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2028 대학입시제도 개편 시안 보완 요구

보도자료

[성명서] 2028 대학입시제도 개편 시안 보완 요구

최고관리자 0 1578
 

231010-보도자료_메인.jpg


 
▶ 2028 대학입시제도 시안, 기존의 상대평가 체제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함.
▶ 내신 5등급 및 수능 국어, 수학, 탐구 영역 상대평가 유지로 서열화 문제 지속될 것.
▶ 배움의 질을 중심에 둔 논술형 절대평가 체제 전환을 위한 연차적 종합 계획 마련 필요
▶ 내신, 수능 동시 절대평가 도입 절실
교육부는 오늘 수능 국어, 수학, 탐구 영역 9등급 상대평가 유지 및 고교 전학년 내신 5등급 상대평가 병기를 골자로 하는 2028 대학입시제도 개편 시안을 발표하였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한 줄 세우기 상대평가 중심의 대입제도는 과도한 경쟁교육과 사교육을 유발해 많은 학생들에게 교육 고통을 가중시켜 온 지 오래입니다. 또한 수많은 이해관계가 얽히고설켜 이제껏 대입제도 개선은 늘 미봉책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특히 2028 대입제도 논의에는 2022 개정 교육과정, 자사고-외고-국제고 존치, 성취평가제에 기반한 고교학점제 도입 등과 맞물리면서 절대평가 중심의 새로운 대입제도 개선을 바라는 사회적 요구가 절실히 모이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오늘 교육부가 발표한 내용을 보면, 2028 대학입시제도 시안은 기존의 상대평가 체제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내용이었습니다. 이에 좋은교사운동은 이번 발표안의 의미와 문제점을 짚고 보완 방안을 제안하고자 합니다.

먼저, 내신 상대평가 9등급에서 5등급으로의 변화는 경쟁교육의 폐해를 조금이라도 완화하고자 했던 노력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부풀어 오를 대로 오른 풍선을 두고, 바람은 빼지 않고 풍선 한쪽을 누른다 한들 다른 한쪽만 부풀어 오를 뿐입니다. 수능과 내신에서 상대평가가 그대로 유지되는 틀 안에서 이는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뿐입니다. 수능 9등급 상대평가 유지 체제 안에서는 제 아무리 통합협·융합형 수능으로 과목체계를 변경한다 해도 5지선다형 객관식 평가의 한계는 그대로이기 때문에 교육부가 기대하는 “논리적 심화학습 중심의 융합 평가로 개선’ 효과는 나타나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내신 상대평가 5등급제 병기 변화는 학생들에게 여전한 내신 부담을 안겨줄 것입니다. 현행 9등급제에서 상위 등급을 받기 위해 친구를 배움의 동료가 아닌 경쟁자로만 여기는 문제는 5등급으로 바뀐다 해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절대평가로 받은 등급보다 옆에 적히는 상대평가 등급에 더 많은 관심이 쏠릴 것이기 때문입니다. 서열화된 상대평가 등급 체제 속에서는 과도한 경쟁은 지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상대평가 결과를 병기하는 5등급제는 교육부가 말하는 선진화된 평가방식도 아니고, 협력학습을 유도해 낼 방식도 될 수 없습니다.

교육부는 이번 발표에서 9등급제, 5지선다형 평가를 “아날로그 시대에 사교육 반복학습을 유발해 창의력·문제해결력 중심의 수업형식에 역행”하는 평가로 규정하였습니다. 또한 해외의 5등급 절대평가 방식의 고교 내신 평가방식를 사례로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교육부가 발표한 고교 내신 5등급제는 무늬만 5등급제이지 상대평가 결과를 병기하는 방식이어서 경쟁 완화 효과는 크지 않을 것입니다. 9등급제 5지선다형 평가의 폐해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수능은 여전히 9등급 5지선다형 상대평가를 유지하고, 내신은 전학년에 걸쳐 5등급 상대평가 결과를 병기하겠다는 교육부의 자기모순적 행태를 이해할 수 없습니다. 교육부의 자기모순에 빠진 정책 시행으로 인해 교육부가 말한 “학생들을 극도의 경쟁으로 몰아넣어 교실을 황폐화시키는” 문제는 학교 현장에서 지속될 것입니다.

또한 절대평가에 기반을 둔 고교학점제의 파행적 운영도 불가피해질 것입니다. 고교학점제의 중요한 가치는 진로에 따른 학생들의 과목 선택과 책임인데, 지금처럼 상대평가가 지속될 경우 진로에 따른 선택보다는 내신 점수를 따기 유리한 과목을 선택하는 선택의 왜곡 문제를 가져올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고교학점제는 본래 취지와는 상관없이 교사들에게 과도한 업무 부담만 주는 왜곡된 형태로 현장에 안착될 것입니다.

둘째, 통합사회, 통합과학의 도입과 수능 배제 목적은 통합의 성격상 활동 중심, 탐구 중심 수업 변화를 의도한 것입니다. 그러나 성취기준이나 과목 취지의 변경 없이 수능에 통합과목을 넣겠다는 것은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의 도입 취지를 훼손해 일선 학교의 수업 변화를 가로막을 것입니다. 가령, 통합사회는 교육과정상 설명을 보아도 목적 자체가 학생주도, 통합적 사고력입니다. 그런데 통합사회가 5지선다 수능 과목이 되는 순간 그나마 확산되는 토론, 탐구 수업은 모두 사라지고 고1 교실은 문제풀이 수업으로 바뀌게 될 것입니다.

셋째, 첨단 분야 인재 양성을 위한 수능 심화수학 영역 신설은 있어서는 안 될 일입니다. 수능에 심화수학(미적Ⅱ+기하학)이 선택과목에 포함되면 풍선효과로 학생과 학부모의 수학 선행학습에 대한 부담은 더 커질 것이며 수학 사교육은 더 증가할 것입니다.

