고 난 이후에, 전직 수사관의 도움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셋째, 전직 수사관 채용 제도가 도입되더라도 모든 학교폭력 사항에 전직 수사관이 개입하기보다 학교 간 폭력 사항, 학교 내 역량으로 조사가 어려운 사이버 폭력, 학교 밖 폭력 등에 대해 제한적으로 시범 실시를 먼저 해 보고 도입해도 늦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학교가 협조 요청을 먼저 요구했을 때 제한적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가능할 것입니다.

학교폭력 문제에 있어 학교가 교육 조직으로 존재하기보다 준사법기관으로 존재하는 것이 오늘의 현실입니다. 학교폭력 사안 처리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절차상 문제가 생기면 담당자와 학교는 법적 책임을 져야 합니다. 또한 학교폭력 사안 조치 결과가 학생부와 대입 전형으로 연결되면 될수록 학교폭력 사안을 절차상 문제가 없도록 처리해야 하는 학교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구조에 학교가 놓여 있다 보니 학교폭력 사안 조사를 전부 학교전담경찰관으로 이관하자는 주장에 교사들 99.7%가 동의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 것입니다. 그러나 전직 수사관 채용에 따른 부작용을 고려할 때, 우선 초등 저학년 학교폭력 대상 제외, 학교폭력 전담교사 정원 확대, 학교폭력에 대한 학교의 교육적 해결 역량 지원 등의 근본적 해결 방안이 선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2023. 12. 4.
좋은교사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