심화수학이 선택과목에 포함되면, 서울 주요 대학이나 이공계열 학과는 심화수학 선택 가산점 등으로 심화수학을 선택한 학생이 입시에 유리한 전형들을 만들 것입니다. 그러면 이 대학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뿐 아니라 아직 진로를 결정하지 못한 초중학교 학생들은 수능에서 심화수학을 선택할 것이라 예상하고 공부할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수능 수학은 확률과 통계, 미적분, 기하학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되어 있는데 이번 개편안으로 심화수학을 선택하게 되면 확률과 통계, 미적분, 기하학 3과목을 모두 공부해야 합니다. 학생과 학부모들이 느끼는 수학 학습에 대한 부담이 현재보다 엄청나게 늘어나게 되는 것입니다. 초등학생이 미적분을 공부해야 하는 과도한 수학 선행학습은 일상이 될 것이며, 수학 사교육에 대한 부담은 엄청나게 증가할 것입니다. 학교 수학 시간은 학원 숙제하느라 바쁜 아이들로 황폐해질 것이며 과도한 학습량을 감당하지 못해 수포자는 증가할 것입니다. 수능 심화수학이야말로 학부모와 학생들의 고통을 외면하고 이공계열 전문가들이 자신의 이권을 강화하려는 카르텔이라 할 수 있습니다. 

대학의 자율성 담보, 고교 교육의 정상화, 평가의 신뢰성과 변별성 확보, 사교육비 경감, 학생의 과도한 평가 부담 줄이기, 배움의 질 향상 등 우리나라 대입제도가 갖춰야 할 요건들은 너무나 많고 복잡합니다. 그러나 요건이 많고 상황이 복잡할수록 분명한 원칙을 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대입제도 논의에 있어 가장 중요한 원칙은 형식적 공정성이 아닌 학생들의 배움의 질입니다. 배움의 주체인 학생에게 있어 배움의 질은 곧 삶의 질입니다. 학생들의 안녕한 삶은 배움의 질을 통해 확보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 교육은 5지선다형 객관식 상대평가로 학생들의 삶을 황폐화시켜 왔습니다. 5지선다형 상대평가로 미래 사회를 살아갈 역량 있는 학생을 길러낼 수는 없습니다. 

교육부는 스스로 5지선다형 평가가 세계적 추세에 역행한다고 말하면서 수능에서는 5지선다형 평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EBS 연계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것으로 학교 현장에서 5지선다형 문제 풀이만을 심화시킬 것입니다. 수능 평가의 방법이 내신 평가 방법을 선도하는 한국 학교의 현실에서 내신은 논·서술형 평가를 확대하면서 수능은 현행을 유지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게다가 학생들 입장에서는 내신 수업에서는 논·서술형 대비를, 수능에서는 5지선다형 대비를 해야 하는 이중의 고통을 안게 됩니다. 과도한 학업스트레스로 학생들의 우울증과 자살률이 증가하는 현실에서 일반적인 학교 수업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학생이 자연스럽게 수능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학생들의 배움의 질, 삶의 질을 2028 대입제도 개선의 핵심 원칙으로 세우는 일이 필요합니다. 배움의 질을 중심에 두기 위해서는 논술형 절대평가 시스템 도입이 필요합니다. 학교 내신은 물론이고 수능에 이르기까지 연차별 논술형 평가 시스템 도입을 위한 종합 계획이 있어야 합니다. 단순 서답형 문항이나 5지선다 객관식 문항으로는 학생의 성장을 지원하는 평가 본연의 목적을 이룰 수 없습니다. 평가가 서열의 확인이 아닌 성장의 기록이 되기 위해서라도 논술형 평가 시스템 도입은 꼭 필요합니다.

또한 내신과 수능의 동시 절대평가 전환이 필요합니다. 상대평가로 촘촘하게 한 줄을 세우는 교육의 얼마나 비교육적이고, 반미래적 평가인지는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수능 일부 영역이 상대평가로 남게 되면, 상대평가 유지 영역에 변별을 위한 과도한 부담이 발생합니다. 내신과 수능 둘 중 한 부분만 절대평가를 시행해도 마찬가지로 상대평가로 남게 되는 부분에서 과도한 평가 부담이 발생합니다. 

상대평가는 교육적 효용성보다는 서열화를 위한 평가 방식입니다. 상대평가는 2022 개정 교육과정이 지향하는 ‘학생의 자기주도성, 창의력과 인성을 키워주는 개별 맞춤형 교육’, ‘학생의 삶과 연계한 깊이 있는 학습을 위한 교과교육과정 개발’ 등의 주요 내용과도 맞지 않는 평가 방식입니다. 2028 대입제도 개선을 위한 선결 과제로 내신과 수능 동시 절대평가 도입이 필요합니다. 절대평가 도입의 전제 하에 평가의 타당성과 신뢰성, 교사 평가 전문성 신장 지원 방안 등의 사회적 논의를 이어가야 합니다. 

상대평가 체제를 유지하면서 현재 문제가 되는 부분만 고치는 수준의 2028 대학입시제도 개선안으로는 2022 개정 교육과정이 추구하는 ‘포용성과 창의성을 갖춘 주도적인 사람’을 길러낼 수 없습니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의 목표와 평가의 불일치 문제는 2022 개정 교육과정의 무력화를 가져올 것입니다. 또한 절대평가를 기반으로 하는 고교학점제의 기형적 운영도 불가피해질 것입니다. 이에 교육당국은 조삼모사식의 2028 대학입학제도 개선 시안을 전면 보완해 근본적 대입제도 개선 방안을 다시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2023. 10. 10.
좋은교사운동